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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철 경기대학교 교수 |
젊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집권여당을 지지하러 가려고 했을까? 모두들 4.13 총선 결과를 예측 못했다고 하지만 상당수가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지층이 겹치는 두 야당과 일 여당의 선거구조가 이변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전체 분위기상 동키호테식 발언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주저했을 것이다. 수도권과 호남 및 영남, 제주도까지 엄청난 정치지형 변경을 몰고 온 4. 13 총선에 대해서 철저히 분석한 정파와 정당만이 내년의 제19대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패인의 분석이 필요한 새누리당과 대통령 새누리당의 참패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에서 비롯됐다.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추태는 절대적 지지층마저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못 해주면 새누리당의 소생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젊은 층과 서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야당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과연 여기에 대한 민심을 박근혜 정부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이것이 이루어지고 매우 파괴적이고 파격적일 때 새누리당의 활로가 트인다고 본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문제다. 비단 대한민국의 상황만이 아니고 그 전 정부부터 뿌리가 있다고 판단 된다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은 큰 문제이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신드롬에 오랫동안 젖어 있었는데 제20대 총선의 민심은 그 신드롬이 끝났음을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민심은 4월 13일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고 꽤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스타일은 상당히 큰 변화를 주어야 할 수준에 이른 것 같다. 이에 대한 답은 감히 주변에서 찾을 수 없고 대통령만이 자각해줘야 할 성질의 문제이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가장 어려웠던 정치시절 야당의 대표로서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후보로 돌아가서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답은 있을 것도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에 주었던 부담을 덜어낸다 할 때 과연 새누리당이 제자리를 잡을 것인가 또한 의심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없는 새누리당을 상상할 때 새누리당 어느 구석에서도 자가동력을 찾기가 참으로 힘들다. 야당에 비해서 마땅한 대통령 후보감이 없는 것이 그 징표이기도 한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자문자답을 할 때 새누리당원들도 기대는 하지만 확신을 갖기는 힘들 것이다. 반기문 사무총당은 패션으로 치자면 모델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디자이너와 옷이 없는 한 별로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집단적 자각은 근본적인 자기변화와 혁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놔주어야 하고 대통령도 당을 놔주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왜 지지를 국민들로부터 오랫동안 받아 왔는가 분석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집나간 토끼를 돌아오도록 기다리거나 돌아오겠지 하고 생각하면 새누리당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강점은 개혁적 보수일 때 빛났다. 정치가 어디 근본적으로 체질이 바뀌겠는가마는, 심판받을 한나라당에서 새로운 새누리당으로 전환될 때를 상정하면 답이 또한 충분히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국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못하면 어떤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이번과 같은 결과를 또 맞게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참패와 참사는 내부적 균열보다 더 쉽게 치유될 수 도 있다. 새누리당을 지지했다가 다른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할 때, 그리고 전통적 지지층이 화를 내고 외면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새누리당의 혁신의 답은 간단한다. 왕창 망한 것을 인정하고 지금까지와의 정반대의 길에서 답을 구할 때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경제정책과 안보정책, 분배와 문화정책 등에서 2017년 새누리당은 무엇을 말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새누리당은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실천할 사람들을 찾아내는데 주력할 경우 당은 변하고 지지층의 기대가 커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참패했기 때문에 돌파구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백지상태에서 새누리당은 집권당의 책임성을 자각할 때다.
승인과 패인의 분석이 필요한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승인과 패인 또한 간단하다. 수도권에서 왜 이겼으며 호남에서는 왜 참패를 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승인은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과 전략적 투표의 결과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호남의 참패는 호남에서의 영원한 퇴출이 아니라 마지막 회초리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으로서의 등극은 내년 대선 정국에 너무나도 큰 승리의 지렛대를 갖춘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독이 있다어떠한 정당도 계파와 경쟁적 정쟁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것이 더 민주적 정당의 모습일 수 있다. 경쟁적 구조의 계파대립이 적대적이고 파괴적일 때 불행이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의 적장자로서 그런 역사를 너무도 많이 경험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당시 여당 후보인 정동영과 같은 당의 다른 계파들의 관계를 상정할 때 참패에 대한 원인분석이 마무리 된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의 상징되는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매우 불안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염려스럽다. 김종인과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두 가지 세력과 정책이 상존할 때, 상호 보완관계일 때 더불어민주당을 능가할 정당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수도권의 절대적 지지의 근거가 바로 그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정치 복원은 어렵지 않다. 이미 호남을 제외한 전국적 지지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호남과제는 마지막 남은 과제이기에 대안은 쉽게 나온다. 호남인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외면은 절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호남과 정치적 뜻과 비전을 같이하고 이해관계 또한 동반자관계로 설정되면 호남은 정권교체의 키를 다시 넘겨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당내 구조가 불안정할 경우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상당기간 관찰의 대상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명실공히 제1당이 될 수 있었던 기회가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신감의 결여와 인재영입의 미진함과 광주공천의 무원칙적인 것이 국민의당에 큰 정치공간을 내주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야당끼리가 여당과의 정치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거만하고 비판적 자세가 계속될 경우 제2의 새누리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되며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에 보다 더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다.
