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갑작스런 붕괴와 통일을 준비하라

▲홍찬선 편집인

북한이 수상하다. 군 장성이 탈북해 제3국으로 망명한데 이어 태영호 주영대사관공사가 망명해 한국으로 왔다. 북한에서 잘 나가는 기득권층인 군 장성과 고위 외교관이 스스로 기득권을 버렸다는 것의 의미는 적지 않다. 중국에 있는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이 집단으로 서울에 왔다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정치학에는 ‘기득권층이 7% 정도면 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가설이 있다. 아무리 국민들의 불만이 높더라도, 그 체제에서이익을 얻는 세력이 국민의 7%만 된다면 그들이 기득권을 위해 똘똘 뭉치기 때문에 그 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이뤄지고 그 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바로 기득권층이 7% 이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핵심이며, 충성심이 높은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군 장성과 고위 외교관이 북한을 버린 것은 ‘7%의 동요’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집권한 뒤 고모부인 장성택 전 부총리,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등 고위층들을 잇따라 숙청했다.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예측불가능한 숙청은 ‘7% 기득권층’을 ‘언젠가 나도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위기감으로 몰아넣고, 기득권 포기 및 북한 탈출이라는 ‘살 길’을 찾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기득권층이 느끼는 불안과 위기감이 더 높아질 경우 망명으로 끝나지 않고 조직적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득권층이 분열하면서 체제불만 세력들과 연합할 경우 김정은 체제는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1979년 10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유신체제가 박정희 대통령의 심복이었던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변심으로 한 순간에 무너진 것처럼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theEconomist』는 지난 7월17~22일자, ‘세계에서 만일(World if)’라는 기사를 통해 김정은이 독살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사망하고 한반도가 2018년에 통일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은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 마리 귀뚜라미가 가을이 왔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성급한 귀뚜라미 몇 마리가 벌써 상당히 오래 전부터 소리 높여 울어봤지만 109년만의 찜통더위가 수그러진 건 처서(處暑)가 지나고서도 한참 뒤였다.

하지만 나무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단풍이 들고 겨울이 오게 마련이다. “어떤 일이 오래 이어지면 반드시 그와 다른 흐름이 생긴다”(『주역(周易)』)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원리처럼, 21세기 민주화 시대에 시대착오적 세습제가 3대나 이어졌으니 잘못된 흐름을 정상화시키는 반전(反轉)이 생기는 것은 정치를 따지기 전에 자연법칙일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적극적인 것은 꺼져가는 촛불의 마지막 밝음일 수 있다. 핵은 밥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팔짱 끼고 보고만 있어야 할까. 북한에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면 우리도 엄청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치가와 지도자들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9월은 정기국회가 열린다. 올해 예산을 마무리하고 새해 예산을 확정짓는 게 가장 큰 임무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청년실업과 경제 살리기 등도 시급하다.

하지만 20대 들어 처음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에는 북한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특별과제가 부여돼 있다.

북한 체제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 북한체제 붕괴를 통일로 연결하려면 잘 짜여진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나리오가 없으면 우왕좌왕하다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당할 수 있다. 1980년에 전두한 소장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에게 정권을 빼앗긴 것처럼 말이다.

“널리 대다보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다(인무원려 필유근우; 人無遠慮 必有近憂).” 70년 넘게 이어진 허리 잘린 분단의 고통을 끊고 통일된 한반도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정말 중요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