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초대석-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글로벌 교육 싱크탱크 될 것”

[4월호]‘한국형 교육’ 수출·자유학기제·방송중학교 신설 등 창의인재 육성

편승민 기자입력 : 2015.04.06 16:52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3번이나 이사를 갔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어머니의 열정적인 교육열을 나타내는 말이다. 한때는 우리나라 학부모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에 빗대 쓰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교육과 환경이 중요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사랑, 헌신, 열정이 담긴 교육열이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라고 말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1972년 우리 전통과 현실에 맞는 교육체제를 연구·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싱크탱크다. 현재는 교육정책의 연구·개발에서부터 교육행정, 교육지자체 지원에 이르기까지 한국교육의 일선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제 ‘한국형 교육모델’을 전세계에 수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고부가 서비스산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 창조적 교육혁신을 위해 앞장서는 한국교육개발원 백순근 원장을 만나 오늘날 교육의 참 뜻에 대해 물었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박근혜 정부의 국정지표는 ‘행복한 창조경제의 실현’이다.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해선 창조적 인재를 길러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원에서 특히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있나
▶행복한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창조경제 활성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해 기업과 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교육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아교육에서부터 초·중등교육까지 지속 가능한 혁신도 중요하지만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에 대한 창의적 혁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수준의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21세기 고도의 지식정보화시대, 세계화시대,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실무능력 함양이라는 산업계 수요를 충족시키고 대학생들의 진로역량 개발을 위해 산학연계 교육과정 개선방안, 교수-학습의 질 제고방안 등과 같이 실질적인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연구를 추진 중이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와 맞물려 추진 중인 대학 구조개혁 평가사업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됨에 따라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 평가, 법인대학 평가 등과 같은 기존의 고등교육 평가연구 및 사업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지표 개발, 대학들의 의견수렴, 가이드라인의 설정 등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글로벌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고등교육 혁신, 평생학습체제 구축 등과 같은 고등교육 재구조화 관련 연구사업을 통해 세계화에 따른 국제환경 변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세계수준의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고,더 나아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5월 송도에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등이 공동 개최하는 유네스코의 ‘2015세계교육포럼’에서 백순근 원장이 특별세션을 통해 ‘한국형 교육모델’을 세계에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교육의 우수성에 대해 미리 얘기한다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장점을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우수 교육모델로 자주 언급할 정도로 우리나라 교육은 그 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다. ‘한국형 교육모델’은 크게 3가지 특성으로 나뉜다.
첫째,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이다. 자녀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헌신과 열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태아교육에서 시작되는 가정교육부터 학교교육을 거쳐 사회교육과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학부모들의 열정이야말로 한국교육 성취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우수한 교사들이다. 한국의 교사들은 교육대학 중에서도 상위 5% 이내에 속하는 우수 인력으로 구성됐다. 세계적 교육강국인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 15~30%로 구성된 것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셋째, 교육당국의 선도적 리더십이다. 구한말 고종황제가 발표한 ‘교육입국조서’에도 잘 나타나듯 한국정부는 국가를 보존하고 부강하게 하는 근본이 교육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가교육발전을 위해 선도적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발휘하고 있다. 특히 산업화와 정보화, 세계화 등 경제발전 단계별로 필요한 우수인력을 적극 육성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교육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한국형 교육모델의 핵심은 교육이 개인과 국가발전의 근본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학부모-교사-교육당국이 일체가 돼 미래세대 교육의 비전·전략·방법·평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형 교육모델은 ‘삼위일체(三位一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한국형 교육모델을 전 세계로 수출해 교육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할 성장동력이자 고부가 서비스산업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지난 2013년 첫 시범 운영한 후 지난해에도 시행에 대한 논란과 토론이 계속됐다. 그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자유학기제는 지난 2013년 2학기에 42개 연구학교로 시작돼 지난해에는 연구학교 수가 80개로 늘었고 희망학교 수도 732개로 증가했다. 올해는 전국의 중학교 70%가 자유학기제를 신청해 운영에 들어갔다. 이처럼 많은 학교들이 내년 전면 시행 이전에 미리 자유학기제를 희망해 신청한 것은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목적,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 및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 이미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학교들이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 지원센터는 해마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의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운영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결과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기 전보다 운영하고 난 후에 만족도가 상승했으며 전반적인 만족도 또한 계속 높아져 지난해 2학기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연구학교 학생들은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02, 교사의 경우 4.15로 매우 높았다(2014년 1학기 연구학교 학생: 3.58→3.71, +0.13, 연구학교 교사: 3.61→3.93, +0.32, 2014년 2학기 연구학교 학생: 3.79→4.02+0.23, 연구학교 교사: 3.85→4.15+0.30).