승인의 분석이 필요한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승리의 결과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좋을것 같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상당히 불안정한 승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국민의당의 승리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반향이 있었고 꽤 달라진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서 기인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평가절하 하여서는 안된다. 국민의당의 승리는 안철수와 유권자의 승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승리의 지속성에 관한 한 전혀 다른 분석이 가능해진다.
국민의당은 호남의 석권에 의해서 탄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과연 호남의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을 퇴출시키고 국민의당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볼 필요도 없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자민련과 같이 특정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탄생된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호남에서의 뿌리는 매우 취약하다. 호남에서 당선된 많은 국민의당의 국회의원들이 오래 전부터 지역의 심판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결과로 온 석권에 불과하다.
호남은 ‘3번의 정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수권야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을 폐기시키고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일까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관계자들도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상승세가 꺽인 데 있어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셀프공천에서 시작되었고 이 흐름을 문재인 전 대표가 역류시키지 못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치명적인 실수는 호남에서의 어느 정도의 지지를 확신하고 공천에 대한 전략과 고민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당선자 수에 비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의 득표율은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에 소속된 호남 국회의원들이 호남 민심을 내년 대선까지 지속시킬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면면을 관찰할 때 장담할 수가 없다. 호남의 지지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이 국민의당이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심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국민의당은 호남에서의 국민의당의 존재가 제대로 착근되는 것에 대한 엄청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의 불안정성은 더불어민주당을 능가하는 정당투표의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정당투표에 관한 한 제2당까지 올라섰지만 그 지지층이 과연 지속적으로 국민의당에 정착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다.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합리적 선택을 하는 소위 스윙보터(swing voter)들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새누리당의 소생과 부활에 따라서 옮겨갈 수 있는 표들이다.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제3당은 20석을 초과할 경우 매우 큰 정치적 존재가 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의 제3자적 지위는 생각보다 약해질 수 있다. 지금의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과거의 안철수 현상의 재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새누리당의 참패의 반사이익이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경우 타당,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텃밭과 지지기반을 확보해 갈수록 그만큼 위축될 수 있는 것이 국민의당의 현 처지일 수 있다. 국민의당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는 순간 아무 일도 못할 수가 있다.
1당과 2당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비전을 국민의당에서 찾을 수 있게끔 되어야지 대선 정국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안철수 당이라는 닉네임을 지울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지지기반은 안철수 아니고는 얻기 힘든 득표이다. 국민의당의 고민은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하되, 안철수만의 정치가 아닌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이중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 현 주소이다. 국민의당의 확장성과 지속성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하겠다.
제20대 총선이 말하는 정치 : 이대로는 안된다
20대 총선은 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무프레임의 선거였다. 그런데 국민들은 엄청난 심판을 하였다. 역대 한국 선거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판세가 뚜렷이 드러났었고 그것은 지역주의 정치 구조가 한 몫을 한 것이었다. 20대 총선은 선거를 치루는 날까지 어느 한 지역도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안개 속 정국이었고 결과도 탈지역주의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 주었다. 한국정치에서의 탈지역주의 현상은 정치선진화에 제1의 과제였고 정책선거와 정책정당 탄생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0대 총선의 가장 큰 성과는 탈지역주의라고 볼 때 각 정당은 보다 더 치밀한 정책과 공약을 준비해 나가야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탈지역주의 못지않게 투표 연령층의 변화가 돋보인 선거이기도 하였다. 젊은 층이 대거 투표장에 몰려듦으로써 정치의 역동성이 배가되었다. 경제활성화의 해법도, 구조조정의 해법도, 일자리창출의 해법도 일반적 가이드라인이 무너진 셈이다. 젊은 층이 요구한 경제정책이 재수립되어야 하며 이것은 한국정치에 혁신으로 귀결된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서 부지런한 정치인과 생각이 있는 정당만이 존립이 가능케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유권자의 의식은 선거 때마다 표출되어서 한국 국회의원 선거의 특징 중 초선 의원의 비중을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는 안된다는 유권자의 의식이 기존 정당구조 틀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제20대 총선은 한국정치의 본질적 변화를 예고한 지표들을 상당히 많이 보여주고 있다.
기존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로서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구조를 무너뜨린 것은 유권자의 변화 바람과 전략적 선택에 의해서 성취되었다. 제20대 총선을 유권자의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 의해서 개혁이 되고 변화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에 의해서 기존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부른다. 요컨대 제20대 총선의 결과는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었고 아직도 놀라고 있으며 그래서 제자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한국정치가 잘 되려면 역시 국민들의 직접적 참여 못지않게 정치인들의 분발이 필수적이다. 제20대 총선에서 시작된 유권자 혁명을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마무리 해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