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원전, 새 위상 세울 것

▲이해동 부산광역시의회의장

광역시의회의장을 만나다 코너에서는 다섯 번째로 부산광역시의회를 찾았다.
‘만절필동’(萬折必東,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약속과 믿음을 지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는 뜻) 사자성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이해동 의장은 부산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묵묵히 그 역할을 다하려고 하는 소신파 정치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인 이 의장은 지난 2002년부터 의회에 몸담으면서 쌓은 노하우로 자신만의 철학이 녹아 있는 의정을 펼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의장은 집행부와 관계에 대해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넘어 좋은 정책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민들에게는 “흔히 짧은 길을 가려면 혼자 가는 것이 좋고 먼 길을 가려면 동행이 있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마라톤을 혼자 뛸 때보다 곁에서 경쟁을 하거나 보조를 맞춰주는 사람이 있을 때 더 좋은 기록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시에서 4선 시의원으로 활동 후 의장으로 선출되고 임기 1년이 지났다. 지역에서의 정치인생이 순탄한데 비결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4선 의원을 해 오면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함께 해서 더욱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고자 노력했다. 그렇기에 지난해 제7대 의회가 출범하면서 많은 동료의원들이 하나로 뜻을 모아 주셔서 별다른 갈등 없이 의장단을 꾸릴 수 있었다. 아무리 자기가 잘났다 해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옛 성현의 말씀 중에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사자성어를 늘 마음속에 담고 있다. (황하)강물은 일만 번을 꺾여 흐르더라도 반드시 동쪽 바다로 흘러간다는 뜻인데,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약속과 믿음을 지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의장으로서 보낸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나’라는 한 그루 나무보다 ‘우리’라는 숲을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44회 임시회를 개회했는데, 이번 임시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건은 어떤 것인가.

현재 지역의 최대 이슈는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 폐로 문제다. 수명 연장 마감이 오는 6월 18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고리1호기 폐쇄 촉구 대정부 결의문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한 원전특위를 중심으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4월 28일)과 정의화 국회의장과(4월 29일)의 면담을 추진하고 결의안을 직접 전달하고 폐로를 거듭 촉구했다. 현재로서는 고리 1호기 폐로가 당면 과제지만 향후 원전특위 활동을 통해 ‘원전해체 종합연구센터'의 부산 유치에도 힘을 모을 것이다. 우리 부산을 ‘원전 안전도시’를 넘어 포스트-원전시대 ‘폐로산업 중심도시'로 도시 위상을 새롭게 세울 것이다.

▶시민과의 소통에 바탕을 둔 생활정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소통하는지.
제7대 의회 출범 당시 의회 운영 방침으로 ‘화합의회, 행동의회, 열린 의회’라는 3회,원칙을 제시했다. 우리 의회가 의원들만의 의회가 돼서는 안 된다. 시민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의회, 오직 시민을 위해 활동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소통을 위해 초등학교 의회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모의 의회 교실을 14회째 실시하고 있다. 주부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도 의회 교실을 열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고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 시민의 전체적인 숫자에 비해 참가자는 매우 일부이기 때문에 의원 블로그나 SNS 등을 최대한 강화하는데 힘을 쏟아 소통하고자 한다. 또한 얼마 전 시의회에서는 녹산하수종말처리장 오염 문제를 두고 강서구 주민들의 청원을 직접 심사를 진행했다. 시의원들이 어민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면서 청원 심사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시민 누구나 의회를 활용하고 가까이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동 부산광역시의회의장

▶전국 최초로 공기업 특위를 구성했다. 그 취지는?

현재 부산시 산하에는 ▲ 6개의 공사와 공단 ▲ 2개의 출자기관 ▲ 13개의 출연기관 등 모두 21개의 공기업이 있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은 그동안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대상에서도 빠져 제대로 된 감시•견제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 공기업 및 출연•출자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은 바로 부산 시민의 세금에서 나온 것인 만큼 시민의 입장에서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일이다. 이번 공기업특위를 통해 시 산하 공기업들과 출자•출연기관의 경영상태를 철저히 점검할 것이고 특히 인사의 난맥상을 바로 잡겠다.

▶부산의 재정 자립도가 51.4%로 전국에서는 높은 편이지만 지방자치재정이 안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부산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낮아진 이유는 결국 세입보다 세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체 세수(稅收) 대비 지방 세수의 비중이 너무 낮다. 일본만 해도 지방 세수 비중(41.3%)이 한국(21.0%)보다 20% 이상 높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출 비율은 4 대 6 수준으로 지자체의 세출이 정부보다 많다. 그런데 세입은 대부분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보니 지자체의 정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도소득세처럼 지방세 성격이 짙은 국세 세목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등 지방세수 비중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

▶각 의회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시의회 보좌관 도입논의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

현재 부산시의회만 해도 의원 한 명당 7만 명 넘는 시민을 대표하고 있는 셈인데 한해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는데 보좌관 한 명 없이 의원 혼자서 모든 예산을 심의하고 사업과 사무를 검토․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기능과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처럼) 복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명 정도의 정책보좌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얼마 전(4월 28일) 광역의원 보좌관제 법안이 국회 안행위 소위를 통과해 당장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또 다시 발목이 붙잡힌 상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보좌관제 법안처리와 별도로 우리 의회에서는 시간제 전문보조원 20명을 올해 8월 선발해 내년 1월부터 상임위원회에 배치할 계획이다.

▶민선 6기 서병수 시장체제를 평가한다면.

서병수 시장은 그동안 중앙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경륜을 쌓은 분이라 그런지 이러한 시대정신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 같다. 부울경상생이라고 해서 상생의 정치를 모토로 엑스포나 이런 것을 같이 하는 등 발상 자체가 전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보면 나눔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민선 6기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것이 사람을 중심에 놓는 시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시정의 큰 방향은 지금의 시대정신과도 잘 부합한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부산시 조직을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재편하고 조직 장악력과 시정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집권 초반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단 앞으로 부산시가 나아가야 할 큰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일자리 시장’이라 불릴 만큼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의회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좋은 일자리는 얼마나 좋은 기업들을 많이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멀리 보자면 우수 인재 육성과 기술 혁신에 적극 투자해 지역경제의 체질부터 탄탄하게 다져나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 부산은 해양플랜트와 ICT(정보통신기술) 영화영상 콘텐츠 산업 등에서 어마어마한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고 미래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대기업․해외기업을 유치하는데 시의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집행부와 의회의 소통은 원활한가.

부산시와 부산시민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의회는 협력하고 지원해야 할 때는 적극 돕겠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냉정하게 지적할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다. 특히 제7대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넘어 좋은 정책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관계가 돼야 한다. 흔히 짧은 길을 가려면 혼자 가는 것이 좋고 먼 길을 가려면 동행이 있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마라톤을 혼자 뛸 때보다 곁에서 경쟁을 하거나 보조를 맞춰주는 사람이 있을 때 더 좋은 기록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회와 집행부는 서로가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관계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이해동 부산광역시의회의장

▶부산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올해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성년(20년)의 나이가 됐다. 하지만 지방의회를 둘러싼 환경과 제도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회가 책임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의회로서 시민이 바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누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부산시의회를 이끄는 의장으로서 앞도 보고 옆도 보면서, 또 때로는 뒤도 돌아보면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발맞춰 나갈 것이다. 성숙된 지방자치,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자치의정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의 큰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yunis@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