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의 삶, 생각해 봤나요?

박명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문과를 졸업해도, 이과를 졸업해도 결국은 ‘치킨집 사장’이 된다는 이야기가 돈다. 명예퇴직 이후에 결국 자영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그중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치킨집이라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치킨공화국'이 됐다. 전 세계에 있는 맥도날드보다 우리나라 치킨집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은 이미 시작됐다. 보통 베이비 붐 세대는 1955~1963년 생을 가리킨다. 법적 정년퇴직 나이는 60세다. 1955년생은 올해 61세를 맞이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명퇴했거나, 혹은 앞두고 있다.

명예퇴직 이후의 삶은 두 가지로 나뉜다. 치킨집 사장님처럼 ‘자영업’으로 가는 길과 또 다른 회사로 재취업하는 길이다. 보통 ‘자영업’을 택한다. 재취업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받던 연봉과 직위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OECD중 두 번째(26.8%)를 기록한다.

자영업 또는 재취업. 퇴직 이후 삶의 기로에 놓인 장년층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50대 이력서쓰는 아빠>저자인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는 자영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자칫 잘못하면 노후 자금을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전하는 ‘은퇴 후 삶’은 무엇일까. 지난달 14일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퇴직 이후에 재취업보다 자영업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명예 퇴직 이후 주변 사람에게 정보를 듣는다. 상당히 제한적이다. 어떤 고집스러운 점이 있어서 자기가 아는 정보가 다 인줄 안다. 지인에게 창업 정보를 듣거나 돈 좀 있는 사람들은 3억, 4억 들여 프렌차이즈 매장을 오픈하기도 한다. 준비도 하지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돈을 들여 만들어도 제대로 되겠느냐. 대부분 창업할 때 쓰는 돈이 노후자금이다. 만일 사업이 잘 안되면 노후 자금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 중 치킨집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1~2억 정도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치킨집이다. 치킨집 뿐이겠는가. 빵집, PC방, 카페 등 돈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10년 동안 자영업자 생존률은 16%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OECD 평균 자영업자 비율은 15.4%다. 우리나라는 26.8%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그만큼 가게가 많다는 것이다. 서로 가격 경쟁 때문에 제 살 깎아먹기를 한다. 한정된 시장에서 특화된 것 없이 운영한다. 최근에는 커피전문점이 많이 생긴다. 조금 유행한다 싶으면 너도나도 뛰어든다. 소비자 입장에선 좋다. 가격경쟁으로 물건이 싸지니까. 그런데 창업하는 사람은 힘들다. 중장년 창업은 돈으로 하
는 게 아니다. 경험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특별히 다른 점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실패 확률이 높다.

-자영업을 택하는 이유는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인가
▶그렇다. 사회에서 튕겨 나오면 다시 진입하기가 어렵다. 유럽이나 서구의 경우는 노동시장이 유연하다. 다시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는 그럴 수 없다. 그러다보니까 자영업으로 빠지고, 자영업자가 많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얼마나 어려운가
▶최근 청년들이 취업하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한다. 중장년의 재취업은 ‘코끼리가 바늘구멍에 들어 간다’고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사회적으로 중장년에 대한 재취업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느냐. 이제 중년에게 퇴직은 현실인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를 ‘단카이 세대’라고 한다. 2004년에 단카이 세대가 60세가 돼서 정년을 목전에 뒀을 때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보통 시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관련 센터에서 주 대상은 청년 또는 노년이었다. 50대에 대한, ‘재취업’관련 정책은 없었다. 최근 서울시에서 중장년층에 대한 정책이 나왔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중년의 재취업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 심각하다. 이제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보통 재취업하는 유형은 어떻게 되나
▶‘이직’과 ‘전직’이 있다. 이직은 젊어서 하던 일을 퇴직 이후 회사만 바꿔서 이어가는 것이다. 전직은 전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로지 취업을 위해 배우는 것이다. 이직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하다. 이직은 하던 일을 하다가 회사를 옮겨가는 과정이니까 연봉도 협상이 가능하다. 전직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내가 이제까지 10년, 20년 가져왔던 내 과거와 관계없이 새로운 것을 하게 된다. 만일 내가 퇴직하기 전에 연봉이 7천만 원이었다고 가정한다면, 전직 할 때 연봉은 전에 있던 직장에 비해서 몇프로정도로 책정될까.

