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경제 의존도의 딜레마

[박한진의 차이나시그널]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입력 : 2017.03.07 09:37
편집자주중국과 대만. 한국과 북한처럼 분단국가다. 하지만 우리처럼 그렇게 ‘심각한 분단’은 아니다. 한 때 중국 패권을 놓고 공산당과 국민당이 피바람 부는 전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겉으로만 분단일 뿐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대만도 7대 교역국이다. 앞으로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 중국과 대만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중국 전문가인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장의 혜안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아본다.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 이런 전략적 포지션은 평시에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심각한 갈등 국면으로 진입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매우 난감해진다.


단기적으로는 심적 압박이 클 정도겠지만 장기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차원이 다른 얘기가 된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든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지속적 혹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대중국 의존도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제1위 수출대상국이며 최대 교역국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수출실적(4,954억 달러)의 25.1%(1,244억 달러)에 이르며 수입 비율도 20%를 넘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금액이 2위 교역대상국인 미국과의 수출입 총액보다 10% 이상 많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국 수출입 금액(2,114억 달러)은 대미(1,097억 달러)•대일(719억 달러) 교역 규모의 각각 2배, 3배 수준이다.


중국은 이렇게 현재의 수치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더 큰 의의를 갖고 있다.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경제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이 신속하게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역내 혹은 글로벌 차원의 위기상황을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제조업의 힘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생산을 계속하고 이를 해외시장에 수출한 국가는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당시 듬직한 해외시장 역할을 중국이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있어 중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문제는 대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버리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양날의 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에 공세적 조치를 취할 때 빌미가 되기도 십상이다. 대중국 경제 의존도는 부문별로 따져볼 필요도 있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와 수입 의존도는 각각 약 25%와 20% 수준이다. 이 수치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사실 수출 비중이 4분의 1 가량이라고 할 때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제 경제 환경이 계속 장밋빛이고 중국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다만 대중국 수출의 구성과 품질이 문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기본적으로 가공무역 비중이 높다. 그러다보니 소재•부품 수출의 중국 비중은 2000년 13%에서 2013년 이후 35% 수준으로 뛰어올라 10여 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중성장 시대(the age of moderate growth)에 진입하자 중국의 수입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는 곧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물론 전체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홍색 공급망’이란 차원에서도 살펴보자. KOTRA 타이베이무역관은 지난해 <중국 홍색 공급망의 영향 및 사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한국보다 더 높아진 대만이 겪고 있는 현실을 잘 짚고 시사점을 살펴보았는데 한국도 결코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홍색 공급망은 중국의 배타적 자국 완결형 가치사슬(value chain)을 의미한다. 중국이 종래 수입했던 중간재의 자국산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대만 등의 국가가 수출했던 중간재가 급속하게 중국산으로 대체되는 현상이다. 당시 보고서를 낸 목적은 이런 변화가 한국에도 이미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리고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다. 한국은 대만과 유사한 대중국 수출구조를 갖고 있어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홍색 공급망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대중국 수출은 한국 수출전략과 실적관리에 필수적이지만 의존도가 과도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대중국 의존도가 최근 많이 완화되어 왔지만 이 역시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비중의 크고 작음에 있다기보다 중국 내 투자환경의 변화에 있지 않을까 싶다. 종래 중국진출의 매력이라고 하던 임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세제 혜택이 줄어들면서 다른 한편에선 비록 환경보호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기업 규제가 오히려 늘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축구 경기에 비유해보자. 과거에는 동네 축구였다. 경기 규칙도 없고 유니폼도 없이 대여섯 명이 공을 차는 정도였다. 선수가 적다 보니 초보자들도 공 잡아볼 기회가 있었다. 이제는 프로 축구경기가 됐다. 잔디 구장에, 공인 심판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선수가 100명으로 불어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간해서는 공 잡아볼 기회조차 갖기 어렵게 된 것이다. 중국시장의 환경 변화가 바로 이런 모양새다.


종래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이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면 이제는 집채만 한 파도를 앞에 두고 서핑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와 함께 우호협력 관계를 맺었고 이후 양국 관계는 협력동반자, 전면적 협력동반자, 전략적 협력동반자 등으로 지속 격상돼왔다. 양국 관계에서 가장 활발한 영역은 역시 경제 분야다. 경제 분야의 공통분모가 확대•심화되면 다른 분야로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 분야를 살펴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1998년 이래 양국 간 산업협력 분야는 완성차, 고속철로부터 시작해 첨단 분야, 서비스업, 최근에는 금융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합(협)의를 이루어냈으나 실제 이 분야에서의 양국 기업 간 교류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종래 한•중 간 산업협력이 기대수준에 못 미친 원인 중 하나는 양국 공통의 희망이 폭넓게 고려되었다고 하기 보다는 사안별로 어느 일국의 희망사항이 많이 반영된 원인도 있다.


한국은 앞으로 중국에 진출하려고만 하기 보다는 중국과 서로 주고받을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중 FTA는 공동의 의견이 비교적 잘 반영돼 양국 경제교류 사상 첫 포괄적인 제도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FTA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전략의 기본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까지 한국의 중국 진출 전략은 ‘중국에서 생산(Made IN China)’이였다. 중국에 공장을 만들고, 원부자재를 수출•가공해서 제3국에 다시 수출하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었던 시기에 적합했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중국은 고비용 구조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미미하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제는 ‘중국을 위한 생산(Made FOR China)’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을 ‘세계의 시장’으로 보고,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소비재 직수출과 서비스업 진출 확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이 자력으로 중국 내수시장에 나서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필요한 것이 ‘중국과 함께 생산(Made WITH China)’의 개념이다.
‘Made FOR China’로 가려면 반드시 ‘Made WITH China’를 거쳐야 하는데 중국의 정책 변화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고 중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진출해 양국이 공동 이익을 거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 주고받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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