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鄕』 『동주』와 20대 총선, 현실은 과거이자 미래다

▲홍찬선 편집인

지난 3월에 본 두 편의 영화는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바로 『귀향(鬼鄕)』과 『동주』였다. 오로지 해맑은 미소로 꿈을 펼쳐야 할 사춘기 소녀는 영문도 모른 채 위안부로 끌려가 죽어 귀신이 되어서야 돌아왔고(그래서 영화제목이 歸鄕이 아니고 鬼鄕이다), 시를 너무 사랑해 시 쓰기위해 ‘히라누마 도쥬(平沼東柱)’라고 창씨개명까지 한 윤동주는 생체실험 끝에 20대의 짧은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

필름이 돌아가는 내내 눈시울이 뜨겁고 가슴이 먹먹했던 위안부 소녀와 윤동주, 그들은 어떤 잘못을 저질렀길래 그처럼 모진고통을 당했을까. 물론 그들은 사람으로서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굳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식민지에서 태어났다는 운명을 가졌다는 것이었을 뿐.

서세동점의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올 때 고종(高宗)을 비롯한 구한말의 지식인들은 개화(改化)파와 척화(斥和)파로 나뉘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고고한 사림(士林)들은 더러운 현실정치에 똥물 튀기지 않겠다며 산으로 숨었다. 그 틈을 사리사욕에 물든 친일파들이 비집고 파고들어 나라와 민족과 이웃을 일본 제국주의에 팔아먹었다. 일제의 귀족 칭호를 받고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받고 말이다.

그런 잘못된 정치의 피해는 고스란히 민초(民草)들에게 돌아갔다. 『귀향(鬼鄕)』과 『동주』의 비극도 근인(根因)은 잘못된 정치였다. 정치를 뜻하는 정(政)은 ‘바를 정(正)’과 ‘칠 복(攵)’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복(攵)은 ‘(몽둥이로) 때린다’는 것으로, 양치기를 뜻하는 목(牧)과 사람을 가르치는 교(敎)에도 들어있다. 옳은 길을 가지 않고 나쁜 일을 할 때는 때려서라도 가르치고 인도해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로 패서라도(攵) 올바름(正)을 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르게 하도록 두 눈 크게 뜨고, 두 귀 활짝 열어서 감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가 잘못되고 정치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며 정치를 외면하는 ‘정치혐오’는 우리를 정치의 노예로 만든다. 나는 잘못이 없어도 『귀향(鬼鄕)』과 『동주』의 비극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성어로 유명한 관중(管仲)은 “국가를 다스리는 데 예의염치(禮義廉恥)라는 4가지 큰 기둥(四維,사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두 개가 없으면 위험에 빠지며, 세 개가 없으면 근간이 뒤집히고, 네 가지 모두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지적했다. 사유(四維) 가운데 예와 의는 나라를 다스리는 틀, 즉 제도이며 염과 치는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 됨됨이를 가리킨다.

오는 13일은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總選)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예의염치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퇴출시키도록 해야한다. 20대 국회에서는 2020년까지 청년 실업과 환과고독(鰥寡孤獨, 홀아비 과부 고아 무연고자) 복지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지속적 성장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남북통일의 초석을 닦는 등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꾼을 솎아내고 정치가를 뽑아야 한다. 정치가는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보는 것을 다르게 보며, 생각하지 못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의지가 되고 아픈 사람을 보듬어 준다. 그런 점에서 정치가는 시인이며 화가이며 사회병리치료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정치꾼은 서민들의 생채기를 덧나게 한다. 사리사욕을 챙기려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한다.

『귀향(鬼鄕)』과 『동주』는 절대로 과거가 아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며 우리 아들딸들이 겪어야 할 미래다. 우리 모두는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야 한다. 정치인은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공복(公僕)이지 절대로 우리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며, 권력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