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대통령 새 잣대; 희망 비전 五福

▲홍찬선 더리더 편집인

어김없이 새해가 시작됐다. 새 마음, 새 각오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새해에 가장 큰 관심은 새 대통령이다. 병신년에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을 많이 당한 후유증이 우리를 살맛나는 세상으로 이끌어 줄 새 지도자에 대한 丁酉年(정유년)의 목마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 돼 권한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1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는 6월 전후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벌써부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잠룡(潛龍)들이 많이 뛰고 있다.

올해 어떤 대통령을 뽑느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순간의 선택이 5년을, 아니 우리의 앞날을 좌우한다는 뼈저린 현실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봐왔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 유권자들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3가지 기준을 철저히 따져본 뒤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첫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후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3포 4포 7포 N포 세대’라는 말을 죽은 말로 만들고, 직장 잡아 결혼하고 아이를 2명 이상 낳아 집도 마련하는 ‘행복 세대’를 만들 수 있는 잠룡이다. 먹고 자고 입고 일하는 衣食住行(의식주항)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둘째 비전 제시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5년 뒤, 50년 뒤, 100년 뒤 발전된 모습을 위해 고통을 함께 하며 나아가자는 청사진과 동고동락을 제시하는 후보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질 위험에 처해 있는 통일을 위해, 동서로 계층으로 도농으로 갈라진 국민이 하나로 뭉치도록 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하겠다고 제시하는 사람인지 살펴보자. 사탕발림 空約(공약)을 떠벌리는 후보는 제껴 놓자.

셋째 국민들에게 五福(오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오복이란 오래 사는 것(壽), 재산(富), 편안함(康寧), 좋은 덕(攸好德), 아름다운 죽음(考終命)이다. 사람들이 누리기를 원하는 행복의 종합이다. AI(조류독감)와 지진 등으로 언제 어디서 비명횡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후보는 자격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내공’과 ‘정책 정체성’을 갖춘 후보를 어떻게 가려낼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2년 대선을 잠시 되돌아보자. 당시 새누리당 경선이 시작됐을 때 임태희 후보는 ‘TV토론’을 제안했다. 경선과정에서 후보들끼리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비판함으로써 公約(공약)이 空約(공약)이 되지 않도록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높이자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당시 지지율에서 가장 앞섰던 박근혜 후보 측에서 TV토론을 도입하면 경선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무산됐다.

그 때 경선에서 TV토론이 이루어졌다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는 데 좀 더 많은 판단자료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아쉬움은 새해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되풀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대세론에 휩쓸려 검증 없이 가는 것보다, TV토론 등 공개토론에서 잠룡들이 어떤 정치철학과 정책대안들을 갖고 있는지, 주인인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고 五福을 실현해줄지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선택한 대통령이 잘못돼 검지 손가락을 잘라야 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그게 스스로는 물론 새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새해 첫 칼럼을 쓰기 위해 『周易(주역)』 괘를 뽑았더니 19번째 臨(림, )이 나왔다. 림은 군자가 아래로 임해 뜻을 펼친다는 뜻을 갖고 있다. 君臨(군림, 임금이 나라를 거느려 다스림) 枉臨(왕림, 남이 자기 있는 곳으로 찾아옴을 높이는 말) 降臨(강림, 신이 하늘에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옴)의 림이다.

림은 열두 달 가운데 1월(음력 12월)을 가리키기도 한다. 陽(양)이 2개 생겨 새싹이 돋는 봄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따라서 림은 새해에 적절한 새 대통령을 뽑도록 스스로도 준비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게 말도 많고 탈도 컸던 병신년을 보내고 붉은 벼슬을 가진 닭의 해를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