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의 예측과 결산, ‘이대로는 안된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

선거가 보름이나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해서 결산까지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이다. 이미 일정한 궤도를 잃어버린 변화무쌍한 한국정치를 예측하고 결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과학의 범위 밖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 13 총선을 충분히 분석해야지만 한국정치의 존재와 현 주소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은 4. 13 총선 준비 기간 중 한국정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많아서 확률 높은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국민들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모든 것을 보았다. 한마디로 한국정치의 민낯을 본 것이다. 아마도 우리시대에 꼭 풀어야 할 문제들, 남북문제ㆍ일자리창출문제ㆍ미래 먹거리 문제ㆍ노인문제ㆍ영육아ㆍ저출산 등을 정치인에게만 맡기고 의존해서는 안되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은 정당과 정치인을 욕하고 비난하면서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요구를 했었다. 국가적ㆍ사회적ㆍ경제적 문제를 풀어줄 곳이 정치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정치권의 민낯을 보면서 정치권에 대한 기대를 낮추거나 포기했을 것이다.

정치권 수준의 하향평준화 현상은 우리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을 보면서 한국정치와 미국정치의 닮은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랫동안 작동되어 온 정치시스템에 즉 정당, 선거, 의회 등의 일상의 정치가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국민들과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더 정치적 개입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참여함으로서만 지금의 정치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정치시스템의 창출이 필요한 것이 한국적 상황이요 세계적 정치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정치시스템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기의 일을, 어떤 분야의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열정 또는 전문성이 있는 자를 잘 선발하여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즉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 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전체를 보고 정당의 속을 살펴보고 누구를 뽑아야 할지, 어떤 정당을 밀어줘야 할지를 체계적이고도 조직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유권자의 몫이 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할만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겠다. 이번 4. 13 총선을 예측하고 결산하면서 이에 대한 답을 도출할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모든 선거에 있어서 승부와 당락의 결정적인 요인은 누가 선거프레임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있다. 국지전보다는 전술ㆍ전략이 체계적이어야하기 때문에 선거라는 전쟁에서는 선거프레임이 매우 중요하고, 선거는 한마디로 프레임의 싸움이라고 한다. 4. 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야당심판론’,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심판론’, 국민의당은 ‘양당정치심판론’을 각각 선거프레임으로 내걸었다. 과연 먹힐만한 선거프레임인가. 한마디로 4. 13 총선에서 선거프레임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심하게 표현하자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 셈이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경제 대응아젠다로 선거프레임을 준비하려고 강봉균 경제전문가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쓸모가 별로다. 선거양상을 분석하지 못한 새누리 선거전략팀의 오류라고 볼 수밖에 없다.

4. 13 총선에서 선거프레임의 공백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정당 간 대결구조이다. 각 당은 국민과 유권자를 의식한 공천준비를 했다기보다는 내년 대권을 향한 당내 세력구축에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당과의 경쟁과 대결을 의식한 준비는 전혀 없었던 덧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위주의 정치세력 포석에 주력했을 뿐이지 그들이 내놓은 야당심판론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었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운이 좋은 것은 4. 13 총선의 대결구도가 일여다야 구도로 형성되었다는데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경제심판과 경제민주화의 슬로건을 내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고민은 국민의당을 압도하는데 있을 뿐이다. 한 예로, 김종인 대표가 광주에 가서 호남대망론을 이야기하고 국민의당을 비판한 것은 스스로 경제심판이라는 선거프레임을 팽개친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대표는 광주에서 국민의당과 대결구도를 형성하기보다는 새누리당을 향해서 대포를 쏘아야 했었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이다. 말이 양당정치심판이지 더불어민주당의 우위를 막고 국민의당의 정치적 생존에 전념할 뿐이었다. 이번 선거에 선거프레임으로 내건 새누리당의 야당심판론,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심판론, 국민의당의 양당정치심판론에서 ‘심판’이 없어져 버렸다. 심판프레임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4·13 총선의 승부를 가를 핵심변수는 돌발변수가 없다면 후보단일화이다. 이미 선거의 대결구조가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구조를 흔드는 것은 야권 후보단일화밖에 없다. 선거프레임이 이미 빛을 바랜 바 각 지역에서의 후보단일화 내지 연대가 핵심변수가 된 것이다. 후보단일화는 야권에만 국한되지는 않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중첩현상은 너무도 심각하기 때문에 절실하다. 역대 야당끼리의 경쟁이 이렇게 지지기반이 중복되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호남과 수도권이 지지기반인데 중복이 되고 있다. 과거 3김 시대의 경우 수도권 외에는 중복이 안되었기 때문에 우호적 연대나 단일화가 어렵지 않았었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구조는 중첩되어서 적대적이고 공존이 불가능한 양상이다.

