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청렴한 의회 만들 것”

서울시의회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적폐들로 인해 서울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서울시의회가 강도 높은 개혁으로 투명하고 청렴한 의회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의 주인공은 단연 최웅식 서울시 운영위원장이다.

이미 그는 조례와 제도 개선을 통해 33건의 제도를 시행시키고 각종 의정활동 정보를 전면 공개하는 한편,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활성화시켰다. 이 모두가 제9대 운영위원장 임명받은 지 1년만의 성과다. 지금도 그의 행보는 진행형이다. ‘중단 없는 개혁’이라는 슬로건 아래 의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늘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예산 규모만 34조원에 달하고 인구 천만이 넘는 글로벌 대도시 서울을 책임지고 있는 최 위원장을 통해 서울시에 남겨진 과제들을 들어봤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린다.

나는 대한민국의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60년대 초기 서울 영등포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다. 아버님은 이북 출신이고 어머님은 전라도 출신이다. 어릴 적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정치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도 보이스카우트를 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성격이 변했던 것 같다. 아버님의 지인 소개로 20대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계에 입문했고 정당생활을 거쳐 한반도 전략연구소 국장과 민주당 서울시당 조직실장 등을 역임했다. 그동안의 성실한 지역 활동을 인정받아 2010년 시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서울시의회에 등원하게 됐다. 그해 초선으로서는 드물게 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어 2년간 활동했으며 현재는 서울시의회의 운영과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역구가 영등포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등포구는 구의 80%가 준공업 지역으로 묶여 있어 여전히 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예정인가?

과거 산업화시대 영등포구는 서울 서남부권의 중심 경제도시였으나 현재는 개발이 정체된 지역이 돼버렸다. 서울시가 발전하면서 대규모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영등포는 현재도 준공업 지역이 80%을 넘는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발전이 용의한 지역이기도 하다. 난 지난 선거에서 영등포의 3대 비전을 제시하면서 서남권 복합문화센터 건립과 준공업지역 문제 해결, 교육복지 개선 등을 핵심공약사업으로 제시했다. 서남권의 문화중심지가 될 복합문화센터 건립사업의 타당성은 이미 인정받은 상태다. 약 1200억의 예산 투입을 통해 지역의 대표적 문화거점 도시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영등포를 ‘문화예술촌’으로 바뀔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제9대 서울특별시의회의 운영위원장이다. 9대 의회에 당면한 현안과 문제점이 있다면

서울시의회는 그동안 지방의회의 선두주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왔지만 과거의 일부 의회 내부 문제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제9대 의회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투명하고 깨끗한 일 잘하는 의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바꾸고, 지키고, 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 걸었다. 지금까지 의회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들을 과감히 바꾸고 기본과 원칙을 충실히 지키면서 더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자는 각오로 의정활동에 임해왔고 많은 선도적 개혁과제들을 제안해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에게 신뢰받고 의정활동 성과가 높은 의회로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지난 1년간 운영위원회를 맡으면서 의회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업무추진비 공개 등 시의회와 사무처의 혁신을 주도했다. 혁신을 위해 무엇인 더 필요한가?

작년 7월 제9대 의회 개원과 동시에 구성한 ‘의회개혁 특별위원회’는 의회 운영혁신과 관련한 다양한 개선안을 제안했으며 그 중 조례와 제도개선을 통해 무려 33건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각종 의정활동 정보를 전면 공개하고 각종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일하지 않은 의원에게는 의정활동비 지급을 제한하는 등 투명하고 청렴한 의회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제9대 의회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중단 없는 개혁’을 목표로 새로운 과제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의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의정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난 그 중에 하나로 시도의회 정책보좌관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가 생긴지 25년이 지났다. 열심히 일 잘하는 의원들에게는 그만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현재 시도의회 정책보좌관 제도는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시행되면 약 12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과 관련해 박원순 시장과 불편해진 관계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청문회 도입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나?

