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투명한 과정 필수” 절차·동의 등 서로 예측 가능한 룰은 반드시 지켜져야

▲허동준 새민련 동작을 지역위원장

1987년 6월. 뜨거웠던 여름만큼이나 세상도 뜨거웠다. 서울 도심 곳곳에는 꽃병(화염병)과 투석이 난무했고 전경이 쏘아올린 최루탄은 아치를 그리며 도로를 향해, 시위대를 향해, 일반 시민을 향해 촘촘하게 떨어졌다. 전두환의 4.13 호헌선언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그렇게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대학가의 분노 역시 극에 달했던 시절, 87학번 새내기 허동준에게는 그냥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세상일 뿐이었다. 정치에는 관심도 없었던 평범한 법대생. 하루는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 정문을 통과하던 중 전경들의 검문검색이 있었다. 참 꼼꼼히도 가방을 뒤지던 전경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여자 핸드백에서 생리대를 꺼내 낄낄대던 전경들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날 허동준은 학내 집회 맨 뒤 구석에 앉아 ‘전두환 퇴진’을 외치며 열변을 토하던 선배들의 쉰 목소리를 들었다. 그날 이후 흔히 예기하는 불온서적(?)을 찾아 읽고 독일 언론인이 촬영한 광주민주화항쟁 영상을 보면서 조금씩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의식이 깨어가는 사이 그는 법대학생회장(90년)과 총학생회장(91년)까지 맡으며 어느새 학생운동의 최전방에 머문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의 옥살이. 진실을 찾고자 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그는 그늘진 창살아래서 “사회를 바꾸려면 제도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신념으로 정치인을 꿈꾸게 된다.

동작을에서만 새정치민주연합 지역위원장으로 오랫동안 봉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린다.

나는 전남 신안 자은도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신안이지만 자란 곳은 목포다.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86년에 대학입시를 치루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머리가 나쁘지 않았는지 중앙대 법대에 덜컥 합격했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면서 생활했다. 동작구와의 인연은 이때부터다. 졸업하고 결혼하고 신혼집도 동작구에 꾸렸다. 고등학교 1학년인 큰딸은 상도동에서 태어났다. 이사를 몇 번 다니면서 정착한 곳은 사당동이다. 둘째 아들은 사당동에서 태어났다.

뒤돌아보니 동작하고의 인연이 20년을 훌쩍 넘었다. 김대중 대통령 말기에 ‘젊은피 수혈’이라는 애기를 듣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치 입문은 2009년 7월 정동영 의원이 탈당하고 난 후에 동작(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다. 정치에 입문하게 되면 “지역에서 출발하겠다.”고 늘 생각해 왔던 것을 실천한 것이다.

어떤 지인들은 “고향인 목포에서 출발하라”고 주문하기도 했지만 목포는 18년 밖에 안 살았기 때문에 제2의 고향이면서도 익숙한 동작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도 동작을 선택한 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정치 입문 전 활동은 주로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했다.

전대협 대변인으로 있었던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 전대협 대변인(91년),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부대변인(94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2005년),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2007년~2011년) 등 대변인으로 살았다. 내가 속한 집단의 대변인 역할이 체질과 어울렸던 모양이다. 또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좋았다.

90년대를 전후해서 중앙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말씀해 주신다면?

대학에 들어가서 아침에 강의를 들으려고 학교에 가는데 전경들이 학교 정문에서 검문검색을 하고 있었다. 검문검색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여대생들의 손가방 핸드백까지 모두 검열했었다. 당시 여학생들의 소지품을 가지고 장난치는 전경들을 보고 화가 났다.

그날 학내 집회가 있었다. 집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87년 6월 항쟁에 참가하게 됐다. 학교에서는 중앙대 학보사에 있으면서 사회과학서적을 많이 탐독했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된 후 학생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나를 분노케 한 것은 이내창 중앙대(안성) 총학생회장이 거문도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지금도 의문사로 남아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뛰다 보니 법대학생회장(90년), 총학생회장(91년)까지 하게 됐다. 1990년 김영삼 작품인 3당 합당을 반대하면서 처음으로 구속됐다. 5월 정국을 거치면서 또다시 구속됐다.

