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착, 의무와 권리를 통해 제2의 이자스민 나온다.

[선거연수원과 함께하는 민주시민교육 여덟 번째-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연수]

임윤희 기자입력 : 2016.05.16 17:47
편집자주입법 국정 전문지 ‘더리더’는 2015년 10월호부터 민주주의를 제대로 천천히 꽃피워 보자는 취지로 선거연수원과 함께 하는 민주시민교육 코너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관련 인물을 인터뷰하는 등 민주시민교육 현장의 모습을 전할 계획이다. 5월호에서는 선거연수원의 프로그램 중 다문화, 북한이탈주민 연수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다문화 가족연수
이제 곧 임기가 종료되는 19대 국회에서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나 마찬가지다. 비례대표로 선출돼 다문화가정을 위해 많은 입법을 발의했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것은 사회에서 그만큼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그러나 늘 논란의 대상이 되는 모습은 우리가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점점 줄고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이민자, K-pop이 좋아 오는 외국인, 살기 힘들어 탈북하는 새터민,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조선족의 유입이 점점 늘고 있다.
‘다(多)문화 사회’로의 진입은 이미 시작됐다. 2020년이 되면 청소년 인구의 약 20%가 다문화가족 출신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로부터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우리가 융합의 길로 단번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사회 일부에서 이런 움직임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부터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그간 결혼 이주여성의 초기정착이 주요과제였다. 지금은 120만명에 가까운 다문화가족이 취업이나 봉사 등 사회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그 2세들이 학업과 사회 융합에 문제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이런 일차원적인 교육과 지원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 역시 중요하다.  
또 다문화 이주 여성들의 교육도 언어와 취업교육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취득하는 영주권 및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지는 권리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교육은 그들이 사회로 진입했을 때 단단한 융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도를 높인다면 그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역할도 확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통해 제2의 이자스민이 탄생 할 것이다.
선거연수원에서는 다문화가족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역할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문화가족연수와 북한이탈주민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국적을 취득한 이주여성들에게 선거에 대해 교육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등 다양한 맞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는 원활한 한국사회 적응을 돕고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및 정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 연수
다문화가족 연수 소개
‘다문화가족 연수’는 대한민국 사회에 익숙하지 못한 이주여성 등에게 민주주의 및 대한민국의 선거제도에 대해 알리고, 그들의 한국사회 조기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과정이다. 2015년 기준 30만명이 넘는 결혼이민자 등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만 19세 이상이 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국적 취득 전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영주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 경과 등 일정요건을 갖추면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참정권 보장을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결혼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선거제도와 투표방법에 대한 연수를 진행 중이다. 또 중국어‧일본어 등 여러 언어로 작성된 투표안내문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표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절차에 대한 단순한 안내만으로는 시민의식을 심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연수원에서는 2013년부터 체계적인 연수를 통해 다문화가족에게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선거의 중요성과 행사방법 등을 알리고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서 바람직한 선거‧정치참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로 다문화지원센터 등 다문화가족이 많이 모이는 시설을 방문해 연수를 진행 중인데 한국어가 미숙한 사람이 많다. 따라서 다문화가족 출신 강사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공감형 강의를 진행하거나 여러 언어로 쓰인 교재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수가 진행된다. 또 실제 투표소의 투표과정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모의투표교실도 운영한다. 앞으로도 맞춤형 콘텐츠의 개발을 통해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다문화학교 등 교육이 필요한 수요처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민주시민교육 강사 한승군 연수 후기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의 시민강사로 활동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느껴졌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어느덧 2년째다. 지난해 인천지역의 다문화센터를 방문해 강의하면서 다양한 얼굴과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났다.
