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통한 설계와 디자인

예를 들면 어떤 소비자가 방, 거실, 화장실 등의 한 공간에 마음에 드는 서로 다른 디자인을 부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방은 앤틱 스타일에 거실은 북유럽 풍, 그리고 주방은 젠 스타일의 주방을 선호 한다면 그것을 한 공간 안에 연출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이상한 공간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자신이 보고 예쁜 것들만 말씀하세요. 그런 부분을 상식선에서 조화롭게 조정하는 역할 같은 거죠. 비용절감의 까지 1석2조를 만드는 역할입니다.

- ‘Gebäudetechnik' 이 정확히 무엇인가
▶독일어를 한글로 옮기면 ‘건물공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건물에 대한 효율을 중요시 하는 유럽인들의 특징 중의 하나죠. 쉽게 예를 들면 모든 건축을 처음 설계할 때 건축, 설계, 토목, 전기등 모든 프로젝트를 한곳으로 모아 그 효율성을 계산하고 진행 및 관리를 합니다. 특히 에너지 관리가 중점인데 비율로 보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10%선 정도로 진행을 하죠. 결과는 30% 이상의 예산 이득 효율이 있다는 통계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건물 건축 매니지먼트’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왼쪽부터 이종수 대표, 지명 대표

- 인테리어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1993년 무작정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유학을 시작 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현대건설에서 플랜트 사업을 맡고 계셨던 아버님의 영향으로 기계공학을 공부하러 베를린공대 기계공학과(Maschinenbau)에 입학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독일이라는 나라는 저를 장인 급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정말 딱 기계만 가르치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기계공학과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었죠. 그래서 건축과로 전과를 하려고 했는데 제가 다니던 베를린공대는 건축이 예술 쪽과 가깝게 되어 있었습니다. 포트폴리오부터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일단 과에 교수1인당 인원이 한정이 되어 있어서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보니 딱 저에게 맞는 ‘건물공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 귀국하여 당시 대기업 설계 사무실에서 인턴 연수를 했는데 이것도 제가 생각했던 ‘창의’와는 좀 거리가 멀어서 퇴사 후 당시 일산에 전원주택을 짓는 일부터 개인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지금의 인테리어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당시 애로 사항이 많다고 들었다. 
▶물론 8년이라는 유학생활과 당시 우리나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어요. 일단 용어들부터 시작해서 적응하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흘러야만 했습니다. 이상한 일본말(현장용어)부터 적산하는 방법까지 현장에서 한 5년쯤 지나니까 차츰 익숙해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정말 많이 헤매고 다녔어요.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많았죠. 일단 당시 건축현장은 밤낮이 없었어요. 그리고 디자인료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했습니다. 견적서에 디자인 비용을 청구하면 클라이언트들이 제일 먼저 삭제하는 항목 이였으니까요. 정당한 일에 대한 대가를 견적서에 청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때였으니까요. 물론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 디자인 살리고. 이름에 많은 뜻이 담긴 것 같은데 설명 부탁드린다.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무렵 이였습니다. 그 당시 인테리어 시공업체인 (주)우리와 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최 동 전무가 제안을 했었습니다. (주)우리와는 매뉴얼 시공이 많은 인테리어 업체이니 커스터마이징 인테리어 부분을 맡아서 사업부를 차려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가 평소에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디자이너 친구와 상의를 했죠. 저희가 평상시 항상 ‘나눔’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동의를 하고 사업부 명을 디자인 SALLIGO라고 지었습니다. SA는 Social Architect의 약자로 ‘사회 나눔 건축’으로 재능 기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LLI는 Lovely Living Design의 약자이고 그런 것을 지향한다 해서 Go!를 붙였죠.

- 나눔, 기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동안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을 해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폐가구들이였어요. 사실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주방가구를 철거를 하는데 빌트인 으로 된 식기세척기와 가스오븐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냥 버려야하죠. 또 소파 같은 경우 신규 소파가 들어오면 그냥 버려요. 그런 것들을 조금만 리폼하면 새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조직적으로 필요한 분에게 기부와 나눔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사 옆에 살리고 퍼니쳐 공장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 디자인 살리고만 의 장점은
▶소비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다양한 설계와 디자인을 합니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고 외국의 유명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대가 오니 그만큼 소비자의 요구도 까다로워지고 많아졌어요. 그럼 저희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맞춤가구 시스템을 할 수 있는 공장을 함께 운영하여 편리성을 더하였습니다. 또한 고객이 가장 염려할 수 있는 A/S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A/S전담팀을 구성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인테리어 사업에서는 기존 폐쇄적인 인테리어 가격을 모듈 화된 시스템을 통해 각 평형별 디자인을 분기별로 제작,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견적을 오픈하여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습니다. 시방서를 통한 공사 일정표를 정해놓고 좀 더 신속한 일정관리로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신속한 공사를 철저히 관리하면 공사기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공사비 절약을 소비자에게 돌려 줄 수 있으니까요. 한번 인테리어를 한 후 변형이 어려운 기존의 인테리어 방식을 저비용으로 계절별 분기별 성형이 가능 할 수 있는 인테리어. 그것이 저희의 장점입니다.

