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선당후사, 정치 잘되는 지름길”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정부 10년 역사’를 함께 한 청년이 있다. 바로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의 정치적 뿌리는 1982년 김대중 대통령에서 시작된다. 서울대에 입학하던 1982년, 김대중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머나먼 이국땅으로 귀양생활을 떠났다. 이는 정 전 대변인이 학생운동에 몸을 바치게 된 계기가 됐다. ‘민족의 지도자가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이 땅은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 땅의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시대적 사명’을 실천한 것이다.

85년 김대중 대통령이 귀국하고 87년 직선제를 쟁취했을 때 당시 학생운동으로 투옥됐던 정 전 비서관은 차디찬 감옥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대중 총재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모시고 그 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본인의 청춘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28세이던 1991년 평민당 관악구을 지구당에 입당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해방이후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 행정관으로 임명돼 국민의 정부 ‘100대 국정과제’ 수립에 참여했다. 이후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150대 핵심공약’을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정부 10년 역사’를 함께 한 그는 “정치인에게 지역발전은 현미경으로 꼼꼼하게, 국가발전은 망원경으로 멀리 내다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순대국을 좋아하고 날씨 좋을 때 도림천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서림동 주민이다. 30년 관악주민으로 25년 정통야당의 한 길 걸어왔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이 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관악을 지역위원장이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행정관을,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을 거쳐 대변인 등을 담당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위 정책특보로도 활동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내 정치의 뿌리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1982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전두환 정권에 의해 머나먼 이국땅으로 귀양생활을 떠났다. 학생운동에 몸을 바친 중요한 계기가 됐다. “민족의 지도자가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이 땅은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 땅의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시대적 사명을 실천했다. 85년 김대중 대통령이 귀국하고 87년 직선제를 쟁취했을 때 당시 학생운동으로 투옥됐던 나는 차디찬 감옥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김대중 총재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모시고 그 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내 청춘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1991년 평민당 관악구을 지구당에 입당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해방이후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졌다. 인수위 행정관으로 임명돼 주요 국정과제 총괄팀에서 일하며 국민의 정부 ‘100대 국정과제’ 수립에 참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시 당 정책위원회 기획예산전문으로 만났다. 16대 대통령선거에 참여하면서 ‘150대 핵심공약’을 만들어 직접 보고했다. 당선되고 나서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가 전문위원으로 인수위 전체를 기획했다. 이런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청와대까지 들어가게 됐다. 이후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셈이다.”

전직 대통령의 말씀들 중 기억나는 게 있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 시절에 “영화 ‘쥬라기공원’ 한편을 제작하는 게 자동차 1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문화산업이 대한민국을 융성시키는 핵심산업”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말씀하셨다. ‘쉬리’와 같은 영화가 대박을 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소재가 가능한 시대를 열어준 김대중 대통령 덕분이다. 가수도 마찬가지다. 자유롭게 가사를 쓰며 새로운 문화가 탄생했다. 한류의 첫걸음이 시작됐다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을 얘기하면 IT산업을 많이 얘기하는데 덧붙여 난 문화산업을 몇십 단계 발전시킨 분이 김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과정 중 대학원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교수는 당시 신문에 실린 김 전 대통령 사진을 보이며 “한국에 김대중 대통령이 있다. 이분은 국제적으로 만델라와 같이 민주주의에 기여한 분이다. Mr.정이 이 나라에서 온 정태호다”라고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위상을 수십 단계 업그레이드한 분이라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열정적이면서도 역사에 대한 책임도 강하고 자기를 버릴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옳은 길이라면 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려고 했다. 개인적인 득실을 따지는 그런 대통령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기록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정부의 기록을 대단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근대사에서 정부의 기록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분이다.”

대통령 인수위에 두번이나 참여한 경력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이다. 인수위에 있을 당시 이야기를 해달라

“대통령직 인수위는 그 정부가 나가야 할 지도를 제작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인수위원들에게 ‘참여정부의 지도제작자’라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가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모두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되고 역사가 되는 법 아닌가. 꿈이 현실과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지도를 제작하는데 두번이나 대통령직 인수위로 참여한 건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다.”

2014년 관악(을)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4.29 재보궐선거, 당연히 자신 있었다. 관악은 야당의 자존심인 곳이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가 출마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이길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 새누리당에 졌다. 정동영 후보는 본인에게 표 쏠림현상이 나타날 거라고 기대했지만 국민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출마였다. 출마 명분이 없기 때문에 표 쏠림도 없었다. 4.29 보궐선거 결과가 말해준다.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보다 내가 14%포인트 앞섰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게 있다. 국민들은 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그 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당이다. 자기가 잘나서 정치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이 부분에서 겸허해야 한다. 당이 잘 되어야 후보들도 잘되는 것이다. 선당후사 정신이야말로 국가, 국민, 정치가 잘 되는 지름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당은 언제나 위기상황이 있을 수 있다. 영국 노동당은 18년 만에 집권했고 한국의 민주당도 20년 가까이 집권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다. 이런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집권할 수 있다. 견뎌내지 못하니까 변절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당을 지키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서로 싸우다 탈당만 할뿐이다. 탈당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두 자기 이해관계로 탈당하는 것 같다.