두 당간의 중앙당 차원의 연대는 이미 물건너 가고 후보자끼리의 연대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양당의 대표가 후보단일화의 우호적 조건을 만들어주기는커녕 서로간의 ‘정치적 참수’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 후보자간 후보단일화가 활발하지 못하다. 결국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유권자의 몫이 되고 말았다.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여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유력한 야당 후보에게 집중할 것이다. 과연 얼마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확신에 찬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야권 지지층의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은 대구에서 시작해서 대구에서 끝났었다. 대구의 공천결과 대구 유권자는 정말 오랜만에 어려운 정치숙제를 받은 셈이 되어버렸다. 비유를 하자면 객관식으로 시험을 치러왔던 수험생이 주관식 문제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천 막판에 김무성 대표가 대구의 유승민 후보의 지역을 무공천으로 남기면서 대구의 4. 13 총선은 전혀 다른 문제와 과제를 던져주었던 것이다. 대구를 보면 광주와의 정치적 유사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대구의 정치현상을 광주에서는 이미 먼저 몇 번 치루었던 현상이었다. 대구와 광주의 유권자들은 이런 현상을 안타까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유권자의 힘으로 정치적 결론이 나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당의 공천으로 끝나버렸던 선거가 유권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것에 대해서 주권자의 존엄을 만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투표는 정치적 동기에 좌우된다. 내가 꼭 투표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투표율과 직결되는 데는 현실적 동기부여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역대 총선에 있어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게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에게 유리하다는 정설이 있었다. 정치적 기반이 공고한 여당은 투표율이 낮아야만 유리한 것이고, 정치적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서 많은 유권자가 동원되는 것이 유리했던 야당의 사정을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투표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야당이 실패한 경우가 많았었다. 이번 선거에 있어서도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여당에게 불리하고 낮다고 해서 여당에게 유리하다고 하는 정설과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은 높다.

확실한 것은 4. 13 총선의 전체과정을 볼 때 낮은 투표율이 정상이다. 국민들과 유권자가 본 한국정당들의 민낯은 ‘정치적 혐오’를 느끼는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정치외면’의 단계까지 다달았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은 야당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투표율이 낮아도 새누리당의 일정 지지층은 투표를 하지만 분열상태에 있는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투표장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야권 지지층의 정치적 좌절을 해소시킬 야권 전체 지도부의 행동이 필요할 것인데 불행하게도 야권의 양당은 적대적 전투관계에 있다. 요컨대 여ㆍ야가 숙지할 것은 4. 13 총선 승부의 핵심변수가 후보단일화와 투표율에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총선기간 중에도 내전(內戰)을 치르고 있다. 야당의 경우 이미 갈라서서 4. 13 총선에서 중간정산을 하게 되지만 새누리당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내의 전쟁이 전면적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친박 위주의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의식한 듯한 새누리당의 전열정비는 자칫 여당발 정계개편을 초래할 수가 있다.

새누리당의 내전이 구심력보다는 당 밖의 원심력에 의해서 내홍을 겪을 수도 있다. 당의 중심인 정치적 결단과 선택에 따라서 새누리당 변화의 폭은 매우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 결과가 새누리당이 공공연하게 예측하는 수치인 160석을 훨씬 상회할수록 새누리당의 정치적 욕심은 커질 수밖에 없고 동시에 당 안팎의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새누리당의 변방 내지 바깥의 원심력이라 함은 단순히 비박 또는 무소속 당선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정치적 정산에서 일탈한 정치세력이 합세할 수가 있다. 새누리당발 정계개편이라는 말이 단순히 새누리당만의 변화ㆍ변경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의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그들이 공언한 120석과 40석을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총선 결과 야당의 정국운영 동력은 생기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다. 즉 야당은 변화하고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7년 대통령선거가 그것을 독려하고 유인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총선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었던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본래의 토착세력들이 자리매김을 할 때 변화는 불가피하고 제2의 내전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생존이 진로를 말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정치의 생존에는 세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 번째 안철수 대표가 당선이 되어야 하고, 두 번째 20석 이상의 원내의석을 반드시 획득하여야 하며, 세 번째 그 당선자 중 비 안계(非安系)가 과반수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 조건이 꽤 까다롭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창당취지인 양당정당 구조 극복을 위한 제3당의 길에 안착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4. 13 총선 결산서는 정치적 심판ㆍ결단ㆍ결론ㆍ정산이 아닌 새로운 한국정치에의 예고이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은 정치변화의 중심이 되는 법인데 그들이 공천의 족쇄와 유권자의 심판으로부터 자유스러워졌기 때문에 움직임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움직임에는 명분과 실리가 필요한 법인데 총선 이후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한 명분과 실리는 확실하다. 명분은 지역주의 타파, 독선적 권력을 민주화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만으로도 충분하다. 변화의 실리의 중심에는 2017 대권이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의 새누리당에 대한 정치적 상상을 안했고 금기시되어 왔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2017 대권을 계산하기 시작하면 그들에게 탈박근혜의 명분과 실리가 보이게 된다. 더불어서 야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야당의 경우는 이미 각각의 대선캠프가 차려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여ㆍ야당에게 공히 정치적 큰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과 명분 그리고 실리가 주어졌다. 이를 더욱 재촉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에 마음이 가있다는 것이다. 4. 13 총선 결산서의 핵심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박상철 교수

법학박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대학원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