-70%정도는 받지 않을까
▶실제 구직활동 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한다. 70~80%정도는 받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처음 일하는 사람에게 한 달에 3~400만원씩 줄 수 있는 회사가 어디 있겠나. 구직자들은 정확하게 인식을 해야 한다. 내가 이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의 20%정도 주면 많이 주는 것이다. 실제 재취업하려는 중장년 구직자들이 자신을 파악하지 못한다. 눈을 낮추라는 게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

-퇴직한 이후 심경은 어떤가
▶처음에는 현실을 모른다. 퇴직 후에 구직 활동하는 과정이 3개월 동안은 뭔들 못하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6개월 정도 지나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막상해보니까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휩싸인다. 그런 다음에는 분노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경륜과 노하우가 있는데, 이런 경험은 일을 통해서 펼칠 수밖에 없는데 나를 써주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돈은 상관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 먹는다. 현실의 벽을 느끼면서 눈높이 매치가 된다. 쉬운 과정은 아니다. 이런 현실을 미리 받아들이면 원활하게 갈 수 있다. 그러나 고집스럽게 하다가는 재취업이 힘들다.

박명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본격적인 구직활동 팁을 이야기하자면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나, 재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이나 모두 다양한 정부지원 정책을 이용했으며 한다. 중장년 취업아카데미, 베이비붐 훈련과정 취업성공 패키지 또는 창업 아카데미도 있다. 거기서 이력서 교육을 받고 쓴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다. 사업계획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탄탄한 교육을 받고 계획을 거쳐 창업한 것과 아닌 것은 결과로 차이난다. 또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내가 일을 찾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를 부탁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일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괜찮은 친구소개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직장을 찾으려는 사람과 사람을 구인하려는 회사를 매칭해줄 수 있다. 이게 네트워킹 과정이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일을 찾는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정부 프로그램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보통 참석하는 자체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퇴직하고 난 다음에 자괴감이 엄청나다. 창피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교육장에 나가면 나 혼자가 아니라 내 주변에 많은 퇴직자를 보게 된다. 심리적으로 서로 동병상련도 느끼고 자연스러운 교육이 진행된다. 그 기관은 지원하는 기관이고 거기 참석하는 분들은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퇴직 이후 귀농을 고려하기도 한다
▶귀농·귀촌은 지금 시대에 딱 맞아 떨어진다. 지방에서는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그러면 그 지역 지자체가 없어지는 이것다. 위기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인구를 늘려야하는데, 젊은 사람이 없어서 사실상 출산율을 올리기는 불가능이다. 도시에 있는 사람을 끌어오는 게 대안이다. 반대로 중앙정부는 인구를 분산해야한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하려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놨다. 또 귀농 ·귀촌은 남자들에게 로망과도 같다. 남자라면 한번쯤은 시골에 내려가는 귀농을 꿈꾸기도 한다. 그 사람들의 부인도 생각이 같을까. 귀농 이야기를 꺼내면 10명 중 8명은 싫다고 한다. 실제로 남자 혼자 내려가 있는 경우도 많다.귀농을 하면 그 사회에 동화돼야 하는데 사실 도시 살다가 내려가면 그렇게 어울리기 쉽지 않다. 고향을 가끔 가는 것과 아예 사는 것은 다르다. 귀농을 하려면 이런 것을 고려하고 해야 한다. 노후자금의 절반 투자해서 집짓고 땅 샀는데 맞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마지막으로 중년 세대에게 조언할 이야기는
▶과연 재취업하는 사람들이 청년이 취업하는 것만큼 피나는 노력을 하는가. 어떤 기관에서는 10개월 회사에서 인턴을 한 이후 고작 ‘면접 볼 기회’를 준다. 말이 안 된다. 요즘 청년들 스펙은 얼마나 좋나. 외국어도 하고, 자격증도 몇 개씩 있다. 이렇게 힘든 게 요즘 청년 취업이다. 중년은 청년처럼 피나는 노력을 생각해야한다. 그리고서는 재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또 귀농이나 창업이나 재취업이나 결국은 가족과의 합의가 중요하다. 가족과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창업을 하려면 어떤 비전을 줄 수 있는지 가족과 배우자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창업이나 재취업이나 혼자 잘 살려고 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가족 건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불통으로 인해 가족들 간 갈등이 생기는 것은 바보짓이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산업심리학과 졸업
––서치펌인 로지컴코리아 부사장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