비오는 날임에도 아이를 업고 온 주부와 남편을 친구 삼아 함께 온 새댁 등 각자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이었지만 서로 마주보고 언니‧동생‧친구하며 인사하고 웃는 모습,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처음 이들을 대상으로 선거 강의를 할 때는 선거라는 주제에 관심이 없거나 강의내용을 지루해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강의를 시작하자 많은 이들이 선거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인천지역 다문화센터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사람도 있지만 영주권을 가진이들도 꽤 있었다. 영주권을 취득한지 만 3년이 지나면 본인이 거주하는 곳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직접 투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었다. 본인들이 그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람 중 일부는 본인의 국가에서도 투표해본 적이 없었다며 한국에 와서야 투표를 처음 해봤다고 했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많은 결혼이민자들은 서로 투표권이 있는지 살펴보고 후보자 공약을 꼼꼼히 확인하는 듯했다. 아쉽게도 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다음에 돌아오는 지방선거를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일반인들은 다문화가정을 오해해 “외국인이라서 모를 거야. 못 알아들었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비록 언어적 측면에서 한국인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동일 생활권에서 살고 있는 만큼 TV나 언론매체에서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때로는 거리에서 직접 많은 것을 보고 접하면서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문화가족이 선거관련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후보자에 대한 공약을 접하는 것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선거를 할 수 있다는 사실과 투표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이미 선거관리위원회 안내를 통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는 반면 후보자 선택에 대한 기준이나 공약과 관련해 다문화가정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보를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시민강사로 일하면서 다문화가정이 선거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적인 측면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국내 정당 및 후보자들이 당의 정책과 공약 등에 관해 다문화가정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다문화가정이 유권자로 참여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좀 더 세밀하고 체계적인 정책이 마련된다면 보다 많은 다문화가정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인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청소년 연수
북한이탈주민 연수 소개
‘북한이탈주민 연수’는 하나원 등 관련 기관‧단체에 출강하거나 한겨레중‧고등학교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남한과 다른 사회주의 체제에서 생활했던 북한이탈주민의 원활한 한국사회 적응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수는 주로 입국 초기의 사회적응 프로그램에 출강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우리나라 선거제도 및 정치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보다 빨리 정착하도록 지원한다.
한편 청소년 대상 연수의 경우 2011년부터 학생회 자치활동과 연계해 진행 중인데, 단순히 제도 이해나 민주주의 이론 교육이 아닌 참여식 학습, 체험활동을 통해 청소년이 소속감을 갖고 민주적 실천역량을 배양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회 임원선거 투‧개표를 지원함으로써 올바른 선거절차를 실생활에서 습득하도록 돕는다.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사회 내 소수자가 아닌 진정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국정치와 사회를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들을 능동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맞춤형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첫 선거를 치른 북한이탈주민 김00씨 후기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하면서 겪은 일이다. 북한에 있을 때도 선거에 여러번 참여했지만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았던 북한선거는 위에서 지정해준 후보에게 의무적으로 찬성투표를 해야만 했다. 이를 위반하면 정치적으로 매장돼 생사여부도 알 수 없게 된다. 오죽했으면 중국으로 도망갔던 탈북자들도 잡히면 감옥으로 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섶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격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왔겠는가.
아무튼 나는 북한 선거와는 달리 민주주의가 보장된 대한민국의 선거가 어떨지 참으로 궁금해 빨리 선거일이 왔으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의 선거방법이나 방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센터에서 새터민들의 선거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강의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선거방법을 몹시 궁금해 하던 나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강의에 참석했다. 강의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온 강사가 대한민국의 선거역사와 선거법, 그리고 불법선거 등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덕분에 나를 비롯한 강의에 참가한 많은 새터민의 선거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참여의지도 생겨났다. 한국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른 제도에서 다른 선거방식 밖에 모르던 우리들에게는 이 강의가 정말 좋은 강의였고 꼭 필요한 강의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거일이 되자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투표소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문자를 읽어보니 내용이 이상했다. 앞쪽에는 영어로 몇 글자 쓰여있고 뒤에는 선거에 투표했는지 여부와 함께 어떤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알지도 못하는 전화번호였고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혹시 불법선거운동 문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쳤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얼마 전 들었던 강의에서 선거 당일에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북한에서 왔다고 선거상식이 없는 무식한 사람으로 보고 누군가가 불법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괘씸한 생각에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고 신고하기 위해 후보자 명단에서 문자에 적혀있는 이름을 찾아봤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똑같은 이름이 없었다.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문자 앞에 쓰여 있던 영어를 검색했다. 황당하게도 내가 얼마 전부터 다니는 사이버대학의 이니셜이었다. 영어에 약하고 사이버대학이다 보니 컴퓨터 앞에서 강의를 들어 교수들과 학우들의 이름도 모르던 나는 대학에서 누군가 보낸 선의의 문자를 그만 불법선거문자로 오해했던 것이다. 오해로 끝나긴 했지만 나의 이런 놀라운 시민의식은 아마도 선거에 관한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불법문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이 됐고 나는 내 의지대로 투표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알게 됐다. 이 교육은 나와 같은 새터민이나 다문화가정에게는 필수적인 교육이며 대한민국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민주시민교육이 진행돼 진정한 민주주의 선거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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