정치인을 고민하게 된 것은 옥살이를 하면서다. 91년 그 당시에는 민주화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을 때였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까지 ‘민주화 열풍’ ‘노동 운동’에 이어 ‘혁명’이란 단어가 나올 정도로 치열했던 시기다. 김영삼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간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도정치가 법을 만들고 예산을 다루기 때문에 이 사회를 바꾸려면 제도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때부터 정치인을 꿈꾸게 됐다.

특히 제도정치권에 들어가 사회를 바꾸고 싶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면됐다. 2001년 김근태 의장이 대통령 경선에 나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나라도 가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민주화운동으로 고통 받았던 김근태 의장은 누가 도와줘야겠냐는 생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당시 중앙대 행정학과 공공정책 박사과정에 있을 때다. 수행팀장 역할을 했다. 이때가 내가 제도정치권 안에 들어오게 된 시기다. 김근태 의장이 만든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에서도 대변인을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우리한테 한번 상의도 없이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당시 실망을 많이 했다.

지난해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앞서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나?

당시 난 기자회견장 밖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 출마를 선언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이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대화하러 안으로 들어갔던 것뿐이다. 들어가자마자 기동민 선배 수행비서가 내 손목을 잡고 제압했다. 놓으라고 얘기한 것이 언성이 높아져 소란스러워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자회견을 마치 방해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왜곡된 것이다. 난 기자회견을 방해하려 간 것이 아니다.

수행비서와의 몸싸움에서 내가 마치 방해하려 간 것으로 비춰졌을 뿐이다. 난 정말 대화하려고 들어갔다. 안철수 김한길 지지자들은 지금도 악의적으로 이 상황을 비꼬고 있다. 제대로 알아줬으면 좋겠다. 또한 전략공천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당도 민주화되어야 한다. 과정과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동작(을) 보궐선거는 전략공천이 아닌 사심공천이다. 난 출마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었다. 준비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오히려 어제까지 광주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기동민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략공천된 이후에도 여론조사는 내가 앞서고 있었다. 지도부는 이런 일이 생기면 상의를 해줬어야 했다.

양보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기동민 후보가 전략공천 됐다. 특히 지역민들의 의사조차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밀어붙인 것이다. 지금도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 “경쟁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경쟁력이 없는 사람이 인수위원회를 2번이나 했겠나.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고 자부한다. 당시 새누리당은 “지역일꾼”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는데 내가 후보가 됐다면 이런 표현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7월4일 전략공천 발표하고 이후 난 기동민 후보를 두 번이나 만났다. “선배가 받아들이면 황당해지는 일”이라며 충고했었다. “광주에서 출마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무슨 명분으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냐”고 얘기했다. “원칙과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변에서 많이 만류했던 것으로 봐서 난 다시 광주로 내려간 줄 알았다. 기동민 선배가 불출마를 선언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동작(을)을 선택하고 기자회견까지 한 것이다.

이후 나는 기동민 후보의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줬다. 발에 땀나도록 했다. 하지만 황당한 일은 또 일어났다. “노회찬 후보가 잘되기를 바란다”며 불출마 선언을 갑자기 해버린 것이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불출마 선언 당일까지도 나는 선거운동 중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린 둘 다 피해자였다.

후보 단일화 안하면 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동민 후보 역시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상황에서 불출마 선언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도 28년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후보로 나와서 선거를 치르지도 않고 불출마 선언한 것은 앙금으로 남는다. 또 보이지 않은 힘으로 불출마를 선언하게 한 당시 안철수 김한길 당대표들에게도 기존 정치권을 답습하는 짓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략공천에 의해 번번이 패배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당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한 말씀 하신다면?

