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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 |
그러나 반도 국가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중심에 있는 지리적 상황을 잘만 활용한다면, 물류의 통과지이며, 교통의 요지로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중추적인 중심국으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더욱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가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의 전략에 따라 우리는 문화강국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우리나라 교역의 99.7%는 바닷길을 이용하고 산업의 핵심인 원유 등 많은 교역이 제주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경제나 안보 면에서 제주도 남단의 가치는 그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 또한 무역을 떠나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 제주남방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의 천연가스와 원유 등 해양자원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도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웃 중국은 2012년 9월 6만5000t급의 자체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실전배치 하고, 현재도 2척의 재래식 항모를 건조하고 있으며, 초대형 핵추진 항모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항모 보유는 어제 오늘 계획한 게 아니다. 수십 년 동안의 큰 꿈이다. 중국은 마침내 2012년 9월25일 우크라이나에서 산 ‘바랴그함’을 수리해 ‘랴오닝함’으로 명명해 취역시켰는데, 무려 27년이나 걸린 야망이었다.
2014년 현재 중국은 함재기를 생산해서 함상에서 이착륙하는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전 세계에서 항모를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이다. 다롄의 조선소에서는 재래식 항모가 건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의 모델까지 공개되었다. 항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쟁용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국 상선의 안전과 해상무역의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는 심리적 특권이 있다.
주일대사(駐日大使)를 지냈던 미국(美國)의 동양사학자 라이샤워(Recharger)는 장보고를 해양 상업 제국의 해상 무역왕이라고 한다. 알면 알수록 그의 업적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천 년이 넘게 우리의 장보고를 잊어버리고 반도 안에서 움츠리며 살아 왔다. 태평양상에 자그마한 바위섬이라도 우리 영토로 하였더라면, 200해리(375km)의 넓은 영해가 존재 하였을 텐데 참으로 애석하다. 무역왕 장보고처럼 넓은 바다로 시야를 넓혔더라면 우리는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알고지내는 제주도의 어느 선배분이 TV를 시청하라고 전화가 왔다. TV의 내용은 우리가 이미 잘 알다시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의 무역선 스페르베르(Sperwer)호(號)가 1653년(효종4년) 1월에 네덜란드를 출발하여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태풍을 만나 하멜을 포함한 36명이 제주도로 상륙하여 14년간 조선에 억류하면서 겪었던 생활을 기록한 보고서였다. 당시 그들은 서양문물의 종합선물셋트 - 대포, 중포, 소포, 조총, 모레시계, 나침반, 천리경(망원경), 유리경과 해양기술자, 화약기술자, 포수, 요리사 등 세계 첨단의 기술자들이었지만 이들은 14년간을 제주도, 한양, 강진, 여수 등에 끌려 다니며 고된 생활, 즉 군역(軍役) ·감금 ·태형(笞刑) ·유형 ·구걸의 온갖 풍상을 겪었다.
결론적으로 아쉬운 점은 우리는 그 좋은 종합선물과 세계첨단의 기술자들을 이용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코리아라 명명된 배까지 진수하고 우리와 교역에 나서려 했지만 일본 막부는 조선과 교역하면 네덜란드와는 무역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해공작으로 무산되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일합방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필자는 미술을 하는 예술가로서 우리의 강정마을의 풍광이 수려한지, 자연보호가 어떤지는 가보지 않았기에 잘 모른다. 부산서 제주행 고속 카훼리는 11시간 30분을 걸려 제주 북방에 도착한다. 거기서 제주 남쪽 강정마을을 가려면 또다시 시간이 걸릴 것은 자명한 것이리라. 무역이 살길인 우리 입장에서 이어도서 상선에 문제 생겼을 경우 해군기지가 위치한 진해에서 우리의 상선을 보호하려 이어도까지 가려면 각종 무기를 탑재한 군함이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당연히 회항하려 하여도 여분의 연료도 신경을 써야하기에 얼마 머물지 못함은 뻔히 눈에 보인다. 국익을 위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는 답이 나와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해군관사를 짓는다는 데도 강정마을 주민 118명중 114명이 반대하였다는 뉴스를 보고 왜 정부는 논리적으로 주민들을 설득 시키지 못하는지 참으로 마음이 애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