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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동길 박사 |
국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 정신을 기릴 때 국민은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서슴없이 희생할 것이다. 미국은 적대국인 북한에서까지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등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자들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나라를 국격(國格)이 높은 나라라고 한다. 국격(國格)은 한 나라의 정부와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예의들을 이르는 말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전사자들에 대한 예의는 곧 그 나라의 국격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전후 50년이 지난 2000년 6월에서야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국방부에 유해발굴단을 편성하여 3년 간 한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그때까지 발굴된 유해가 780여구에 불과하자 2003년 7월,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을 지속하기로 하고, 유해발굴단을 육군본부 내로 이전하여 전담조직을 꾸렸다.
이후 2005년 6월,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을 영구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2007년 1월에는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을 위한 상설 전문부대인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하였다. 이듬해 3월, ‘6.25전사자 유해 발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발굴사업을 촉진시킴으로써 2015년 말 현재 국군 9,055구와 유엔군 15구, 중국군 및 북한군 1,244구 총 10,314구의 유해를 발굴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시신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해 10만에 가까운 6.25전사자가 국립현충원의 현충탑 내 위패 봉안관에 위패만 봉안되어 있다. 그만큼 순국선열의 자랑스러움보다 아픔의 역사로 기억하고 사는 후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에서 국군은 13만 7천여 명이 전사하였고. 2만 4천여 명이 실종되었으며, 유엔군도 4만 8천여 명이 전사하였다. 국방부는 국군 전사자 가운데 60%인 7만 8천여 명이 남한지역에, 30%인 3만 9천여 명이 북한지역에, 나머지 10%인 1만 3천여 명이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2년 5월에는 북한지역에서 발굴한 최초의 국군유해 12구가 고국으로 돌아와 봉환되었는데 이는 2000-2004년 미군이 북한지역에서 발굴한 유해이다. 이에 앞서 남북은 2007년 1월에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6.25전사자 유해 공동발굴에 합의한바 있으나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였다. 지금까지의 유해발굴사업 추진경과를 통해 드러난 한계점을 극복하고 효과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몇 가지 생각할 점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자에 대해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6.25전쟁 시기는 국가가 중심인 시대 그러나 국민을 위한 국가의 존재이유보다 국가를 위한 국민의 역할을 더 중요시 여기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국민을 위한 국가의 존재이유가 더 중요시 되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가가 반드시 전사자 전원의 유해를 발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둘째는 최우선적으로 증언을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매장 예상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매장기록이 없어 대부분 격전지 지역주민과 참전용사들의 증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미 사망하거나 고령이 된 증언자들을 고려하여 증언확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력을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셋째는 도시개발 등에 따른 지형변화와 격전지 현장 훼손이 유해발굴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법령정비를 통해 격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매장 예상지역에 대해 유해발굴이 용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신원확인에 필요한 DNA 시료채취를 위해 범국민적 동참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DNA 시료 채취는 전사자의 친·외가 8촌까지 가능하고, 검사 소요기간이 시료 상태 및 여건에 따라 10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이나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범국민적 차원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상에서와 같이 국가는 국격있는 나라로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며, 추진방법에 있어서도 기존의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차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범정부적·범국민적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