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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택수 이사장 |
패권국가인 미국에게 한미동맹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군사 전략의 비교적 사소한 국지적(局地的) 부분이자 하위개념에 불과하다.미국의 군사전략이 바뀌면 그 하위개념이자 지역적 개념에 불과한 한미동맹의 역할과 의미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미동맹은 영원히 변함이 없다고 아무리 외교적 수사(修辭)와 정치적 맹신(盲信)으로 덧칠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 점만큼은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한미동맹 운명,미국 군사전략이 좌우
린든 존슨(Lyndon B.Johnson) 대통령(재임기간 1963년-1969년)시절 미국의 군사전략은 ‘2개 반 전쟁(tw o and a half wars)’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는 미국이 유럽에서 소련을 상대로,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두 개의 전면전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군사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특히 ‘two-wars’라는 전략개념은 가령 소련이나 중국과의 전쟁이 일단 발생하면 지역에 관계없이 처음부터 미군이 개입, 마지막 승리할 때까지 미군이 함께 싸운다는 군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시기(1963-1969년)의 한미동맹은 만일 소련과 중국의 지원 하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할 경우 미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하여 전쟁을 치룰 ‘군사적 준비’와 ‘정치적 결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한반도 유사시에 미군 개입의 강도와 시기 및 범위는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분명했다.
그러나 1969년 닉슨(Richard Nixon)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미국의 군사전략은 ‘two-and-a half-wars’에서 ‘1개 반 전쟁(one-and-half wars)’로 바뀌었다. 이 전략은 1990년 소련의 해체로 국제정치 상황이 변경될 때까지 미국의군사전략으로 유지된다.
‘one-and-half wars’로 미국의 군사전략이 변경된 것은 유럽지역에서 소련과의 전쟁을 제외한 어떠한 전쟁에 대하여도 미국은 군사개입을 선택적으로 유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시기(1969-1990년)의 한미동맹은 만일 한반도에서 일부 국지적인 전투행위가 아닌 대규모 살상이 예상되는 전면전이 재발할 경우,우리가 기대하는 미군의 개입 강도와 범위 및 시기는 매우 불확실하며 전적으로 미국정부의 상황적 선택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실제로 이 기간 중에 지미 카터(Jimmy Carter)대통령 시절 미국 행정부는 1978년부터 1982년 사이에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추진한 바 있다.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개입 강도와 범위를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미동맹의 역할과 의미는 미국 군사전략의 변화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전쟁억지력’이라는 新 군사전략
미국 군사전략의 주요한 개념들을 재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한미동맹의 성격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 갈 것인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헤이글(Chuck Hagel)미국 국방장관은 2013년 10월2일,서울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하여 미국의 여타 동맹국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관진 국방장관과 제45차 한미군사협의를 마친 뒤에 한국에 대하여는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특수 사정을 의식하여 이른바 ‘맞춤형 전쟁억지력(tailored deterrence)’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맞춤형 전쟁억지력’이라는 전략은 미국 정부에서 2006년에 처음 등장한 신 개념이다.전쟁억지력(deterrence)이라고 하는 미국의 전략개념은 중국의 삼국지에도 자주 등장하는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적이나 가상의 적이 도발할 경우,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적에게 심리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사적 보복능력의 확보와 군사적 보복에 대한 정치적인 결의가 충분조건이다. 하지만 이는 필수 조건은 아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상황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구소련의 해체 이후부터 미국은 거의 노골적으로 미국의 본토와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쟁 억지력(central deterrence)과 미국 동맹국들의 안보를 지켜 주기 위한 전쟁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구분하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안보와 동맹국을 지켜주기 위한 안보의 개념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왜냐하면 안보개념이 다르다는 것은 안보(安保)를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군사전략을 포함한 모든 정책수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본토나 자신들의 핵심국익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전략과 동맹국들의 국경선(national border line)안보를 지켜주기 위한 군사전략이 결코 같을 수는 없다는 속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것이 미사여구와 외교적 화장술로 포장되지 않은 현실적 실체에 오히려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군사전략은 ①핵무기 ②미사일 방어 시스템(MDS;missile defense system)③재래식 무기체계 등을 모두 활용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본토가 아닌 동맹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군사수단으로서는 핵무기를 가급적 제외하고 ②미사일방어 시스템과 ③재래식 무기 등을 위주로 한 군사 전략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눈치 채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의 사드배치를 포함하여 유럽지역에서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추가 배치를 러시아와 중국의 공개적인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간단히 이야기 한다면 ‘미국은 그동안 동맹국들에게 약속하였던 핵우산(核雨傘)을 회수하는 대신에 MDS로 바꾸어 주려는 시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필자는 의심하고 있다.
