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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찬선 편집인 |
손숙오가 죽은 뒤 왕의 초청을 받은 우맹은 손숙오와 비슷하게 옷을 입고 갔다. 모습이 어찌나 손숙오와 똑같은지 왕은 손 재상이 환생한 것으로 믿고 그에게 재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우맹은 “오로지 나라를 위해서만 일한 손 재상 유족이 어렵게 사는 것을 보니 재상을 맡을 수 없다”고 사양했다. 그러자 왕이 크게 깨닫고 손 재상의 유족을 제대로 챙겼다.
우맹의관은 겉모양과 실제가 다른, 사이비(似而非)라는 말로 전용돼서 쓰인다. 하지만 그 본래의 뜻은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의 후손의 생활을 챙겨준다는 뜻이었다.
2000년 가까이 된 우맹의관이란 고사를 끄집어 낸 것은 6월이 보훈의 달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가정을 버리고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후손들이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말이다.
슬프게도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사람이 입버릇처럼 한 말이 여전히 귓가를 울리고 있다. “독립운동 한 사람들의 후손은 머슴 살거나 공장 노동자가 되거나 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 하지만 친일파 후손들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떵떵거리며 산다”는 한탄이다.
독립운동 한 사람들은 평생을 독립운동 하느라 자녀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반면 친일파들은 일제에 빌붙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자녀교육도 시켜 광복 후에도 여전히 잘 살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 장관은 그런 사실을 누구한테 전해들은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자신과 옆집의 사례에서 직접 보고 겪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해방 직후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그런 악순환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상해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낸 애국지사 이상룡(李相龍, 1858~1932) 선생의 손자며느리인 허은 여사는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라는 회고록에서 “친정도 시가도 거의 몰락하다시피 되어 있었다. (중략) 그때 친일한 사람들의 후손들은 호의호식하며 좋은 학교에서 최신식 공부도 많이 했다. 일본 미국 등에서 유학하고 특권도 많이 누렸으니 성공할 수밖에…”라고 지적했다.
진(秦)이 전국시대 6웅(雄)을 격파하고 중국을 통일한 것은 전쟁터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후손을 넉넉하게 챙겨준 덕분이었다. 열심히 싸워 무공을 세우면 신분상승과 함께 부(富)를 얻을 수 있고, 설령 싸우다 죽거나 다쳐도 나라가 내 후손을 제대로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견위수명(見危授命)하는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처럼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잃었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민주주의 아래에서 자유를 누리기 위해, 아들. 딸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연평도에서 휴전선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호국영령들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후손이 대체적으로 살기 어려우니 가정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해 행동하는 것을 바보스럽게 생각한다.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해야 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고 쓰고, 의로움을 보면 이익을 생각하라는 견의사리(見義思利)로 읽고 그렇게 행동한다.
호국의 달인 6월은 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20대 국회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느냐, 아니면 다시 중진국으로 뒷걸음질 치느냐가 달려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하다. 20대 국회가 경제 살리기와 함께 순국선열 바로세우기도 함께 이루는 튼실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과 후손들이 그늘에 버려지는 것은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