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主權의 喪失時代

최근 중국의 매체에서는 사드 (THAAD)배치 논쟁과 대규모 한미 군사연합훈련 실시를 계기로 한반도가 아시아의 화약고(火藥桶)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긴장과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한반도 위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중국의 외교부장(장관)도 한반도에 화약 냄새가 난다고 거들고 나섰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 안보와 관련한 중국의 국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중국군의 군사개입 등을 포함한 비상대책(預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드를 만일 한국에 배치하게 될 경우 중국의 민간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대응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백두산 주변지역을 포함한 동북3성에 배치된 중국의 핵무기와 미사일들을 사드의 레이다 탐지가 불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둘째, 사드의 레이다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가령 과거 미소간의 냉전시대에 서로간의 핵무기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고 상대방을 교란하기 위하여 진짜와 가짜 핵무기를 적당히 섞어서 열차나 트럭들에 실어서 계속해서 위치를 이동하였던 수법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러시아가 1990년대 말까지 보유 운용하였던 핵미사일 열차처럼 중국도 달리는 열차에서 직접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사드의 레이더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유사시 사드가 배치된 군사시설을 사전에 선제공격해 파괴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단한 전략 무기도 아닌 사드 배치로 인하여 중국의 안보이익이 결정적으로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여 한반도내의 군사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서슴없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중국인이라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사드 하나만으로도 법석을 떠는 그런 중국이 자신과 국경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북한 땅에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뒷짐만 지고 구경만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이다.  입장을 바꾸어 필자가 중국인이라면 북한의 유사시에 군사개입을 주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북한의 유사시에 과거 한국전쟁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목적으로 중국 공산군의 군사개입이 이루어 질 가능성을 필자는 국민들에게 심각하게 경고하고 싶다.

한국전쟁 당시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은 대단한 수준이 못되었다. 더욱이 국제정치질서에서의 중공의 역할이나 지위는 사실상 무시할 수준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비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경제력이나 13억이 넘는 인구 등을 감안하면 아시아와 유럽국가 중에서 최강의 육군력을 보유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게다가 한국전쟁 당시와는 달리 지금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당당한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정치질서에서 미국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자국의 안보이익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사시에 한반도에 군사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한반도의 사정은 극도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중국이 북한 유사시의 혼란과 남북 간의 군사충돌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군대로 편성된 다국적군을 북한에 파견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무기나 핵개발 관련 기술 인력이 한국군에 의하여 접수되는 것을 극도로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도 한국군의 북한 내 진입을 오히려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으로 북한 정권이 내부모순에 의하여 스스로 붕괴되더라도 한국군은 북한에 한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이 북한 정권의 내부 붕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저절로 남북통일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하는 순진한 기대감에서 이른바 통일 대박론과 같은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들의 순진한 희망대로 한반도 주변국들이 모두 일심 단결하여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 준다면 통일대박론도 전혀 얘기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비집고 들어가기보다 낮아  보인다.

차라리 그런 몽상(夢想)에서  빨리 깨어나서 현실적 상황에 충분히 심적(心的)으로 대비하여야 할 때가 이미 도래하였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국제정세는 이미 남북한에 거주하는 우리 민족 모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긴장과 충돌 쪽으로 이미 큰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 정부가 김대중 정부시절의 대북 햇볕정책을 취하든,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남북관계는 마치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안한 미래를 향하여 달리도록 설계되어 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돌이켜 보면 과거에 약20여 년 동안(1985-2011년)한반도는 자신의 운명에 대하여 외세의 개입 없이 한민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는 결정적인 호기였다고 생각한다.   옛 소련이 사실상 붕괴하고 미국이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던 때부터 중국의 패권주의를 원천적, 그리고 군사적으로 봉쇄하고 제압하기 위하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재평형정책’을 들고 나오기 직전까지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

비단 우리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소 양 강대국의 통제 속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많은 지역의 나라들이 이때에 외세에서 벗어나려는 절호의 찬스로 생각하고 실제로 외세의 영향권으로부터 독립하였다.

이 기간 동안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럽 단일통화 경제권을 탄생시키면서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소련의 정치적 영향권으로부터 대부분 독립했다.

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이른바 중등국가(middle power)중에서 유일하게 외세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호기를 살리지 못한 나라가 딱 두 나라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이 실패한 史例(1993년-1997년)

1991년에 옛 소련이 무너진 이후 일본은 미국의 지나친 정치 외교적 간섭에서 벗어나 일본의 경제력에 어울리는 국제정치상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일군사동맹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다자간 안보체제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마침 1993년8월, 그때까지 장기집권을 하던 친미 의존 일변도의 보수여당인 자민당의 선거패배로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야당들의 연립으로 새롭게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총리가 등장했다.