미국 핵무기전략의 추세적 변화
1982년 당시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은 대규모 핵무기 감축계획을 제안한다. 당시 소련은 미국의 속셈을 알 수도 없었고 또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계속하여 거절했다.
그러다 결국 부시(George H.W. Bush)대통령 때인 1991년 7월31일, 구소련(USSR)의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대통령과 인류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군비 축소협정으로 알려진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을 체결한다.
미소(美蘇) 모두 각각 만 여개가 넘던 핵탄두 수를 6천개 이하로 감축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수도 1600개 이하로 억제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종합적 핵무기 감축을 통하여 2001년 말까지 양국이 종전에 보유하고 있던 전략핵무기를 약 80%정도 감축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 감축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2010년 4월8일,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공화당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New START’로 불리우는 전략무기 감축협정(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을 체결하는데 성공한다.
양국은 핵탄두 숫자를 약 60% 정도 삭감한 수준인 1550개 이하로 억제하기로 하였다. 특히 핵탄두 운반수단(핵잠수함, 장거리 핵폭격기 및 지상의 핵무기 발사 장치 등)도 반수 이하로 감축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러시아와 이미 합의한 New START에서 정해진 핵무기를 약 30%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다.앞으로 러시아와 협의를 통해서나 아니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무기 감축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아직까지는 꿈같은 이야기로 여겨지지만 오마바 대통령은 미국이 핵무기를 전혀 보유하지 않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백악관의 공식 문서에도 종종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희망(the President’s goal of achieving the peace and security of 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이 언급되고 있다.
한반도에 핵우산은 없다?
문제는 미국의 핵무기에 관한 정책의 변화로 인하여 동맹국들에게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 한다는 미국정부의 약속이 미래에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 중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특히 한반도의 경우 북핵에 대한 현실적 우려가 점증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단거리 전략핵무기(戰略核武器)를 재배치하여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 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반도의 전쟁억제를 위한 그야말로 맞춤형 전쟁억지력 전쟁억지력(tailored deterrence)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에 전략핵무기의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핵 파괴 시나리오의 비현실성
만일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수 없다면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제거하고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서는 이른바 북한의 핵무기와 핵무기 관리에 관여된 지휘부에 대한 선제공격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얼마 전에 여러 언론에서 어느 미국의 전문연구소의 연구를 인용하여 떠들썩하게 보도한 것도 바로 이러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이는 핵보유 국가와의 전쟁을 전제로 하여 개발된 이른바 ‘counter force policy’라고 하는 전략개념이다.인구밀집지역인 도시나 경제와 관련된 공장 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핵무기와 관련 시설 및 관리 인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정밀 타격형 공격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적 선제공격은 한반도의 전면 전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높다. 우리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전쟁 유발(?) 작전 개념이다.
미국으로서도 이러한 군사작전은 선택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주도한 군사작전으로 인하여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면 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과 뒤처리문제에서 미국이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전면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군사작전보다는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전쟁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략핵무기의 반입을 고려해 보는 것이 오히려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미국 정부가 한국에 핵무기의 배치를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설령 미국이 스스로 자신의 전략적 판단과 필요에 의하여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려고 할 경우에 중국의 거친 저항과 반대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한반도에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도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 반대와 견제를 경험하였다.만일 한반도에 전략핵무기가 배치된다면 설령 북한만을 사정거리에 둔 단거리 핵무기일지라도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거래 중지나 외교관계 단절등과 같은 극단적인 위협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격렬하게 반대하고 제지하려고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중국이 사드배치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계속하여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것도 사실은 신뢰할 수 없는 미국이 언젠가는 한반도에 사드보다 훨씬 전략적 비중이 높은 핵무기를 직접 배치할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단순 가정일 뿐이지만 만일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전쟁억지력의 확보를 위해 한반도에 전략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견제와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굴복하여 배치를 포기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거 60년 넘도록 한미동맹에만 의존해온 우리의 안보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미국 양쪽의 러브콜(?)로 인하여 과도한 흥분 속에서 한국외교가 꿈에 취해있는 사이에 북핵과 미국, 중국이 만들어 내고 있는 거대한 三角 波高의 격랑 속에서 조그만 돛단배 마냥 우리의 안보가 허우적거리는 모습만큼은 우리 국민들도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30여 년 동안 국제금융과 경제는 물론 각국의 군사동향 및 국제정세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국제문제 전문가로 일반 국민들의 시선으로 세계정세를 소개해 줄 수 있는 신인 컬럼니스트 / 1950년 서울 출생 / 서울고, 서울대 경영학과, 보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 행정고시 11회, 재무부 은행과장, 주일대사관 재무관, 재경원 국고국장,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역임 / 現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