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속 키리졸브(KE)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의 의미

 

▲차동길 박사

벼랑 끝에 선 김정은 정권
2016년 초부터 기습적인 핵실험으로 전 세계를 경악케 한 북한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광명성 4호로 명명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대규모 군중대회를 개최하면서 김정은의 위대한 지도력을 한껏 띄우고 있다. 중국이 아직은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북한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와 국제사회의 분위기다.

북한제재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우리정부이다.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이자 통일의 디딤돌이었던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단전, 단수조치를 취하였으며, 그동안 전략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던 한반도 사드배치를 공개적으로 검토에 들어감으로써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유엔회원국 자격논란과 김정은 정권 교체 필요성 제기, 미국의 신속한 대북 제재법 공포, 한국 내에서 핵무장 필요성 제기 등만 보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그동안에는 김정은 스스로 준비된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였지만 이번에 그가 서있는 벼랑 끝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박에 밀려 서있는 원치 않는 곳이다. 온갖 화술로 대남, 대미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그만큼 자신의 권좌가 불안하다는 증거로서 고양이에게 쫓기던 쥐가 막다른 골목에서 달려들 수 있음에 도발의 위험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할 수 있다.

한미 군사력에 의한 대북압박
이런 상황 하에서 치러지는 2016키리졸브(KR: Key Resolve) 연습과 폴 이글(Foal Eagle) 훈련은 단순한 연습의 차원을 넘어 실시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고, 북한에게는 상당한 군사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안보점검 당정회의에서 우리 군 병력이 예년의 1.5배 수준인 29만 명이 참가하고, 미국군은 예년보다 2배가 많은 1만5000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시행된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연습을 계기로 미국군은 F-22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B-2 스텔스폭격기와 핵추진항공모함인 스테니스호 항모전단 등 미국의 주요 핵전략자산들을 대거 한반도로 전개시키면서 대북압박을 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국회를 찾아 대북정책변화의 불가피성을 밝히고 국가안보위기 앞에서 국민의 단합을 강조하며 국민의 동의를 구하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 5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위험천만한 불장난 소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불을 즐기는 자는 불에 타 죽기 마련이다. 북침전쟁도발에 환장이 된 어리석은 역적들에게 차려질 것은 종국적 멸망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또한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은 이 땅 위에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려고 발악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전례 없는 북침 광기는 연초에 벌써 제２의 ８월 사태를 예고해주고 있다"면서 작년 DMZ 지뢰도발로 인한 군사적 위기를 상기시키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KR/FE연습의 역사적 배경
한미 연합연습의 시초는 1961년부터 실시한 소규모 후방지역 방호훈련으로 1975년에 한미연합 비정규전 훈련으로 발전하면서 폴 이글(Foal Eagle, 이하 독수리훈련)이라는 훈련명칭을 최초로 사용하였다. 당시 조랑말(Foal)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미 7특전여단과 독수리(Eagle)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한국 1특전여단이 쌍방자유기동훈련을 하는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후 1976년부터 실시한 팀스피리트(Team Spirit) 훈련이 1993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됨에 따라 사단급 야외기동훈련 및 상륙훈련을 독수리(Foal Eagle) 훈련에 통합하였으며 2002년부터는 1995년부터 실시한 전시증원전력의 수용, 대기, 전방이동 및 통합(RSOI: 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rgration)연습을 폴 이글(Foal Eagle) 훈련에 통합하여 RSOI/FE 연습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2008년부터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에 따라 전반적인 연합연습의 성격이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으로 변화됨에 따라 팀스피리트(Team Spirit)폐지 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시행해 오던 정부차원의 전쟁연습인 을지포커스렌즈(UFL: Ulchi Focus Lense) 연습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Ulchi Freedom Guardian) 연습으로, RSOI/FE연습을 키리졸브/폴이글(KR/FE) 연습으로 각각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다.
KR 연습은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두고 매년 전반기에 실시하는 한미연합 전구급 지휘소연습(CAX)이다. 참가부대는 한측은 국방부 및 합참, 각 군 본부, 작전사, 국방부 직할부대, 합동부대 등이며 미측은 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태평양 사령부 등이다. 독수리(FE) 훈련은 한미 야외기동훈련(FTX)으로 연합기동훈련, 해상전투단훈련, 연합상륙훈련, 연합공격편대군훈련 등 한미연합작전과 후방지역 방호작전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이다.

2016 KR/FE연습의 특징적 의미
2016 KR/FE연습은 사전에 계획된 연례적인 한미연합연습이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위기 속에서 실시되는 연습과 훈련인 만큼 몇 가지 특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연습 및 훈련임과 동시에 실전이다. 전술제대에서 교전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전략제대에서는 실전과 다름없이 군사력을 투입하고 있다.
둘째, 대북압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습내용으로 구성된다.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듯이 한미는 이번 연습 간에 북한붕괴에 따른 작전계획 5015를 적용하고, 김정은 참수작전과 북중 국경지역까지 전장을 확대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략적 메시지는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셋째, 역대 최대 규모의 훈련 병력과 전략자산들이 참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연습과 훈련의 수준을 넘어, 실전에 대비한 군사력의 투입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을듯하다. 그만큼 현재 한반도는 정치, 군사적 위기 속에 있다는 의미이다.
넷째,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 중인 대북제재조치가 조기에 결정되어 시행된다면 본 KR/FE 연습과 맞물려 대북 억제 및 강압의 효과는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북한의 핵능력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이 핵능력을 확실하게 갖추지 못했을 때는 한미연합연습기간 중 전쟁분위기를 고조시켜 내부결집을 도모하는 기회로 활용하였다. 만약 북한이 핵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된다면 한미연합연습기간 중이라도 두려움 없이 군사적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금번 연습 기간 북한의 행동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1960년 12월6일 출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북한학 전공, 정치학 박사)
前 해병대교육훈련단장
現 단국대 공공인재대학
해병대 군사학과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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