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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 원장 |
본인 스스로가 TV에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김정은의 모습은 스위스 베른중학교에 다녔을 당시의 오래된 사진이나 한 일본인이 ‘모종의 한국청년’을 캡쳐해서 올린 사진만을 가지고 그 윤곽을 그려보거나 점쳐보는 선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결국은 신장 170-172cm, 체중 120-130kg 정도의 매우 뚱뚱한, 그런 인물이 바로 김정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아직도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움직이는 실세(實勢)에 관한 정보는 수집하는데 큰 제약이 있다. 특히 관련당국의 이런 북한실세들에 관한 정보는 간혹 “과녘을 빗나간 화살”처럼 비판의 소재가 될 만큼 북한의 ’정확한 실상(實相)‘을 파악하는 데에는, “감추고자 하는 북한당국의 노력” 때문에 번번히 허점(虛點)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연유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실상은 거의 대부분 북한이 심리전차원(?)에서 스스로 드러내는 “맨살을 가장한 소식이나 보도” 등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아마도 이런 정황은 북한당국이 ‘진정성’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데뷔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과 관련하여 이번 호에는 지난 해 말 김정은의 스위스생활 중 온갖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는 김정은의 이모 ‘고용숙’(김정은의 생모 ‘고용희’의 동생)이 제기한 고소(告訴)와 관련하여 새삼 내외의 주목을 받았던 북한에서의 ‘로열 패밀리(Royal Family)’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당시 소(訴)를 제기하였던 고용숙은 ‘고용희’의 5살 터울 여동생으로 지난 1998년 남편인 강모씨와 함께 미국에 망명하여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녀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8살때부터 김정일의 후계자수업을 받아왔다”고 밝힘으로써 로열 패밀리의 일면(一面)을 짐작케 하였다.
일반적으로 ‘로열 패밀리‘는 이른바 왕실(王室) 또는 황족(皇族)을 일컫는 말로 어느 국가에서나 “특별한 대접을 받는 특수계급 또는 계층”에 속하는 이들로, 우리네와 같은 ’보통사람‘과 그 뿌리 등 출신성분에서부터 아주 확연하게 다른, 왕후장상(王侯將相)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로열 패밀리’는 유럽과 같은 경우에는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으로 나뉘며, 신라시대에는 “성골, 진골” 등으로 분류되었었다.
“김일성민족과 백두혈통”을 주창하는 북한에서도 이들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로열 패밀리’는 일반인들이 감히 범접(犯接)할 수 없는 초특수계층에 속하는 “희소가치를 부여받은 사람들”로, 이에 따른 신분상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에 관해서는 김정일의 처조카(성혜림의 동생 ‘성혜랑’의 아들)인 ‘이한영’(1997년 2월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살됨)이 쓴 ‘대동강 로열패밀리’를 통해 그 윤곽이 어렴풋하게나마 드러난 적은 있지만, 북한내에서는 자국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을 사사건건 통제하여 외부로의 유입을 엄금(嚴禁)하는 체제특성 상 일반주민은 물론이고 당-정-군의 최고위 간부라 하더라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극비사항’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실체에 관해서는 본인이 직접 밝히기 전에는 그 대강(大綱)만을 추정해 볼 수 있을 뿐,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제대로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이들 ‘로열 패밀리’는 그 원조(元祖) 격인 김일성과 그의 아들인 김정일을 중심으로 할 때 고조부에 해당하는 김응우를 정점(頂点)으로 하고 있으며, 그 밑에 증조부인 김보현과 증조모 이보익, 조부인 김형직과 조모 강반석, 부(父)인 김일성과 모(母) 김정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르러서는 이른 바 ‘곁가지’가 파생하게 됨으로써 ‘로열 패밀리’가 혼전(混戰)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에서의 ‘곁가지’란 김정일이 이른바 ‘종자론’(※ 원어 그대로 풀이한다면 “모든 일의 핵심을 일컫는 말”이나 북한에서는 “문학예술부문에서 작품의 기본핵이며, 그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문제”로 정의되고 있음)에 입각하여 내세운 것으로, 그는 자신의 가계(家系)를 “본가지와 곁가지”로 분류하여 권력의 핵(核)인 자신의 직-방계세력을 본가지로, 서자(庶子) 또는 이복(異腹)을 곁가지로 구분하면서 이들 중 ‘곁가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견제-배척함으로써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런 분류에 따르면 한때 자신의 정적(政敵)으로 부상하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삼촌 김영주(1920년생)와 자신의 계모인 김성애(1924년생), 그리고 그녀의 자녀들은 모두가 ‘곁가지’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일은 이들을 특별하게 감시-통제하기 위해 1988년부터 조선로동당 조직지도부 산하에 ‘10호실’이라는 조직을 은밀하게 구성, 운영하여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북한에서의 대표적인 ‘로열 패밀리’는 대(代)가 바뀔수록 그 권한과 처우가 크게 바뀌는 양상을 나타냈는데, 우선 김일성의 경우 공식적으로 알려진 2명의 부인(김정숙과 김성애)을 두었다. 이들 중 김정숙은 1949년 출산후유증으로 사망하여 현재까지 ‘백두산 3대장군’으로 추앙-칭송되고 있으나, 후처(後妻)인김성애와 그녀의 자식들은 홀대를 받고 있다. 즉 그녀의 경우김일성 생존시에는 ‘퍼스트 레이디’로서 한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에는 “조선에 어머니는 단 한 분이다”라는 언급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권력의 무상(無常)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김일성-김성애 사이에 태어난 장남 ‘김평일’(1954년생)은 생김새나 건장한 모습 등이 김일성을 쏙 빼닮았으나, 김정일에 의해 ‘곁가지’로 분류되어 1908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유고, 불가리아,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의 ‘대사’로 만족(?)하고 있고, 김평일의 바로 아래동생인 김영일(1955년생)은 핀란드대사로 근무하던 중 2000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누이인 김경진(여, 1952년생)도 남편인 김광섭(오스트리아대사)을 따라 오랜 기간 동안 유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일성의 친동생이자 김정일의 삼촌인 김영주는 김일성이 살아있을 당시에는 당 정치국 위원 겸 비서국 비서, 국가부주석 등 요직을 맡으면서 남북한간에 진행된 ‘밀사(密使)’로 파견되는 등 승승장구하였으나,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의 직함을 가질 뿐 현재까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일성의 또 다른 동생인 김철주(1916년생)는 김일성과 빨치산활동을 하던 중 사망하였기 때문에 김정일에 의해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지금까지 미화, 찬양, 추앙되고 있다.