호소카와 총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며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시인하면서 처음으로 이에 대하여 사과와 반성을 표명한 일본 총리이기도 하다. 그는 이로 인하여 개인적으로는 일본국내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였다.

호소카와 총리와 함께 연립정권을 구성한 여타 정당들도 대체로 친미의존도 가 높은 그동안 자민당 정권하에서의 일본의 안보체제나 외교정책에 대하여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 이었다.

일본은 그 때부터 미국의 정치군사적 영향권으로부터 사실상 독립하기 위한 안보, 외교 정책노선의 근본적 혁신을 모색하게 된다.

일본의 안전보장체제와 방위력 등을 재검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정책변경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간담회가 1993년 8월, 총리 직속으로 설치됐다.

1년 뒤인 1994년8월에는 종속적 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본의 안전보장에 관한 새로운 정책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히구치(樋口)보고서’가 완성됐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자주 독립을 향한 정책적 노력은 싱겁게 바로 수포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미국의 반대가 집요했고, 무엇보다 진보야당의 집권이 비교적 단기간 내에 종식되고 친미 일변도인 보수 자민당이 재집권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소간 냉전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유럽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Grip)이 크게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힘의 공백을 일본과의 군사동맹 강화를 통하여 보강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었다. 

1995년2월, 전직 국방성 고위직이 주도하여 작성된 민간 싱크탱크의 ‘동아시아전략보고서(EASR)’에는 이러한 미국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자민당이 재집권하던 1997년 9월, ‘신일미방위 협력지침’이 성립됐다. 일본은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안보체제를 모색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휠씬 심화됐다. 미국과의 군사적 안보협력을 종전의 일본 영토에서 아시아지역으로 확대적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본은 2015년에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아시아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로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일미방위 협력지침’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일본은 스스로 자주적인 안보개념과 체제를 포기하고 미일군사동맹에 국가의 안보와 외교를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외교주권이 허용된 황금시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경제력과 군사력은 중등국가 수준이면서도 열강의 외세로부터 자주적 외교주권을 확보한 성공 사례(史例)로는 중국을 지적하고 싶다.

1949년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후 중국외교의 기본목표는 자주독립의 확보였다.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과 동서 양진영간의 대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외교권을 확보하여 타국의 속국(중국말로는 부용국(附庸國)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비록 소련과 동맹을 맺고 미국에 대항하면서도 소련의 속국이 되지 않도록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자주독립적 외교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국정부의 기본전략이었다. 과거 강대국들이 힘을 앞세워 중국에 대하여 불평등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요해 왔던 역사의 전철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끈질긴 자주 노력이 가장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은 것은  바로 1974년2월22일 마오저둥(毛澤東)의 ‘제3세계구분론’이다. 이는 쉽게 말하면 세계는 3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째가 미국과 소련이며 둘째가 일본 유럽 캐나다 등 선진국이며 셋째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의 후진국이라는 주장이다.

초대국과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제1세계에 속한 미국과 소련이 세계평화의 최대 위협요인이지만, 중국은 이와는 반대로 같은 제3세계에 속한 나라들과 단결하여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투쟁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마오저둥의 세3세계구분론은 단순한  담론(談論)이 아니라 자주적 외교전략이다.

소련의 도움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후 오랜 세월에 걸친 인내와 각고의 투쟁을 통하여 비로소 얻어낸 외교권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상징하는 중국 외교사의 기념비적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공산당 간부들을 교육하기 위하여 마련된 중국외교에 관한 교재에서도 마오저둥의 세3세계구분론은 중국이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한 아주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록 외견상으로는 독립국가라고 하더라도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자주적 외교권을 확보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종속적 군사동맹에 의하여 안보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권의 현실적인 한계가 객관적으로도 뚜렷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과 같이 국가의 총역량을 동원하여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외교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내외적인 노력은 별로 없었다는 점은 깊이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물론 자주적 외교권의 확보라는 것은 설령 우리가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단기간에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제이다.  그러나 자주적 외교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우리의 운명은 남들의 손아귀에서 그들의 셈법에 의해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30여 년 동안 국제금융과 경제는 물론 각국의 군사동향 및 국제정세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국제문제 전문가로 일반 국민들의 시선으로 세계정세를 소개해 줄 수 있는 신인 컬럼니스트 / 1950년 서울 출생 / 서울고, 서울대 경영학과, 보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 행정고시 11회, 재무부 은행과장, 주일대사관 재무관, 재경원 국고국장,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역임 /現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