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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찬선 편집인 |
하지만 ‘민생 살리기 염원’을 안고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협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성과 다짐은 찾아보기 어렵고 집단이기주의인 ‘이단주의(利團主義)’만 확산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민생관련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만 국회에 통사정이고,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득권 지키기 싸움에 혈안이 돼 있으며, 야당은 청문회 정국으로 주도권을 잡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협치라는 말이 나오기 전보다 협치가 더 후퇴하고 있는 양상이다.
『주역(周易)』의 61번째 중부(中孚,䷼)는 협치를 위해서는 다섯 가지 정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 믿음이다. 괘 이름인 중부(中孚)가 바로 가장 중요한 믿음이라는 뜻이다. 믿음이 돼지와 물고기처럼 하등동물에게까지 미칠 정도가 되면(信及豚魚) 하늘도 호응해 문제가 해결된다(乃應乎天)라고 강조한다. 괘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리사욕을 버린 허심(虛心)의 정성이 중요하다. 공자가 『논어(論語)』에서 “사람은 예로부터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民無信不立)”고 강조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둘째 소통이다. 학이 그늘에서 우니 그 아들이 화답한다는 ‘명학재음 기자화지(鳴鶴在陰 其子和之)’는 소통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다. 아랫사람은 위를 믿고 따르며 기뻐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들을 배려하고 공손하게 하면(說而巽) 믿음이 충만해서 나라는 잘 다스려진다(孚乃化邦).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 성(誠)이고 성은 소통의 기본이다. 스스로 빛내려고 하는 사람은 진실을 잃고 스스로 덕을 감추는 사람의 덕은 더욱 빛나게 마련(自耀者其實喪 自晦者其德章)인 것처럼 나를 내세우기만 하면 소통은 불통(不通)이 된다. 상대방에 대해 믿음과 진심으로 대하며 정성들여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면 문제를 술술 풀리게 돼 있다.
셋째 당파적 이단주의(利團主義)의 극복이다. 공자는 “동류에 대한 사사로운 정을 끊고 위를 섬겨야 한다(絶類上)”고 강조했다. 위(上)는 옛날에는 임금이었지만 지금은 유권자인 국민이다. 국민의 민생을 저버리고 계파 보스에게만 충성하려는 파당주의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은 자기 몫만 챙기려는 후보자들을 낙선으로 응징했다.
넷째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時止則止)이다. 닭이 잘 나간다고 해서 하늘에까지 오르려고 하면 흉하기 마련(翰音登于天 貞凶)이다. 야당이 국회 과반수를 넘는다고 해서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반드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도 권력을 믿고 ‘오로지 전진’에만 집착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없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김해공항확장’으로 결론낸 것은 시지즉지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시야를 넓혀 보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갇혀 있으면 문제해결방안을 찾기 힘들다.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보다 민생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로, 대기업 응징보다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의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으로,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나눠야 하느냐보다 자원을 어떻게 불려나가느냐로 시각을 크게 바꾸면 해결방안은 의외로 쉽게 찾아질 수 있다.
여당과 야당,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해 함께 정치를 하는 협치는 4.13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한 사명이다.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는 사마귀 뒤에는 그것을 노리는 참새가 있고(螳螂捕蟬 黃雀在後), 참새 뒤에는 매나 사냥꾼이 있게 마련이다. 도요새와 조개가 서로 다투다(鷸蚌相爭, 휼방상쟁) 어부에게 둘 다 잡히는(漁父之利) 잘못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우리가 국내에서 아웅다웅 싸우는 동안 나라 밖에서의 위협은 갈수록 커진다. 협치는 이런 위험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