이런 북한의 ‘로열 패밀리’는 김정일시대에 와서는 그 양상이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고, 이들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이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후지모트 겐지’(※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2003년 출판한 일본인) 등 이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극소수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1946년생)의 경우인데, 그녀는 한동안 당 경공업부장, 조선인민군 대장, 당 정치국 위원, 당 비서 등 여러 요직을 맡았었지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 동정이 거의 알려지고 있지 않으며, 그녀의 남편인 장성택(1946년생) 역시 한때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했으나, 김정은에 의해 2013년 12월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와 횡령, 부패 등”의 혐의를 뒤집어 쓴 채 처형됨으로써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였다.
또한 김정일의 경우는 김일성과는 달리 수많은 ‘창(窓) 밖의 여자’(?)를 거느렸기 때문에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즉 김정일의 여자는 “홍일천 : 전 김형직사범대학 학장, 김영숙 : 당 선전선동부 타자수, 성혜림 : 영화배우 출신, 고용희 :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손희림 : 러시아주재 대사 손성필의 여동생, 홍영희 : 인민배우, 정혜순 : 극영화 ‘종달새’의 주인공, 김옥 : 서기처 과장” 등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그 실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에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간에 이들을 ‘로열 패밀리’ 범주에 속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들과의 사이에 출생한 많은 후손들은 다음과 같이 예거(例擧)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홍일천과의 사이에 태어난 김혜경, 성혜림과의 사이에 태어난 김정남, 고용희와의 사이에 태어난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 등 2남 1녀를 포함하여 김영숙과의 사이에 태어난 김설송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로열 패밀리’ 가운데 현재 실권을 잡고있는 ‘백두혈통의 원조(元祖)’라 주장하는 김정은과 그의 형인 김정철, 여동생인 김여정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곁가지 로열 패밀리’로 분류된 사람들은 해외에서 부초(浮草)와 같은 신세에 있거나, 아니면 국내외에서 ‘은신(隱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우리가 흔희 생각하는 것처럼 “막강한 권력과 특별한 처우”를 받고 있기 보다는 최고실권자이자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인 김정은의 ‘눈치’를 보면서 겨우 연명을 하는 불우한 처지에 있다고 하겠다.
이 중에서도 국내외 언론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인물 중의 한 명이 바로 ‘김정남’인데, 그는 2001년 가짜여권을 소지하고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이후 현재까지 마카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아들이자 김정일의 손자인 김한솔(※ 2012년 12월 핀란드의 한 TV에 출연한 바 있음) 역시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편 일명 ‘백두공주’로 불리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1988년생?)의 경우 ‘김씨일가’ 가운데 공개활동을 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는 현지지도과정이나 주요 행사에 수시로 김정은과 동행하여 꽃다발을 건네받거나 뒤편에서 의전(儀典)과 관련하여 무언가를 지시하는 등, 적어도 외형상으로 보기에는 북한사회를 움직이는 “제2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항간에는 그녀가 이미 결혼을 하여(그것도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룡해의 차남과) 딸 1-2명을 둔 기혼자라는 소식이 공공연하게 한때 회자되었지만, 얼마 전 방북한 ‘후지모토 겐지’의 부인(否認)으로 “없었던 일”로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혼(?)인 그녀는 김일성종합대학(물리학부)을 졸업(2007년경)한 이후 김정은의 곁에서 그를 보필하는가 하면, 당 선전선동부에서 모종의 막중한 임무(마도 ‘부부장급’이거나 ‘부장’으로 추정됨)를 수행하는 가운데 얼마 전 열렸던 제7차 당대회에서 128명의 당 중앙위원회 위원 중 아마도 가장 적은 나이로 42번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같은 반열에 있던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40살이 넘어서야 중앙위원회에 적(籍)을 올렸던 것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위상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북한에서의 ‘로열 패밀리’는 시대적 정황에 따라 서로 상반된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즉 김정일과 김정일로부터 ‘곁가지’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시대를 잘 만났다면 호의호식과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고국땅에 발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해외에서 떠돌거나, 국내에서도 절대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현실은 그들 스스로에게 자괴(自愧)감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이며 “살아도 살아있는 인생”이 아님을 절감케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들 ‘로열 패밀리’, 그 중에서도 김정일-김정은에 의해 배척당하고 있는 비련(悲戀)의 주인공들인 ‘곁가지에 속하는 로열 패밀리들’이 품고있는 한(恨)은 언젠가는 북한 김정은체제의 와해를 촉진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나, 과연 김정은과 그를 떠받들고 있는 최측근세력들이 “백일 동안 붉게 피는 꽃은 없으며,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망한다”는 뜻을 헤아리고나 있는지, 아니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시사하는 함의(含意)를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 필자는 못내 궁금하기만 하다.
이들 로열 패밀리들의 상반된 운명은 마치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그런 상반된 운명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할 것인지 그 귀추가 자못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