지난 8월 시의회와 서울시는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산하기관장의 채용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검증된 우수인재를 영입해 경영합리화와 재정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박 시장도 이 부분을 공감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협약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사청문 대상자를 확대해 나가자는 의회의 주장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했던 것이지, 이로 인해 시의회와 박 시장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안전상의 문제로 인해 철거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을 변경해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공원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철거대상이던 고가도로를 걷고 싶은 녹지를 만들어 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청계천 복원사업의 예에서 보듯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만 된다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고 시민들에게 걷고 싶은 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반 논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소통’과 ‘협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인 만큼 훌륭하게 마무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박 시장의 이 같은 정책을 정쟁의 대상이나 정치적 비난의 도구로 활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책은 정책으로, 정치는 정치로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2014 지역발전공로대상’에서 지방자치발전에 공헌해 온 공로가 인정되어 ‘의회, 의정, 공로공직부문’에서 수상했다. 수상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상이라는 게 받을수록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항상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제가 교통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그동안 시민의 교통편의 증진과 지방의회 발전을 위한 노력을 높게 평가해 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구인 영등포의 문래고가 철거, KTX 영등포역 정차, 사회적 기업 육성 지원 등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시의원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영등포를 비롯한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주어진 본분에 충실히 해 나가겠다.

남아 있는 의정활동 기간 중 지자체 발전을 위해 꼭 이뤄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올해로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4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은 지방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고 자치는 없이 통치만 있는 불합리한 기형적인 지방자치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더 가까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생활 정치적인 현안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재량과 자율을 보장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단히 미흡한 실정이다. 지방재정의 자치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복지사무 등이 대거 이양됐음에도 적절한 국가재정 지원이 없다. 이로 인한 지방비 부담이 크게 증가해 자치재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 역시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권한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저는 남은 의정활동 기간 동안 성숙한 지방자치 구현과 지방의회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각종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메르스 등 국가적 재난에 의해 국론이 분열되고 기본적인 신뢰마저 무너졌다. 사회지도층으로서 대안을 제시한다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해 메르스(MERS) 사태는 우리 사회가 지난 50여년간 보여준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숨겨져 왔던 불편한 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지도층 전체의 문제다. 특히 국가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 정부는 우왕좌왕 무능한 모습으로 국민을 실망시켰고 정치권은 이념 갈등과 불통으로 대립이 격화됐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통즉불통(通卽不通)’이란 구절이 있다. “통하면 아프진 않는다”는 말이다. 몸에 기와 혈이 통해야 건강하듯 국가도 위아래, 좌우가 원활하게 소통해야 아픔을 치유하고 건강해진다. 경청과 배려가 전제된 소통은 신뢰를 높이고 서로간의 차이는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국가적 역량과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해 내는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서울은 인구 천만이 넘는 글로벌 대도시이고 예산규모만도 34조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하나의 정부에 해당한다. 서울시민들을 위해 꼭 해주시 싶은 정책이 있다면

서울 시민들의 삶은 경기회복 지연과 가계 부채 증가, 전세난, 실업, 양질의 일자리 부족, 양육비 부담 가중 등으로 인해 매우 고단하다. 이런 서울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즉흥적인 정책보다 투자를 하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복지 분야에서는 떡 하나 던져주는 게 아니라 복지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 임대주택사업 역시 좀 더 늘려 주택 안정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주택은 투자가 아니라 주거다. 주거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지역주민의 대표로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주거, 일자리, 생활, 교통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생활임금제와 같은 꼭 필요한 복지의 비중은 높이되 그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내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적극 발굴하고 시행해 나가겠다. 아울러,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데도 힘쓰겠고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의 심화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민, 지역구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의 명함을 보면 “함께 나누고, 함께 소통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것은 바로 저의 정치철학이다.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일꾼으로서 천만 서울시민과의 폭넓은 소통과 의견수렴을 통해 시민의 기대와 염원에 어긋나지 않게 본연의 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서울시의회의 전반적인 운영과 살림을 책임지는 운영위원장으로서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의회, 투명하고 청렴한 의회, 시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의회를 목표로 바꿀 것은 과감히 바꾸고 지킬 것은 철저히 지키고 열심히 뛰겠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서울시의회를 계속해서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질책해 주시고 잘 한 부분은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해 주시기 바란다.

최웅식 위원장

-1962년 7월10일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 공공정책과
-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조직실장
-제8대 서울특별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現 제9대 서울특별시의회 전반기 운영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