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은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다

▲가현정 작가

법무무 인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가현정 작가는 참된 인성의 길은 자연에 더 가까워지는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말한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진 인성교육을 진단하고 분석하여 올바른 인성교육 방향을 제시하고자 칼럼을 기획하였다. 1회 인성교육은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다, 2회 참된 인성교육은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3회 참된 인성의 길은 자연스러움에 있다로 총 3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교실 속 인성교육에서 출발하여 일상으로 녹아든 인성교육을 제시하고, 참된 인성의 길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스러움에 있음을 강조한다.

인성교육을 필수교육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인성교육진흥법은 어디까지나 인성을 기르는 데 요구되는 최소한을 명시한다. 물론 인성교육이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하여 제시하는 안내자 역할도 담당한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명시된 인성교육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에서 타인과 공동체는 가정이라는 기본 단위를 바탕으로 한다.

또한 인성교육진흥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서 공동체적 삶에 적합한 품성을 갖추려면 가정에서부터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이자 최소 단위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강력한 제도나 프로그램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가능한 상황인가? 인성교육은 고사하고 가족 구성원들끼리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넬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성교육은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어렵다는 현실에 매여 옴짝달싹 못한다 말하기 전에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가 가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핵심기지를 학교로 삼았다는 이유로 학교에만 모든 것을 내어 맡겨서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 부모 역할이 아이들에게 학업성취만을 강조하는 학습매니저로 축소된 가정이 많다. 공부만 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그저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최선임을 강조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인성을 갖추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사회화를 경험하는 곳이 가정이다. 자녀의 밝은 미래를 위해 가정에서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다양한조직에서 적응하는 능력, 즉 공동체 생활을 잘 해내가는 데 필수적인 인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비록 인성교육진흥법이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할지라도 가정교육과 연계되지 않은 학교교육은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파악해야 한다.

부모 자녀간의 소통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현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바쁜 일상을 보내는 오늘날,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일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 많고 자녀들 또한 방과 후에도 다양한 보충학습을 위해 여기저기 바삐 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인성교육을 위해 따로 시간을 떼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인성교육을 시작한다 한들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교육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부모 자녀간의 소통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해소하는데 선인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일명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인성교육을 가정에서부터 일상화해왔다. 밥상머리교육이란 말 그대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면서 부모로부터 자연스레 예절교육과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를 배우게 됨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식사를 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은 시간이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가 더 잘 나타날 수 있었다.

소통을 통한 인성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시작하면 된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하루의 일정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바꿔야할 것은 일과 시간표가 아니라 가정에서 솔선수범의 역할을 담당하는 부모들의 인식이다. 오늘날 가정은 더 이상 부모가 권위를 세우고 자녀들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가부장적 체제가 아니다. 사회는 상당히 발전된 민주화체제인데 비하여 여전히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의 가정은 부모 자녀간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부모들이야말로 여전히 인식의 틀을 바꾸지 못하는 가장 큰 세력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부모를 중심으로 인성교육에 관한 인식전환과 그에 맞는 실천이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명은 내려놓고, 하루 한 끼는 반드시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하루 한 번이라도 밥상머리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부모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함께 먹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자.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자녀들도 늘 야근하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던 부모님이 일찍 귀가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달라질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의 일상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가정 내 실천 프로젝트인 ‘밥상머리 인터넷 윤리교육’을 시작했다. ‘밥상머리 인터넷 윤리교육’은 인터넷의 올바른 이용, 윤리의식 함양, 그리고, 인터넷 역기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로서, 7월 19일 대구새론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전국 170개 유치원과 400개 초등학교의 학부모 5만 명을 대상으로 1차 교육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밥상머리 인터넷 윤리교육’은 밥상머리에서부터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끄고 가정을,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이용시간을 줄이고 건강한 이용습관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가 실시한 교육프로젝트는 밥상머리교육의 효과를 제대로 알고 활용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 삶과 유리된 교육은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음을 정확히 인식했기에 가능한 정책이다.

실제 삶에서 이루어지는 일상 속 인성교육이 진짜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인성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도의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소외현상이 두드러지고, 각종 범죄는 날로 흉포해지지는 인성 상실의 시대라고 한탄하기 전에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인성교육이란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되살려 내는 일을 하는 것이며 인간의 삶 혹은 삶의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매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 그 이후를 준비하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