- 교육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일률적 사고는 디자인 세계에서는 죽음과도 같습니다. 모방성 카피작업이나 단순 감성으로는 급변하는 주거문화의 특성과 환경, 건강, 편리성, 효율성 등을 추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창조적인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창조적인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서적, 영화, 예술작품 등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듯이, 인테리어 디자이너 역시 책과 영화, 건축물, 미술, 자연 등을 골고루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많이 나가 보라고 권합니다. 예를 들면 중국인 클라이언트가 와서 제주도에 빌라를 짓겠다고 했는데 사무실에서 자기만의 생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생각, 취향, 살던 곳 등을 보고 클라이언트의 모든 것을 좀 더 종합해 본다면 더욱 나은 디자인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디자인이란 사람이 중심이니까요.

과학적인 측면도 중요합니다. 장식적인 내부요소에만 치중한 나머지, 건축적인 요소를 배제해 버린다면 경제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모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이나 안전성을 갖추지 않은 공간은 결코 뛰어난 인테리어 공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건축물의 기능과 설계를 위해 수치해석능력과 그밖에 다양한 공간개념이 탁월해야 유리합니다. 아직은 이러한 경험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현장에서 가르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어려운 이 시기에 소규모 창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분야에도 R&D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중 하나입니다.

- 현장 실습의 중요성
▶처음 대학을 졸업하고 아니면 학업을 마치고 입사를 하게 되면 현장 경험이 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내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다방면에 박식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모든 재료와 소재, 그리고 색감도 필요합니다. 물론 교육기관에서 이론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체내에 습수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현장은 교육과는 조금 다르죠. 발생하는 경우의 수가 그만큼 많고 오랜 경험이 아니면 적응하기 힘듭니다. 저희는 오픈 마인드로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쉬운 경험의 길을 열어 드리려 합니다. 무작정 해보는 것 보다는 실패의 확률을 줄여 주는 시스템이죠. 이런 현장 실습 교육도 현재 준비 중입니다.

▲살리고 내부 작업실 모습

-그럼 아무나 원하면 인테리어 실습을 할 수 있나
▶저희는 그것을 조금 체계화하여 일목요연하게 매뉴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현장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경험을 글로 만들어 체계화를 시킨 셈인데 결과적으론 누구나 쉽게 인테리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요즘 셀프 인테리어도 많이들 하고 계신데 좀 더 수월하게 경험을 하시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죠. 매뉴얼과 약간의 센스만 가미하면 누구나 쉽게 따라하실 수 있습니다.

- 최근 디자인 살리고 가 진행하고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기존 진행하던 실내 인테리어는 계속 진행 중이고 현재 제주도와 고척동에 큰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고척동은 기존의 자동차 문화를 개선하여 유럽의 인더스트리 4.0에 대비한 자동차 정비사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인더스트리 4.0의 주요 개념 중의 하나가 모든 생산 부품의 리사이클과 생산라인의 전산화인데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대응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클라이언트에게 제안을 하여 토털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앞으로 전 세계 산업 표준화에 대비한 사업입니다. 예를 들면 앞으로는 어떤 자동차의 부품이든 회수를 해서 교체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면 부품 가격을 두 배 정도의 비용을 들여 교체를 해야 하죠. 그만큼 리사이클의 개념이 커진 겁니다. 환경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의 주 골자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반 정비사업소가 아닌 독일의 교육 기관과 연계하여 마이스터급 정비사를 길러내는 교육의 기능도 같이 갖추고 있는 곳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러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도 독일의 기관들과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빌라 프로젝트를 매니지먼트 하고 있습니다. 시행사와 시공사와의 간격을 좁혀주고 특화된 실내 디자인과 공간을 이끌어 내는 프로젝트이지요. 제주도의 특화된 자연과 모더니즘을 접목하여 국내외 둘도 없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 많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시행사의 열린 사고방식과 진보적인 사업 방식이 저를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하였습니다. 둘 다 내년에 보여 드릴 수 있는 사업입니다.

- 앞으로 디자인 살리고 가 지향 하는 것이 있다면
▶모든 건축물에는 그 공간을 창출하는 사람들의 혼이 깃들어야 합니다. 순수 예술과 과학의 사이라고나 할까요. 그 공간은 디자이너뿐 만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이것은 미술 작품과는 다르죠. 이제 디자이너 마음대로인 시대가 아닌 같이 숨 쉬고 공감하고 생활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예술과 효율 두 가지가 모두 만족한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겠죠. 

저는 대학이 아닌 현장에서 그런 후학들을 길러내고 그들과 같이 현장에서 숨 쉬며 뛰고 싶습니다. 제도적으로 보면 그런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희는 좀 더 연구해서 그런 갖추어진 시스템 속에서 나누고 경험하고 경쟁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건축을 떠나 이런 공간속에서 서로 같이 어우러져 나아간다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듯이, 공간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필요한 손길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후학들을 길러내고 싶습니다.

프로필
-TU Berlin Gebäudetechnik (베를린공대 건축설비학) 수료
-(현)TU Berlin 총동문회 총무
-(주)우리와 이사
-(현) 디자인 살리고 및 살리고 퍼니쳐 COO(Chief Operating Offi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