전략공천 왜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말로 경쟁력이 있거나 정말로 당에 필요한 인물이라면 모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과정과 절차,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계파 타파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계파정치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우리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가 예측 가능한 룰이라는 것을 지켜야 한다. 자기들이 못된 짓을 했으니까 상대편도 그런 못된 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전략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전략공천 없이 선거를 치르다 패배를 맛봤다. 경선이 기본이지만 전략공천은 있을 수도 있다. 정당이라는 것은 집권하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려면 전략공천은 필요하다.

단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어쩔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전략공천은 없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투명해질 것이다. 우린 2017년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정권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도 떨어트렸다. 더욱이 남북관계를 소홀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우리 당이 어떻게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새로운 신인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집권해야 절대 절명의 국가위기를 막을 수 있다. 누군가는 먼저 희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철수 의원이 국회의원을 한번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대통령에 나올 사람은 원칙을 지키면서 대권을 준비해야 한다. 정말 안철수 의원의 참모장이라도 해주고 싶다.

지역위원장들이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로 항의가 이어지는 등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략공천으로 인해 당이 분열되는 조짐까지 보였다. 현재의 당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전략공천 때문이 아니다. 현역의원을 평가해서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 때문에 당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가 되고 나서 대표 권한으로 임명할 수 있는 사무총장, 대변인, 수석사무부총장, 조직부총장 등도 계파를 불문하고 공정하게 안배했다. 문 대표가 당을 독식하지 않다는 증거다. 그러면서도 하위 20%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당의 입장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서로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서로 불신하는 게 말이 되는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당원들은 이들 때문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싸우는 것도 안에서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문 대표는 좀 더 강해지셨으면 좋겠다. 나 또한 12월까지 문 대표가 당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지금 당은 힘 있는 지도자들이 너무 독식하는 것 같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한번더 하자”라는 게 아니라 “2017년 정권교체하자”고 외치는 것이 옳다.

또한 합법시위에 대해 현 정권이 손해배상소송으로 시위자들을 옭매는 것도 10년 집권 경험이 있는 당으로서 고민해야 한다. 노조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룰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합법파업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차벽 설치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있다. 경찰 스스로가 절차적 민주주의도 후퇴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다. 통행의 자유가 있는 시민들까지 막고 있다. 당이 잘못된 룰을 고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동작(을)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출마할 정도로 여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거구다. 또한 여야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동작(을)의 지역적 특성과 구민들의 성향을 얘기해 주신다면?

원조 강남이 동작구다. 강남 초등하교, 강남 중학교가 있는 곳이 동작구다. 지금 강남이 예전엔 외각에 지나지 않았다. 동작구는 ‘영남’ ‘호남’ ‘충청’ 유권자들이 골고루 분포해 있는 지역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작구민들 역시 너무 진보적이거나 너무 보수적이지 않다. 안정을 원하면서도 정의롭게 대처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즉 옮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소란스럽지 않은 곳이다. 우리 당에서는 동작구청장을 시작해 시의원 두 명, 구의원 두 명을 당선시켰다. 지자체 선거에서는 거의 압승했다고 보면 된다. 단 총선에서만 졌다. 명분과 논리 없이 총선 때마다 후보를 바꿨기 때문이다. 당에선 지자체 결과가 좋으니깐 착각을 하고 있다. 어떤 후보든지 당선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동작(을)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지역이다.

후보를 내는 데 있어서 더 신중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선 다시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 자랑 같지만 내가 나가면 이길 것 같다. 지역 내에서 나에 대한 동정여론이 많다는 것을 최근 알았다. 보궐선거 영향 때문인지 인지도도 많이 올라갔다. 동작에 중앙대 관련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나만한 적임자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지역위원회는 앞으로 다가오는 총선 및 대선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구민들은 지역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지역사정에 밝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도 지역 여론에 부합하기 위해 민원상담을 계속 해주고 있다. 나경원 의원 사무실 건너편에 동작(을) 지역위원회 캠프가 있다. 동작구 당원들하고 선출직 시구의원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현안에 대해선 주민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알려주고 당원들에게는 당정보고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최근 여야할 것 없이 지역 밀착형 홍보전으로 각 당이 이룬 성과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당도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를 도입했습니다.” 등 지역 밀착형 홍보 문구로 바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써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나름대로의 식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의 생각을 말씀하신다면?

