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재발견’ 박사출신 농부 귀양길 12년 “농촌은 문화예술 공간… 이젠 아트팜 시대”

[농촌은 지금, Jump-up] 이경임 박사(해남군 고천암땅끝농원 농부)

가현정 객원기자입력 : 2017.01.13 15:07
편집자주1차산업의 대표격인 농업이 6차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 이경임 박사와 가현정 부부
이번 주인공은 농촌을 단순히 농사짓는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Culture Space’, 즉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발견하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아티스트 농부 이경임 박사다. 그를 만나기 위해 땅끝마을이라 불리는 해남군 화산면 연곡리에 위치한 고천암땅끝농원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동행해준 이는 이경임 박사와 친자매 이상으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대학 선배, 영화배우 김선화이다. 고천암땅끝농원은 갈대숲으로 유명한 고천암호와 인접해 있어 농사짓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며, 누구나 함께 건강한 삶과 여유를 갖는 편안한 쉼터와 같은 분위기를 지닌 농장 그 이상의 공간이었다.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농촌을 재발견하다

▶문화예술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해 제정된 법률을 살펴보면, 국가와 온 국민이 문화예술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마다 10월 20일을 문화의 날로 설정하여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하며, 문화예술진흥기금과 문화예술진흥원을 설치하는 등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은 문화예술 공간을 전국 각지에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문화예술 공간으로써 농촌을 재발견하고 예술 공간에 걸맞게 디자인하는 이경임 박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고구마농부 이경임 박사(해남군 고천암땅끝농원 대표)

▶서울에서 나고 자라 미술을 전공하고 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줄곧 서울에서 문화예술분야와 교육계에서 활동했던 이경임 박사는 그야말로 ‘서울토박이’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미래 농업의 대안을 끌어내는 핵심인재로 자리하고 있다. 자신이 생산해내는 농산물에 ‘이것이 생명이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유기농이냐 친환경이냐를 떠나 믿을 만한 농산물을 생산해서 소비자의 밥상 위에까지 신선한 상태로 올라가게 하자는 것이야말로 농업의 기본정신이자 핵심가치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농업은 종합문화예술이며 농촌은 문화예술
공간, 농부는 아티스트라고 주장하는 이경임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예술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이므로 노동으로 인해 소외되었던 농부의 인간성과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농사일에 지친 농부들에게 새 힘을 준다. 과거에는 도시가 농산물 소비를 통해 농촌을 먹여 살린다고 했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농촌이 병들고 지친 도시를 회복시켜주어 잘 살게 해주는 시대다. 이제는 농촌이야말로 문화예술 공간이자 꿈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해남으로 내려와 미학 박사에서 고구마 박사가 되기까지

▶“귀농을 결정한 남편을 따라 남편의 고향인 이곳 해남의 고천암으로 들어오면서 서울에서 미술을 전공한 미학박사로 강의만 하던 내가 갑작스레 농부가 되었다. 예쁜 집에서 예쁜 옷 입고, 정원에서 그림 그리며 공주같이 살게 해준다는 남편 말에 선뜻 따라 왔으나 돌이켜보면 남편의 귀향길이 내겐 귀양길이 된 셈이다.
해남에 온 지 4년째 되는 해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하여 12년차 농부가 된 지금은 농촌이 살길을 모색하고 개척하는 열혈 농부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시골에 내려와서 가장 좋아진 점은 생각과 태도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전문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언제나 문제점을 먼저 찾아내곤 했다. 서울에서 해남으로 내려와 미학 박사에서 고구마 박사가 된 일은 단순히 연구 주제가 미학에서 고구마로 이동된 것 그 이상의 차원이다.”

-아티스트 농부가 운영하는 아트 팜 시대, 농촌은 문화예술 공간

▶“이제는 스마트 팜 시대를 넘어 아트 팜 시대다.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 스마트 팜은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햇볕·이산화탄소·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서 제어 장치를 구동하여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킨다. 스마트 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 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 팜으로 농업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 걸쳐 생산성과 효율성 및 품질 향상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업에 미친 열정으로 공부하는 농부, 농사를 즐기는 농부, 농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아티스트 농부가 필요하다. 여전히 경작공간으로서만 땅을 바라본다면, 미래농업의 핵심 축을 놓치는 셈이다.”

-농산물 생산자-소비자를 넘어서 소통하는 농민-도시민을 꿈꾸며
▶“한 달 전에 고구마를 사신 분이 전화하셔서 고구마를 시원한 베란다에 놓았는데도 썩었다고 항의를 했다. 3박스를 샀는데 한 달 만에 모두 상했으니 환불을 해주거나 3박스를 새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은 여기 해남 땅끝마을에 비해 추운 날씨인데 고구마를 베란다에 보관하면 한 달도 안 되어 썩는 것이 당연하다. 고구마는 따뜻한 곳에 보관하는 것임을 알려 드려도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자주 걸려오는 항의 전화다. 이런 경우 소비자분들에게 어떻게 해드려야 할까? 구입한지 한 달이 지난 고구마로 인해, 보관방법에 무지했던 도시민과 고구마농부는 그저 갑과 을의 관계여야 하는 지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농사란 ‘농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만나고, 삶을 이야기하고, 각자 생산한 농산물로 맛난 것을 만들어 나누는 일’이라 생각한다. 농사일을 하면서 ‘농업은 함께 가는 것’이라는 신조를 갖게 됐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겠지만 농사는 천천히 함께해야하는 일이기에 빨리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농산물 생산자-소비자를 넘어서 소통하는 농민-도시민 관계를 꿈꾸는 지금에서야 농사의 맛을 조금은 알듯하다. 이른 아침 땅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신선한 공기와 탁 트인 들녘이 좋다. 흙 밟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들녘에 앉아먹는 새참이 호텔에서 먹던 만찬보다 입에 달다. 2017년 새해에는 도시에 살든 농촌에 살든 땅과 더 가까운 삶,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누는 삶이되기를 기원한다.”

■가현정 객원기자
1.도서출판 및 인문학 배움터 가현정북스 대표 
2.대한상담심리치료학회 특별상임이사 역임 
3.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4.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5.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6.자유학기제 진로체험 작가부문 담당 7.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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