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사무총장, “진박·친노 논쟁 그만, 정책 집중”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모습을 보자. 친박, 진박, 친노, 비노 등.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계파가 난무한다. 급기야 이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후보도 있다. 계파 갈등 이슈는 유권자의 시선을 뺏는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의 공약이나 생각을 들여다볼 기회를 잃는다. 합리적인 유권자의 선택을 방해한다. 공약과 정책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는 정당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유권자가 후보자의 공약과 정당의 공약에 각각 한 표씩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정책으로 준비된 후보자가 진정한 ‘일꾼’이라는 걸 강조했다.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제대로 알고 한 표를 행사해야 합리적인 투표가 된다. 이번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정강정책은 무엇일까. 더리더는 지난달 21일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실에서 이 사무총장에게 각 정당의 정강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우리나라 정당 정치에 대해 ‘허술하다’고 평가했다. 혹평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과연 정당이 있는가’라는 의심마저 든다. 정당 정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정당의 행동강령에 의해 움직이는 게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은 ‘공천 파동’을 겪고 있다. 공천은 공익을 위해 후보를 뽑아야 한다. 민주적으로 공천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됐다고 볼 수 없다. 한마디로 창피하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 ‘국민과 친해지겠다’는 걸 내세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후보들이 내세우는 게 무엇인가. 친박, 진박, 짤박, 친노, 비노…. 이런 용어가 난무한다. 유력 정치인하고 친한 사람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일을 할까.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이런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

또 정당의 뿌리가 없다. 뿌리는 당원이다. 유령 당원이 나오고 있다. 당원 없는 정당인 것이다. 당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친인척들이다. 너무 허술하다. 선거나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정당정치 실현을 위해 세금을 걷어서 보조금을 주는데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일단 의원들이 무책임하다. 책임정치를 회피하고 있다. 야권은 선거를 앞두고 분열과 통합을 반복했다.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선거 때 좋은 구도를 선점하기 위한 집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집권당으로 정부 정책의 폐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기 위해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당은 이념을 통해 정권을 창출해야 하는데 결국은 선거구도상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단체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천을 여론조사로 대체하는 것이다. 정당 공천은 민주적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여론조사로 대체했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여론조사로 뽑으면 된다. 여론조사와 투표가 같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여론조사로 후보 선출을 대체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신뢰구간이 있다.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후보들은 누가 이겼다고 볼 수 없다. 연필을 굴려서 후보를 뽑는 것과 같다. 정당을 더 허약하게 만든다.”

“단순히 전화로 후보 이름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모바일 투표로 정책까지 물으면 더욱 합리적이면서 민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조사할 때 주요 정책, 소속 정당, 이름 이렇게 3개를 동시에 물어봐야 한다. 이를테면 ‘청년일자리·새누리당 A후보’, ‘노인복지·더불어민주당 B후보’ 이런 식이다. 지금 하고 있는 여론조사를 이 방식으로 대체하면 결과가 바뀔 것이다. 정책을 내세우는 게 더 선거에 맞는 방식이다.”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합리적인 투표가 이뤄지기 위해선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각 정당들은 어떤 이념을 담고 있을까. 어떤 변화를 거쳐 이념과 정강정책이 만들어졌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새누리당, 선거 승리 확신에 ‘강한 보수’ 경향

-새누리당의 강령은 어떻게 발전됐나. 또 어떤 시점에서 변화를 겪었나

“새누리당 강령은 15대 대선 전인 1997년 12월2일에 제정됐다. 만들어진 후 강령이 두 번 바뀌었다. 보통 강령은 선거에서 질 것 같을 때, 위기를 느꼈을 때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 변한다. 새누리당은 16대 대선 전인 2003년 6월26일과 17대 총선이 치러졌던 2004년 3월23일, 두 차례 강령을 전면 개정했다. 특히 2012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개정된 강령을 주목해야 한다. 한나라당 핵심 노선은 강령 2조에 명시된 ‘큰 시장’과‘작은 정부’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강령 개정과정에서 ‘사유 재산권을 보장하고 균등한 기회와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며 사회적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민간의 활력이 넘치는 자유시장경제를 구현한다’는 항목을 삭제했다. 새누리당은 시장경제 우선을 강조하는 대신 평생 맞춤형 복지제공과 공평분배 등을 내세운 것이다. 기존 강령과 달라져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서 연이어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따뜻한 보수’를 표방했지만 연이은 승리 이후 ‘강한 보수’로의 회귀성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에선 경제 활성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주도의 성장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보다 실효성 있는 전달체계 구축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당 정책 강령은 언제 만들어졌나. 또 언제 변했나

