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효과 높이려면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이다. 상품 다섯 개 가운데 하나가 중국행이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두 번이나 신속히 벗어났다. 그 모멘텀은 중국시장이었다. 한•중 FTA에 거는 기대감이 각별한 이유다.

이제 곧 해가 바뀐다. 협상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한•중 FTA는 발효 3년차로 접어든다. 일각에서나마 FTA 효과가 무색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기업이 무던히도 공을 들였는데 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탓일까, 중국의 성장률 둔화 탓일까, 아니면 우리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다른 차원의 원인을 살펴보자. 바로 중국 요인이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를 최상 전략으로 꼽는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전략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지기(知己)’에 앞서 ‘지피(知彼)’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중국 알기’가 중요하다. 한•중 FTA 효과를 내실화하려면 우리 측 노력 못지않게 중국의 FTA 전략을 살펴야한다. 한•중 FTA 중간점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우선 중국이 FTA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보자. WTO는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대우를 하는 다자주의가 원칙이다. 양자협정이 주류인 FTA에서는 일반적으로 상대국으로부터 최대한 큰 폭의 양허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우리나라는 한•EU, 한•미 FTA에서 그렇게 노력했다. 중국은 좀 다르다. 목표라기보다는 다른 차원의 전략적 고려가 있다. 개별 국가와의 양자 협상에서는 다소 양보를 하더라도 전체를 묶어서 결과적으로 중국에 이득이 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만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면서 통 큰 양보를 했다. 그에 앞서 아세안에 대해서도 중국이 개방을 더 많이 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것은 모두 큰 틀에서 ‘FTA 허브’가 되겠다는 중국의 전략적 고려 때문이다.
다음은 중국의 FTA 협상 전략. FTA 협상은 매우 복잡한 차원이지만 단순화해보면 관세인하의 수준과 개방의 범위를 다룬다. 어느 국가든지 협상 전략은 그림과 같은 틀 속에서 진행된다고 본다. 관세양허 전략은 ‘높게 혹은 낮게’로, 개방범위는 ‘포괄적 혹은 제한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협상 전략은 4가지 시나리오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를 ‘FTA Quadrant(FTA 사분면)’로 나타내보면 그림과 같다.

숫자 1~4는 각각의 시나리오 번호이다. 제1 시나리오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협상이다. 상품분야에서 대폭적인 관세인하를 하면서 동시에 서비스, 투자, 규범 등도 폭넓게 개방한다. 제2 시나리오는 높은 수준의 제한적 협상이다. 관세인하 폭은 크지만 상품교역 외에 서비스 분야는 조금만 개방한다. 제3 시나리오는 낮은 수준의 제한적 협상이다. 상호 민감 분야를 의식해 관세인하 폭을 제한적으로 하며 서비스 등 기타 분야도 개방을 최소화한다. 제4 시나리오는 낮은 수준의 포괄적 협상이다. 상품관세 인하 폭은 낮은 반면 서비스, 투자, 규범을 폭넓게 규정한다.

FTA Quadrant
그런데 제1•제3 시나리오는 협정 체결 양국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제1로 가면 양국이 서로 공략과 방어가 혼란스럽게 뒤섞인다. 어느 국가에 대해서도 이득은 안개 속 형세가 될 우려가 있다. 제3의 경우 어느 한 국가에 큰 손실이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이득도 없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

중국은 상품 관세율 수준이 이미 낮아서 현재 관세율을 더 낮춘다고 해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 개방범위는 가급적 제한해서 서비스업은 개방하지 않는 것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 한국은 그 반대다. 그렇게 해서 한•중 FTA는 1~4 시나리오가 만나는 접점 수준에서 타결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중 FTA 효과를 제고하는 동시에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중국을 위 사분면의 4 영역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효과 제고를 위해 우리 국내 차원의 노력과 함께 이제는 중국 요인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감안해야한다. FTA 활용도와 성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각각 기업 외적요인과 내적요인 별로 분석하는 틀(framework)을 정밀하게 만들어보자.

학계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기업들의 FTA 활용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요인에는 FTA 원산지 규정, FTA 특혜관세 수준, 정부의 FTA 활용지원, 거래기업의 외부압력, 거래기업간 협력관계 등이 있다. 내적요인에는 FTA 원산지 관리 역량, 경영층의 FTA 수출 몰입수준, FTA 정보획득 역량, FTA 활용 관련 비용수준, FTA 기대 이익 정도 등이 있다. 이 틀을 기초로 한다면 각 요인별로 다양한 대응방향 즉 성과제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중 FTA가 보다 큰 효과를 내려면 양국 모두에서 활성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