특히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은 자유학기제가 교사들로 하여금 교수-학습방법의 개선과 수업 및 평가의 자율성을 통해 성취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내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는 만큼 학생들이 교과 및 자유학기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처-청 간의 협업체계를 구축 중이며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공공기관 간의 업무협약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등 긴밀한 협업체제를 이끌고 있다.
사회적으로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목적,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확산돼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대학 등 모든 기관들이 참여하는 전 사회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유학기제 :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는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토론·실습 등의 수업과 직업체험활동 등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게 하는 제도.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부와 함께 서울·강원·전북·경남에 방송통신중학교 6개교를 올해 추가로 신설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중학교는 중학교 학력이 없는 성인과 학업이 중단된 청소년에게 학력 취득의 기회를 주는 공립중학교다.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송중학교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1974년 서울·부산에 11개 방송고가 최초로 설치된 이후부터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아래 방송 중 수요자 분석, 설치 입법 및 제도화, 운영방안 등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로 지난 2012년 1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돼 방송중 설치 근거가 마련됐다. 2013년 대구, 광주에 방송중 2개교가 최초로 설치됐고 지난해에는 4개교, 올해에는 6개교가 추가 설치돼 현재 12개교가 운영 중이다.
방송중의 설치는 방송고로 이어지는 원격교육 기반 중등교육 지원체제의 완성이라는 상징적인 의의가 있다. 또 사회·경제적 여건 등으로 교육기회를 놓친 약 385만명에 달하는 15세 이상 중학교 학력 미취득자(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2010)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실질적 측면에서 더 큰 의의를 갖고 있다.
또한 의무교육 단계인 방송중 설치를 계기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학업중단 및 학업부적응 학생을 위한 교육적 책무성 차원에서 방송중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구고 부설 방송중은 청소년반을 별도로 편성, 전임교원을 통해 인성·진로교육이 강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개교한 서울 아현중 부설 방송중도 청소년반을 별도로 편성하는 등 10대 학업중단 및 학업부적응 학생을 위한 방송중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무상급식·무상교육 등 교육분야 복지와 관련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는데 교육복지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교육부문에서 보편적 복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무상의무교육제도다. 그러나 한 사회가 보편적 복지를 어떤 수준, 어느 범위까지 확장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와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교육적 차원의 총량에 영향을 받게 된다.
즉 보편적 복지의 적용범위는 사회전반의 인식수준과 공교육에 투입할 수 있는 교육재원의 총량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인식수준이 높아지면 앞으로 보편적 복지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도 불평등한 조건과 배경을 안고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학교가 제공하는 표준적 교육서비스는 여전히 격차를 만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학교가 배경의 불평등을 최소화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취하지 않을 때 기회와 과정, 결과의 불평등은 계속 확대되고 누적된다. 이는 대다수 나라에서 공교육이 보편적 복지의 외형을 갖췄지만 아동 개개인의 결핍상황은 제대로 고려되지 못한다는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열악한 가정배경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성취부족과 학교 부적응에 대응하고자 소외된 교육집단의 학습기회 향상을 위한 선별적 복지가 요청된다.
결국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두 접근의 균형을 맞추면서 더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이 모든 의사결정이 교육적인 관점에서 모든 학생의 온전하고 주체적인 성장에 관심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마지막으로 평생을 교육에 몸담은 교육자로서 갖고 있는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교육에 관한 나의 일관된 철학이자 신념이다. 아울러 창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인은 기존의 교육에 대한 관점을 ‘심리학적 관점에 따른 개인위주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은 고도의 지식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생태학적 관점에 따른 공동체 위주의 교육’이 요구된다. 또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창의인재’가 갖춰야 할 주요 특성으로는 사회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니며 개별화·다양화·전문화·특성화·세계화와 함께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노력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사회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서로 존중하고 열린 대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가정·학교·사회 등 어디에서나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 개개인의 소질, 특성, 자율성을 존중하고 의견의 차이가 ‘맞거나 틀린 것’이 아닌 ‘서로 다른 것’임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편승민 기자
carriepyun@

△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1961년 12월 18일 출생
서울대 교육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 석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육학 박사
한국교육학회 이사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한국교육평가학회 회장
現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많이 본 기사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