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리아, 다문화 행복찾기]“이젠 오너 셰프가 꿈이에요”

다문화센터가 정착에 큰 도움… 외국인에 대한 처우 나아졌으면

편승민 기자입력 : 2016.05.31 18:32
편집자주더리더는 새로운 글로벌 한국 시대를 맞이하여 다문화 사회를 보고, 들어볼 수 있는 <뉴코리아, 다문화 행복찾기>코너를 새롭게 마련하였다. 이 코너에서는 다문화 가족들의 삶을 조명해보고 그들이 겪는 언어, 문화, 경제, 교육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는 첫 발걸음을 떼고자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강남구 다문화센터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의 마질린 토레스씨(27)다. 그는 아직 많이 서툰 한국말 때문에 인터뷰가 긴장된다고 했지만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자 친구와 대화하듯 한국생활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의 첫인상을 묻자 “어메이징(amazing)했다”고 답변한 그는 자신의 두 번째 꿈에 대해 조심스레 말했다.


편승민 기자(이하 편) : 아직 한국어로 인터뷰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이렇게 만나 뵙게 돼 정말 반가워요. 어떻게 한국인과 결혼하고 한국에 오게 됐나요?
마질린 토레스(이하 토레스) : 제가 한국에 처음 온 건 4년 전인 2012년이었어요. 당시 한국인 배우자를 소개해주는 에이전시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소개받았어요. 예전부터 제가 필리핀 남자보다 외국인 남자를 만나고 싶었거든요. 그렇다 해도 당연히 그때는 한국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서 결혼하기 전, 에이전시에서 한국문화와 환경 등에 대해 여러 번 상담을 받았죠.

편 : 현재 가족관계는 어떻고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토레스 : 남편과 아기랑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어요. 아이는 다섯 살이고요. 제가 한국에 온지 한 달 정도 후에 임신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가 2012년 생이에요. 지금은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편 : 4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받은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토레스 : 한국은 너무 멋진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우선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교통시설이 너무 깨끗하고 편리해요. 그리고 사람들도 굉장히 친절해요. 가끔 불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웃음) 그래도 필리핀이랑 비교했을 때 저는 정말 좋았어요.

편 : 바리스타 일은 어떤가요? 본인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토레스 :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 일이 바리스타예요. 3주일 동안 여기 다문화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 센터에 있는 직원이 어느 날 “마질린씨, 일하고 싶은 생각 없어?”하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교육을 소개해줬어요. 일한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바리스타 일은 아주 즐거워요. 제 성격과도 잘 맞는것 같고요. 제가 살던 필리핀 지역도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있던 곳이어서 일하면서 저랑 잘 맞아요.
특히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강남에 한 빌딩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일하는데 저 말고도 필리핀인이 2명 더 있어요. 제가 3명 중에서 그래도 한국말을 제일 잘하고 다른 2명은 한국말을 아직 아예 못해서 가끔 통역을 맡기도 합니다. (웃음)



편 : 아이가 있기 때문에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토레스 : 맞아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맡기는데 마음이 안 좋아요. 종일반에 다녀서 아침에 어린이집에 있다가 제가 일이 끝나면 데려오는데 몸은 좀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예요. 제가 한국말이 많이 늘었다고 해도 아직 마음속에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해서 그 부분이 조금 힘들어요. 그리고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한국어 때문에 힘들 때도 있어요.

편 : 한국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가는데 사회·문화적 장벽에 따른 어려움이 있나요?
토레스 : 사실 많아요. 필리핀과 한국이 너무 많이 달랐어요.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문화 때문에 엄청 놀랐어요. 아내가 남편 밑에 있는 것처럼 지내는 분위기(가부장적)가 있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됐거든요. 가족들과 함께 살 때도 그런 면이 있었어요. 시어머니랑 2년간 같이 살았는데 그때 많이 싸웠어요. 대화가 잘 안되기도 하고 제가 임신 중이어서 몸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한국에서는 음식을 다 먹는 게 예의”라며 다 안 먹으면 꾸지람을 하셨어요. 또 몸이 아파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아침 10시까지 자고 있으면 빨리 일어나라고 하는 것도 너무 싫었어요. 결혼하기 전 상담할 때 한국에서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 며느리가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안 됐어요. 각자 알아서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를 다한 후 “어머님 식사하세요” 하라니 이해가 안될 수밖에요.
그만큼 문화가 많이 달랐죠. 어머니는 지금 부천에서 따로 사는데 지금은 정이 많이 들어서 어머니랑 사이가 진짜 좋아요. 매일 통화하는데 늘 언제 오냐며 보고 싶다고 말씀하세요.



편 : 다문화센터가 있어서 도움을 받을 것 같은데요?
토레스 : 네. 여기 다니는 4년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남편이 여기에 등록해줬어요.
그래서 한국에 온지 일주일 만에 여기에 왔죠. 지내는 동안 아기도 낳고, 출산 후에도 바로 여기 와서 공부했어요. 한국어수업은 처음부터 꾸준히 들어서 지금은 한국어 3단계까지 마쳤어요. 한국어 수업 외에 미싱으로 옷 만들기, 꽃꽂이 수업 등을 많이 들어요.

편 : 한국에 이주한 외국인의 경우 적응에 대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새로운 국가와 문화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토레스 :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거요. 아직 아이에게 필리핀에 대해 가르쳐 준 적이 없어요. 아직 나이가 어려 이해를 못할 것 같아서 지금은 한국문화만 가르치고 있어요. 나중에 말을 좀 잘하게 되면 그때 조금씩 가르쳐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필리핀에서 사용하는 따갈로그어나 영어를 아이에게 종종 사용할 때도 있는데 영어도, 따갈로그어도 한국어도 조금씩 다 이해하고 있어요.
아직은 너무 어려서 여러 가지 말이나 문화를 배우는 게 하나만 배우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나중에는 엄마, 아빠 나라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이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편 :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에 바라는 점이나 이제는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토레스 : 먼저 외국인에 대한 처우가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경계하고 불친절할 때도 있거든요.
‘여기는 우리나라니까, 너희는 한국인이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면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말은 자유롭게 하지 못해도 같은 사람이잖아요. 한국에 살면서 점점 더 한국에 대해 알아가고 있지만 그런 문화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은 레스토랑을 하나 열고 싶어요. 한국과 필리핀 음식을 퓨전해서 코리안필리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어요. 제가 요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웃음)
편 : 그 꿈이 이뤄지길 저도 응원할게요.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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