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2013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DB |
“인천공항에서 10년간 뼈 빠지게 일했는데, 다시 신입사원이 됐다.”
비정규직으로 인천공항 보안검색을 담당하던 A씨(48)가 2014년 7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A씨는 소속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다시 신입사원이 됐다.
인천공항공사는 당시 터미널 보안검색, 외곽경비를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모두 신규업체로 교체했다.
신규업체들은 기존업체 직원 대부분을 고용승계했지만 기존업체에서 퇴사 후 신규업체로 입사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경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아이들 학비를 벌어야 해 참고 또 참는다”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앞으로 인천공항에서 이 같은 비정규직의 설움이 사라질 전망이다. 개항 이후 16년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올해 내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여명 모두를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문 대통령의 이날 인천공항 방문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확장성에 무게를 둔 행보라고 분석했다.
신철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인천공항은 공공부문이면서도 비정규직 남용 사업장”이라며 “인천공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함으로써 타 사업장으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그동안 ‘비정규직 사업장’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산한 비정규직이 인천공항에서 대형화,고착화 됐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전체 직원수는 지난해 2월 기준 7420명이다. 이중 비정규직은 6286명으로 전체의 약 85%를 차지한다. 제2 터미널이 개항하면 비정규직은 1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인천공항은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중요기관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정규직 평균 연봉은 8000여만인 반면 비정규직은 3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이직률이 높고 업무에 대한 애착심도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용역업체가 바뀔 때면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고 직원수 부족으로 노동강도도 여느 직업군보다 높다.
 |
| 문재인 대통령. 뉴스1DB |
지난해 발생한 베트남인 밀입국 사태도 이 같은 직원 부족 현상이 주요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월29일 베트남인 A씨가 자동출입국심사대를 통해 밀입국할 때 현장에 있어야할 보안요원은 없었다. 다른 현장에 지원을 가면서 자리를 비운 탓이다.
인천공항에는 12개 구역에 72대의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있지만 직원들은 16명에 불과, 업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1년 개항 이후부터 꾸준히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이어졌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조는 2013년 10월 개항 이래 첫 파업까지 하면서 처우개선을 요구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비정규직 인원을 일부 줄이는 내용의 부채감축계획안을 만들어 비정규직 노조가 장외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인천공항 1만여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올해까지 실시된다. 문 대통령은 “정규직 전환을 못하게 묶었던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