역사 국정교과서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다양한 사회에서 하나의 공식으로 공부하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역사라는 것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큰 틀이 바뀌지 않는 한 논쟁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교학사에서 나온 교재만 표준화해 사용하라는 것은 웃긴 얘기다. 일제 강점기 식량 수탈을 수출로 고친다고 진짜 있었던 착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 박정희가 만주군관학교를 나온 것이 사실인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감춘다고 감춰지겠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 독립운동 했던 사람도 견디다 못해 친일을 택한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굴곡진 것이 인생인데 국가가 좋은 것만 바라보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이며 민족과 국민의 불행이다.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면 단일교재로 가르치겠다고 한다면 나는 수많은 토론과 협의가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토론과 협의로 대한민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진실된 역사를 함께 가르쳐야 한다. 근현대사가 왜 왜곡되어 가는지 찬반논란이 계속되는 데도 여기에 필자마저 비공개로 하는 것도 웃긴 얘기다.

날림으로 만든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광주민주화항쟁이 폭동으로 왜곡 보도된 사례처럼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때 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처럼 언행일치가 안되는 이런 정치인을 누가 신뢰하겠나. 이런 논란은 중단됐으면 좋겠다. 오히려 경제를 살리는 데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3년차 박근혜 정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신다면?

점수로 매기면 30점이다. 3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지고 있으니 30점이라는 얘기다. 이걸 빼면 한마디로 빵점짜리 대통령이다. 박근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남북 간의 문제’ ‘지역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차버렸다. 우선 북한은 노동력도 우수하고 임금도 싸면서 자원도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경제발전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지역감정 역시 한쪽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나서줬다면 지역통합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남북관계와 더불어 지역감정 역시 오히려 더 골이 깊어져 버렸다. 특히 불통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와 여야가 서로 소통해야 되는데 야당을 좌파 빨갱이라고 부르는데 소통이 되겠나. 대통령이 여당 대표하고도 소통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시절 사학법 때문에 국민들을 버려두고 국회를 6개월 동안 마비시킨 사람이다. 지금은 세월호를 가지고 야당이 국회에 나오지 않으면 민생을 저버린 야당이라고 불같이 공격한다. 야당도 세월호를 가지고 끝까지 싸웠어야 했다. 국회가 마비되든 말든 거리로 나갔어야 했다. 그리고 싸워놓고 힘에 부쳐 안됐다고 국민들께 하소연이라도 했다면 이해를 받았을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치고 끝낸 것이 아쉽다. 우리도 마무리를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를 위한 많은 봉사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고 구민들을 위해 최근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노인정도 가고 종교시설도 가고 복지관도 가고 하지만 이건 기본이고 이것보다는 법 시스템을 바꿔서 도와주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로당의 냉난방비, 영유아의 복지예산, 특수 장애인학교 지원예산 등 법으로 제도화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현 중앙정부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지자체만으로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는 신경 쓰고 싶어도 힘이 모자란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때 국가예산을 지역예산으로 확보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이런 면에 있어서 법제도도 현실에 맞게 바꿔줘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법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현실정치를 바꾸려면 언론도 전문가들도 균형감이 필요하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언론도 기울어져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위원들과 너무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시대정신이 있어야 한다. 정치를 하면서 시대정신이 흐려진다면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아무 소명의식도 없이 권력자에 붙여서 정치를 업으로 삼아서도 잘못이다. 문제인 대표가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또는 지역구 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더불어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다. 같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만들려면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잘 못된 지도자는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내년 총선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기존 정치를 바꿀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멋대로 해도 당선된다는 분위기를 국민이 바꿔주었으면 좋겠다. 유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했으면 좋겠다.

허동준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지역위원장

중앙대 법학과 졸업
중앙대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중앙대 총학생회장/전대협 대변인
문충실 이창우 동작구청장 인수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동작구 공동선대위원장
문재인 대통령후보 부대변인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