“더민주당의 경우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연달아 패배한 이후 5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2009년 정강정책이 바뀌었다. 정세균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당 쇄신방안의 일환으로 ‘뉴 민주당 플랜’을 발표했다.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추구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강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명시했다. 또 경제문제와 관련 ‘성장’에 무게를 두겠다고 발표해 우경화 논란이 일었다.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야권 정당과 단일화했다. 다른 진보적인 정당을 흡수, 노동가치를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또 생산적 복지를 추구했다. ‘퍼주기식 복지’를 제시했으나 패배했다. 당시 복지정책은 새누리당과 비슷했다. 대선 이후 ‘유연한 개혁’으로의 회귀성을 보이고 있다.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해 차기 총선에선 과감한 보편적 복지 확대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처럼 소득분배에 대한 진보적인 정책이 많이 없어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계층·세대 간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동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하기 위해 성장을 중시하는 이중적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에선 분배가 강조됐다. 지금도 분배가 여전히 강조되지만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조금 이동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약간 ‘우클릭’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정책 강령은 어떤가

“국민의당은 지난 2월 출범했다. 합리적 개혁주의를 추구한다.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융합하는 것이 목표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세운다. 강령에서 공정성장과 공정분배를 주장했는데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 제고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령 제정 이후 결합한 세력에 따라 분배와 사회경제주의가 더 강조될 수 있다.”

“정의당은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념적 진보정치에서 현실적 진보정치로 전환하는 신강령 7대 비전을 발표했다. 또 ‘비정규직 정당’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지난 대선보다 재벌대기업의 승자독식과 특혜 근절에 대한 이슈 파괴력이 떨어졌다. 총선에선 청년문제 해결 등으로 이슈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정당을 표방하나 진보세력과의 선거연합과 야권선거연대 수준의 진척 등에 따라 정당의 선거공약이 변할 수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각 정당 정강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새누리당 강령은 전체적으로 모순된 가치를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제시했다. 새누리당의 공약은 박근혜정부의 ‘공약+a’이다. 사실상 지금 가진 예산에서 공약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예산조달이 원활하게 되려면 증세를 하든, 현재 진행중인 정책을 중단하든 해야 한다. 지하 경제 양성화 방안으로는 충당이 안 된다. 더민주는 예산 추계를 적게 한다. 100조원이 들어갈 공약에 50조원이면 된다고 밝힌다. 그래야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공약을 내세울 때 정확한 집계가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만들어진 정당이어서 완벽한 정강 정책을 수립하기 힘들다. 이번에 중소기업, 벤처기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우리나라의 취약한 중소기업구조를 알고 대책을 세운 건지 모르겠다. 안철수 대표가 중소기업에 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의당은 소득분배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나라든 분배나 해체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에 대한 답이 공약에 빠져있다고 본다. 해체하면 무엇으로 대신할 것인가. 정의당은 그것만 해체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동의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이 문제지만 해체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이 없다.”

“그럴 땐 ‘우선순위’에 중점을 둬야 한다. 복지, 경제, 일자리정책이 주요 공약이다. 순위가 몇인지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나타난다. 정당들이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 몇 번째인지 알아야 한다. 만일 앞자리에 있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고 후순위라면 낮다.”

“두 가지다. 정당정책에 한 표, 후보자 정책에 한 표를 던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또 공약예산표를 낼 수 있는 후보자와 낼 수 없는 후보자를 구별하면 된다. 우리가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총선은 입법부를 뽑는 선거다. 입법부, 국정감사권, 예결산심의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은 입법부 선거가 아닌, 지자체나 대통령 선거에서 나올법한 공약을 내세운다. 지역으로 뽑힌 의원이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광재 사무총장
–– 1964년 서울 출생
––국민대 무역학과 졸업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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