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사시 폐지, ‘희망’ 걷어 차는 격”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

결국 헌법재판소가 사법고시 폐지 합헌에 손을 들었다. 사법고시는 2018년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역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이다. 신림동 고시촌을 지역구로 둔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망연자실’했다. 그는 사법고시 폐지에 반대한다. 사법고시는 ‘희망의 사다리’라고 전했다. 사법고시가 폐지된다면 로스쿨을 갈 수 없는 학생에게 희망의 사다리마저 없어지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사법고시 존치법안’을 발의했다. 사법고시 존치와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과연 로스쿨과 사법고시는 병행이 가능할까. 지난달 20일 국회 오신환 의원실에서 오 의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법고시 폐지 판결을 어떻게 보나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다. 9명 중5명의 헌법재판관이 합헌 판정을 내렸다.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판결 과정 속에서 4명의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판결 내린 것 이 어떻게 보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헌재의 사법고시 폐지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변호사시험법 조항2조 부칙조항 2조에 대해 ‘사법고시를 폐지한다’는 조항이 합헌이다. 사시를 병행하는, 투트랙으로 로스쿨과 같이 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입법 정책적인 부분으로 분명히 국회에서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2007년 로스쿨제도를 도입할 당시 10년 동안 사시와 병행 존치하는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2017년 1월부터 폐지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동안 로스쿨이 도입되는 논의과정에서 사시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다.

-사법고시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나
▶사법시험 제도로 인해 생긴 법조 카르텔, 특정 학교 위주로 만들어진 학력주의, 대학진학률이 80%인 시점에서 학부생들이 대학교육을 받지 않고 사시만 공부하는 대학교육의 황폐화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제도가 가진 기본적인 모순도 있다. 사시는 공부만 하다가 합격하면 법조인이 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성을 기르고 소양을 갖춘 법조인이 양성돼야 하는데 골방에서 공부만 하다가 법조인이 되다 보니까 문제를 생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양한 학부를 통해 전문분야를 쌓고 법률공부는 로스쿨에서 하는 취지로 로스쿨제도가 도입됐다. 사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로스쿨을 도입했는데 문제를 완벽하게 치유하지 못했다. 로스쿨제도가 갖는 한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

-로스쿨이 도입되고 난 후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나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공정성 문제다. 언론에도 나왔지만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라고 한다. 권력과 부가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나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공정하지 못하게 법조인이 배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로스쿨은 면접을 보고 사람을 뽑는 ‘정성적 평가’다. 인성에 대한 부분은 특성상 면접을통해 알아내야 하는데 이제까지 합리적이고 공정했다고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이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 법조인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로스쿨은 대학원이다.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생은 원천적으로 대학원에 갈 수 없다. 사법시험은 자격 자체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느 정도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정도다. 그러나 로스쿨제도는 학사학위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이 되는 것이다. 기회균등 차원에서 한계가 있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

-로스쿨과 사법고시 제도가 8년 정도 병행됐다. 나타난 부작용은 무엇인가
▶로스쿨에서 해마다 1500~1600명가량 법조인이 배출되고 있다. 사시가 시행된 지 55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나온 사시 출신자보다 8년 동안 로스쿨에서 배출된 법조인이 더 많아지는 전환 포인트에 왔다. 굉장히 많은 법조인이 배출된 것이다. 공급이 이미 포화상태다.

-법조인은 많아졌는데 변호사 수임료는 낮아지지 않았다
▶눈을 낮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싼 가격에 다양한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공급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임료가 몇백만원 수준이다. 시장에서 공급이 넘쳐남에도 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니 일거리는 없어지고 과도기 상황에 처한 것이다.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어떤 내용을 담았나
▶‘변시 낭인’을 구제할 법안이다. 로스쿨 변호사 시험법 합격률이 80% 정도다. 지금은 60% 수준으로 낮아졌다. 시험을 5번만 볼 수 있는데 만일 모두 떨어지면 더 이상 못 본다. 특히 로스쿨에 다니는 사람은 사법고시를 볼 수 없다. 이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을 ‘변시 낭인’으로 부른다. 이번에 90여명이 변시 낭인이 됐다. 더 이상 시험을 못보고 퇴출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직장에 취업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주변 사람에게도 뭔가 부끄러운 상황이다. 그런 변시 낭인을 없애기 위해 로스쿨에 다녀도 사법고시를 볼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이 법안은 시험결과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및 성적을 공개하는 내용도 담았다.

-일본의 경우 신(新)사법고시라고 부르는 ‘예비시험제도’가 도입 됐는데
▶로스쿨을 가지 않더라도 예비시험제도로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약간 변형된 사법시험의 형태다. 일본에서는 로스쿨을 실패한 제도로 인식한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 유능하고 똑똑한 친구들이 로스쿨에 가지 않고 예비시험을 봐서 빠른 길로 가니까.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사법시험 존치보다 예비시험을 더 거부하기도 한다.

-로스쿨과 사시, 병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이 방안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 거부감이 있다. 전혀 이질적인 두 제도를 병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들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스쿨이 한국과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일단 도입됐기 때문에 취지나 목적 등 그 뜻을 훼손할 생각이 없다. 다만 사법시험이 가진 문제를 개선하려면 그 안에서 다른 방식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제도의 틀을 바꿔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어쨌든 로스쿨이 우리 사회에 잘 안착되길 바란다. 로스쿨을 갈 수 없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희망의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

-송민순 회고록으로 새누리당이 문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오 의원은 UN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사건 TF위원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표결하는데 직접 당사자인 북한에게 물어보고 마치 결제 받듯 기권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굴욕적이다. 일단 사실 규명이 돼야 한다.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문 전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야당은 제2의 NLL이라고 하는데, NLL사건은 정문헌 새누리당 전 의원이 문제제기한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이던 사람이 발설한 것이다. 직접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사람이니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인지 아닌지 야당이 밝혀야 한다. 사실이라면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문 전 대표는 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데 역량이나 자질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4.29 재선거에서 당선돼 원내에 입성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재선을 달성했는데. 20대 국회는 어떤 국회라고 생각하나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 정도 됐다. 원내에 입성한 것은 2년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여야가 상반된 입장이어서 정당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본다. 여야가 상반된 입장 속에서 정당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국민에게 지탄 받는 형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기본적으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한치도 나아갈 수 없는 이런 정치구조가 큰 문제다. 협치가 될 수 없는 구조다. 정권을 창출하는 게 정당의 목적이다. 현 정권이 잘못돼야 새로운 정부를 만든다. 정부가 잘돼야 국민이 잘되는 것이다. 못돼야 불만이 생기니 정부를 도와줄 생각을 안 한다. 반사이익으로 선거에서도 승리하는 구조다.

-극복방법은 무엇일까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는 한두명의 국회의원이 개선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통해 과감한 개헌이 필요하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 한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성 있게 임한다면 국민들이 그 뜻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민생문제와 안보문제,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돌봐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여야가 힘을 합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회가 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등 다양한 방안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 같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
- 1971년 2월 7일
- 당곡고
-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졸업
-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석사수료
- 제7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회 위원장
- 박근혜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 부본부장
- 제19, 20대 국회의원 (서울 관악구을/새누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