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빠요, 벼랑 끝 코리안 드림... 외노자 무한리필 되는 일꾼 취급하는 ‘고용허가제'

[법의 사각지대, 그곳에도 희망을]박진우 이주노동자 사무차장 인터뷰

임윤희 기자입력 : 2017.01.05 11:21
편집자주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알리고 더 나아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코너로 소외된 곳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법의 울타리를 함께 모색 해 나아가고자 한다. 2016년 1월호 아동 놀이터 문제를 시작으로 다문화, 군대 선진화법, 주거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관련 법 제정까지 확장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세계이주민의날 이주노동자 대회에서 피켓 시위중인 이주노동자들과 박진우 사무차장=사진제공 이주노동자 노조
매년 12월 18일은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전 세계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노 동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내국인과 동등한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권리를 보 장하기 위하여 UN총회에서 지정한 날이다. 올해도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이 하여 광화문 광장에서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이날 이주노동자들은 손 피켓을 들고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고용허가제는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조건에 있어서 국내 근로자 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주기 위해 만든 제도다. 사업자의 요청에 의해 정부 가 검토하여 허가하는 외국인력도입을 위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폐지를 외치고 있다. 사업장에서의 폭행, 차별, 폭언 등의 인권침해를 겪더라도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회사를 옮길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 다.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위해 만든 제도가 법적굴레가 되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주노동자 노조 박진우 사무차장을 만났다. 박 사무차장은 인터뷰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오는 노동자들을 한국은 무한리필 되 는 일꾼 취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다문화 사회로 진입이 이미 대세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이주노동자의 인식과 인권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사실상 이주노동자들이 사회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황이 궁금하다

▶“최근 출입국관리 사무소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10월 기준 전체 한국 이주민이 2백 2만 여명 인구의 약 4% 정도의 수준이다. 이주민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온 사람은 8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취업비자를 가진 조선족이 55만 명, 그리고 20만 명이 미등록 인원으로 보고 있다. 미등록 인원은 통계가 없다. 대략적으로 전체 이주민에 10%정도로 보고 있다. 한국 사회에 3D 산업인 영세, 기초 산업에서 많이 일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 없이는 3D산업이 굴러 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인구 통계를 보면 생 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고, 경제 성장률 1% 상승에 대한 부분 이 이주노동자로 채워 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2040년 이후에는 이주민이 인구의 10% 정도 차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 “왜 한국으로 와서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한국은 최저임금도 보장이 되고 자국에서 보다 단기간에 큰돈을 모을 수 있어 이를 통해 본국에 가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한 박진우 사무차장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노조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2004년 고용허가제법이 생기면서 1년 동안 명동 성당에서 농성이 있었고, 그 농성이 380일 정도 이어졌다. 제도자 체를 폐지 시키지 못했지만 모여 있던 백여 명의 네팔, 방글 라데시 이주노동자 그룹 중심으로 2005년 4월에 노조가 설립되었다. 10년간 대법원에서 허가를 못받고 있다가 2015년 8월에 필증을 쟁취 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교 졸업 전에 이주노동자 한글교실에서 한글 선생으로 활동을 하다가 이주 노동자 노조를 알게 되었고,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 듣고 싶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노동 환경은 어떤가

▶“쉽게 말하자면 장시간 저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장 노동환경은 70~80년대에 멈춰져 있다. 노동자들의 일하는 환 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고 있으며, 안전교육을 받은 노동자는 5명 중 1명뿐이다. 4대 보험을 대부분 모르고 있고, 5명 중 4명 꼴로 언어 폭력을, 성희 롱은 5명 중 2명 꼴로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법의 사각지대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근로기준법 63조다. 근로시간, 휴식, 휴일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외근로자’에 대한 규정의 적용이 안되고 있다. 특히 농축산업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전통적 방식으로 일하는 근무 환경이 많다. 한국판 노예 제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열악한 기숙 환경과 월 300시간이 라는 과도한 근로일수를 채우고 있다. 농축산업 같은 경우 근로 환경 자체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 기숙사가 폐가나 다름 없거나 축사나, 비닐하우스에서 재우는 사례가 많다. 상담 사례 중에 비닐하우스에서만 있다 보니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흐르는 강에서 작살로 고기를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기초적인 어려움에 대한 대응 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고용허가제의 득과 실을 이야기 한다면

▶“올해 시행 된지 12년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인 사업장 이동문제는 회사에서 폭행이나 폭언 임금 체불 등의 이유로 일을 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이직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입증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참고 넘어 간다. 일부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너네 나라로 돌려보낸다’는 협박이나 사업장 이탈 신고를 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일부 극소수에 노동자들이 찾 아와서 노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 런 기간에 비자가 사라지기도 한다. 물론 고용허가제로 넘어 오면서 노동기준법에 동일한 적용을 받아 최저임금에 대한 부분이 보장되고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 4대보험과 퇴직금이 보장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스스로 사업장을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인데 고용허가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대로 늘어나는 이주노동자들은 여러 산업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고, 기본적인 노동자로서 존중이 없다면 언젠가는 폭발적인 사회적 갈등으로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대책들이 나와야 하나

▶ “통계를 찾아 보려고 문의했는데 어디서도 정확한 통계 를 찾을 수 없다. 자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코리안 드림으로 한국에 와서 폭행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겪었을 때 이들은 삶의 희망을 잃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제도라도 있으면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는데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는 감옥이다. 개인의 절망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가 죽음을 만드는 악순환을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일부 항목 조정이 아니라 ‘노동 허가제’라고 해서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사업장을 선택하고 한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지켜지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주노동자 스스로도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고용허가제 폐지 기원 트리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한마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는 말들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인식이나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대세라고 인정을 한다면 다양성의 인정, 인식변화, 사업장이나 대중교통에서의 차별 이런 것들이 제도적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 가기 위한 이주노동자 정당이나 이주 아동들의 학교 등 이런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에 대한 준비 들이 갖추어져 나가지 않으면 사회가 대처 할 수 없다고 본다. 후에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 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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