[‘안전한 대한민국’ 길을 묻다-윤양배 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사고를 통해 안전을 배우지 마라”

▲윤양배 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 만큼 국가적으로 큰 재난이자 위기상황이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지난 8월19일 만난 윤양배 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전 국민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30여 년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산업안전 분야에서 보낸 그는 ‘사고를 통해서는 안전을 배우지 말라(Don't learn safety by an accident)’는 자신의 좌우명을 소개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교육이다. 교육시장에서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줄 세우기만 강조하는 1등 중심의 매몰된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윤리적이며 더불어 잘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윤 상임감사는 강조했다.
이를 통해 안전과 건강을 핵심으로 하는 생명 중시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국민들의 의식 속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수 있는 교육이 담보될 때 비로소 우리사회에 안전이 보편적인 사고와 행동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규제완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다. 그는 규제의 종류를 크게 ▲경제적 규제 ▲행정적 규제 ▲사회적 규제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행정규제를 완화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사회적 규제인 안전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렇지 않을 경우 규제완화의 틈새로 이익이 안전의 우위에 놓여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이 유해‧위험 업종에서 종사하는 등 잘못된 관행이 만연할 것으로 예상했다.

  셋째, 안전전문 인력 확충이다. 그는 최근 세월호 등 잇따른 안전사고로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수준이 가히 ‘폭발적’일 정도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보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양질의 안전·보건 전문인력의 대폭적인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수준 10위, 무역교육규모 7위, R&D투자 5위를 차지하는 등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선진국 수준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안전‧보건문화수준을 알 수 있는 재해율은 OECD 가입국 가운데 하위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 청렴도‧반부패수준의 척도인 국가청렴도는 지난 2012년 45위에서 지난해에는 46위로 한 단계 떨어졌습니다. 안전‧보건문화수준과 청렴도․반부패 문화수준은 ‘쌍끌이’ 문화로서 전 국민의 인식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넷째, 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훈련, 실행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와 매뉴얼이 있더라도 끊임없는 훈련과 실행이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이번에 경제적으로 환산되지 않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배웠다”고 말했다.
불편하다거나 단기적 이익추구에 반한다는 이유로 안전을 겉으로만 포장하거나 다른 것에 양보하는 일이 없도록 전 국민, 특히 근로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안전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직무는 기관의 안전을 총괄해 사고를 예방하는 상임감사직이다. 지난 30여년을 안전과 함께한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되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7개월 동안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자세로 공단이 최고의 청렴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명실상부한 안전 분야 최고의 전문허브 공공기관이 되도록 노력해왔다”고 소회를 전했다. 

  실제로 그는 ‘무결점, 반부패․청렴도 최우수기관’을 비전으로 정하고 ▲멘토형 감사 ▲현장형 감사 ▲사전 예방형 감사를 실천해왔다. 특히 올해 목표를 기관 고유의 청렴윤리문화 정착으로 정하고 ‘6대 중점추진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반부패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 ▲업무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 ▲부패유발요인 제거 및 개선 ▲공직사회 청렴의식 및 문화 개선 ▲부패방지 및 신고활성화 ▲평가를 통한 환류기능 강화 등이 바로 그가 수립한 주요전략이다. 

  그는 “앞으로도 공단이 최고의 청렴성을 유지하고 산업재해예방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직무에 전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의 실효성과 수용성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무엇보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기존 사후관리․지적 중심이었던 감사기능을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한 사전예방감사기능으로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겠다는 자세로 개편에 임했다. 공단에서는 선진화된 내부감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업무의 정보시스템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IT에 기반한 리스크관리체계, 즉 통합감사시스템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통합감사시스템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공단 시스템에 산재돼 있는 리스크를 통합관리하는 것으로 IT 거버넌스 수준을 제고하고 감사업무에 과학화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즉 회계사고 리스크가 높은 사항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해 회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예산집행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부정행위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리스크 중심의 감사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한정된 감사인력을 진단감사와 컨설팅감사에 집중함으로써 기존의 적발위주의 감사를 지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경영 성과 제고를 위한 멘토형 감사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고 예산·회계·계약·서무 및 소관이사별 주무부서장과 함께 공감대를 이끌고 있다. 하반기에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용역을 추진, 내년 1월부터 새로운 감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감사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감사인의 역할이 중요해진만큼 감사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장기·생애주기 교육로드맵을 설정하고 상임감사와 감사인별 맞춤교육, 자격취득과정 지원 등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있다. 감사역량 강화를 위한 이 같은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상임감사의 솔선수범과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최근 감사동향과 관련지식은 내가 직접 발로 뛰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다. 이 자료를 월간포럼 형식으로 정리해 감사인들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갖는다. 아울러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전국 감사업무 담당자들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소통하며 공유하려 노력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공단의 상임감사로서 포부가 있다면?
“안전보건 허브전문기관으로서 대국민 안전보건문화수준 향상을 위한 관련 체험관을 설립해 운영하고자 한다. 또 청렴도 제고를 위한 노력이 업무에 자연스럽게 체화되고 훈련되도록 할 방침이며 사전에 리스크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감사체계를 올해 안에 개편·시행할 예정이다.”


양병하 기자 theleader@

<프로필>
1956년 6월 21일 출생
동국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산업대학원 전기공학 석사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국제노동기구(ILO) 파견관
고용노동부 안전보건지도과장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사무국장
광주고용센터 소장
충북지방노동위원장
現 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