당원들은 노선과 정책, 철학에 맞춰 당에 들어온다. 당내에서 싸움이 일어났다고 당을 나가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위기상황일수록 당의 노선을 정비하고 정책을 다지고 정권을 바꾸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지금 모두 너무 조급해 하는 것 같다. 우리 당 대표 임기를 보니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문재인 대표가 28번째 당 대표다(비상대책위원장 포함). 당 대표 평균재임기간이 5.5개월인 것이다. 유일하게 임기를 마친 당 대표가 정세균 대표 한분일 정도다. 잘하던 당 대표도 보궐선거 하나 잘못했다고 쫓겨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 당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당의 안정성까지 해치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당으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가 없다. 지금 우리 당은 긴 호흡으로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불안감’ ‘불안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에게 안정감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매번 관악(을)에서만 출마했다. 이 지역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에 뜻이 있다면 한 곳에 뿌리내리는 정치를 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 출마해보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철새가 아니다. 철새정치는 도망가는 정치다. 관악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30년 동안 관악에 뿌리내리고 살아왔다. 서울대를 다녀서 청년시절부터 뛰어놀던 곳이기도 하다. 본적은 신혼살림 차리면서 받은 주소, 신림1동 1624-27번지다. 관악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국회의원 출마는 20대 총선을 더하면 4번째 도전이다(18대, 19대, 4.29보궐). 30년 넘게 관악에 살다보니 지역 사람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지역봉사도 같이하고 생활체육도 많이 한다. 김치 담그기 등 지역 구석구석의 행사도 대부분 참여한다. 지역 활동하면서 민관이 공동으로 무엇인가 해낼 때 더 큰 결실이 맺어진다는 걸 체험했다. 오히려 주민이 주체가 돼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옛날은 주민동원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동력이 돼야 한다. 봉사하는 분들의 역할이 크다.

얼마 전 김장행사에서 김치를 담갔다. 다섯 포기만 담가도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그런데 회원님들은 당신이 담근 김치가 우리 동네 독거노인들에게 간다는 보람으로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열심히 담그더라. 그 모습을 보고 정말 감명 받았다. 스스로 주체가 돼서 참여하는 분들이다. 따뜻한 마음 나누며 추운 겨울 이겨내는 곳이 내가 발 딛고 있는 관악이다.”

관악구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현안은 무엇인가

“관악발전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사통팔달의 교통체계를 만드는 것이고 둘째, 교육환경을 평균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교통체계는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신림경전철 기공식이 열렸다. 내년 5월 강남 순환고속도로도 개통이 예정돼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원만히 해결돼 신봉터널 공사가 완공되고 강남순환도로로 이어지면 주민들의 편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난곡선 경전철이 아직 남아있긴 하다.

서울시에서 민간사업자 선정절차에 들어갔다. 최대한 빨리 선정돼 신림선과 비슷한 시기에 개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난곡선을 제대로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관악 교통체계는 완성된다. 교육부문은 젊은 학부모들이 자녀교육문제에 걱정이 많다. 그들에게 우리 지역에서 교육시켜도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줘야 한다. 서울대학교를 활용해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 아이들이 서울대 다니는 학생들을 ‘언니’ ‘오빠’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멘토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멘토시스템이 도입되면 자기 삶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지역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자기 아이가 과외가 아닌 우연한 계기로 서울대생을 만나 언니동생 사이가 됐는데 만날 때마다 공부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상당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학부모 얘기를 들으며 효과가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반환점을 이제 막 돌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 마디로 ‘하는 일이 없는 정부’다. 이번 정부는 정말 하는 일이 없다. 난 이런 정부를 보면서 위기감마저 느낀다. 한국경제는 이대로 가면 위기에 봉착한다.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고민조차 안한다. ‘창조경제’란 말만 할뿐 실체가 없다. 밖에 나가 외교한다고 돌아다니는데 아무 것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여왕처럼만 행동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말하는 것도 저급하다. 대통령이 70년대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70년대 정치사고로 21세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후 뭘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엉뚱한데 힘을 쏟고 있다. 10년 후 국가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째, 한 지역이 발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관악은 서울시와 긴밀한 교감을 통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서울시장과 소통해왔고 앞으로도 소통을 잘할 자신이 있다. 특히 관악구는 구청장부터 시의원, 구의원까지 야당 의원이 많다. 서울시장-국회의원-시구의원의 공동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지역은 국회의원 이빨이 빠져있어 기회손실이 많다.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큰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기회손실 없이 속도감 있게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둘째, 우리 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다. 서민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믿음을 가져줬으면 한다. 셋째, 관악은 민주주의의 요람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호남 다음으로 최다득표를 한 지역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였을 당시 마지막으로 유세했던 곳이다. 관악은 민주주의의 역사, 정권교체의 역사가 있는 자랑스러운 지역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주민들이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제 손으로 관악을 찾아오고 싶다. 그래서 관악은 정통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관악을 찾아와야 제 개인적인 역사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우리 당 지지자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이겨서 국민과 우리 당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다.”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사
-뉴욕주립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김대중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대변인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위 정책특보
-現 더불어민주당 관악을 지역위원장
-평화민주당 관악구을지구당 입당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정책조정비서관/기획조정비서관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