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임대표의 처지와 비책-개방과 공정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

8월의 폭염 속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큰 이변 없이 당대표를 탄생시켰다. 이변없는 전당대회이어서 재미가 없었다고들 하지만 양당의 전당대회는 2017년 대통령선거의 정치시계를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사가들은 58년 개띠에, 똑같이 흙수저에 소속정당의 지지기반이 아닌 상반된 지역, 호남출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경북ㆍ대구 출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새누리의 친박과 더민주의 친문 공히 각 당의 지배계파의 절대적 지지로 압승을 했다는 점에서 두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닮은꼴로 묘사하고 있다. 단언컨대 두 대표의 공통점은 주민등록상 1958년생이라는 것과 생물학적으로 호남ㆍ영남출신이라는 사실 외에는 정치적으로 확연히 다른 처지에 있다.

이정현의 처지에서 비책은 개방과 공정이다
새누리당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이정현이라는 호남대표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더민주와 비교했을 때 훨씬 흥미로웠다고 한다. 악평에 가까운 분석일지 모르겠지만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 내 호남의 정치적 지지와 힘을 가지고 당선되었다기 보다는 철저히 친박의 작전에 의해서 탄생된 꼭두각시형 대표의 처지가 될 수밖에 없는 여지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결과가 4ㆍ13 총선 패배에 대한 대안으로서 비박ㆍ비주류의 대표가 나왔다면 대통령의 심기가 잠깐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집권여당의 균열방지에는 훨씬 효과적이고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역으로 이야기 하자면 친박의 상징인 이정현 대표에게 닥칠 가장 큰 난관과 위기는 여권발 정계개편이 새누리당 내 비박 정치세력 중심으로 일어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당 대표이냐 정권재창출을 향도하는 대표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있는 것이 이정현 대표의 처지이다.

요즘 여권에서는 정치중간지대의 설정에 한창이다. ①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세력들은 이정현 대표가 개방과 공정성을 담보해주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직화된 여권세력이다. ②김무성 전 대표 등의 비박 정치세력의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남경필ㆍ원희룡ㆍ오세훈ㆍ김문수 전ㆍ현직 지사들의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의 힘은 크게 들썩일 것이다. ③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 친이세력들의 움직임 또한 새누리당 이탈세력의 원심력으로 충분한 힘을 갖게 될 수 있다. ④이렇게 될 경우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새누리당 행을 장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①에서 ④까지의 상황은 정치적 시나리오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이 대선 경선과정에 있어서 개방과 공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정치적 상상일 수 있다. 특히 야권의 이탈세력과 여권의 정치적 결합의 조짐이 있을 경우 이러한 정치적 상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정면돌파가 묘수이듯이 이정현의 처지에서 비책은 개방과 공정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추미애의 처지에서도 비책은 개방과 공정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의 압승을 더민주의 친문패권주의의 결과로 폄하하려는 경향들이 있다. 이에는 새누리당의 친박(親朴)과 더민주의 친문(親文)을 동일시하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정치적 착시현상과 오류가 상당히 내포되어 있다. 더민주의 특징은 새누리와 달리 경쟁 및 대결구도에 있었던 당내 정치세력이 이미 ‘국민의당’으로 분화되어서 4ㆍ13 총선의 심판을 받았다는 점에 있다.

아직까지는 주요 정치세력들이 한울타리에 있는 새누리당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의 지배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친문과 호남의 지지로 압승을 한 추미애 대표에 대해 새누리당 식의 배타적ㆍ패권적 당권 확보라기보다는 야권에서 더민주 중심의 정국운영에 있어서 안정적 기반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해줄 수 있다. 만약에 비주류가 당대표가 되거나 상당한 지지기반을 확보했다면 더민주의 야권에서의 정치적 위상은 매우 불안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추미애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계안에서 안주를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선정국이 닥쳐올 경우 정치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대선캠프의 종속적 부속품에 불과할 수 있다. 추대표는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압승한 것을 범야권에서의 정치적 파워를 갖게 되는 교두보를 장악했다는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이러한 정치적 위상을 확고히 하지 못하면 더민주 특유의 전통이 되어버린 ‘당선되자마자 얼마 안가서 이리저리 난타당하는’ 역대 당대표의 전철을 걷게 될 것이 뻔하다.

추대표는 ‘2017년 대선정국이 야당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적, 부정적 입장에서 나오는 반사적 근거를 갖고 있을 뿐이다고 인색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2017년 대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하려면 최소한 1대 1의 양자대결 내지 2대 2의 사자대결 구도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이미 두동강난 야권은 지지기반에 있어서 많은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야권의 주요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ㆍ안철수ㆍ손학규 등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정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야권 전체의 그림에 대한 당위적ㆍ정치도덕적 관념이 매우 무뎌져 있다 하겠다. 추대표는 당장에 더민주의 경선룰에 있어서 철저한 개방과 공정의 원칙을 표명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적 용단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및 권리당원의 정치적 힘은 당대표를 선출할 때는 온당할지 모르나 대통령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는 철저한 국민공천의 형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에 추미애의 처지에서도 비책은 야권 전체에 대한 철저한 개방과 공정에 있다 할 것이다.

요컨대 8월의 폭염속에서 탄생한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정치적 DNA와 역정 그리고 처지에 있어서 서로 확연히 다르지만 절대정명의 정권교체 및 재창출의 소명을 다 하려면 둘 다 당 운영의 개방과 공정에 열공 및 열중하여야 할 것이다. ‘개방과 공정’은 모든 대선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뜻 못지않게 국민과 함께 한다는데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법학박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대학원장/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