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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연휴 시작과 함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희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 지난 5월 초 전국이 황금연휴를 맞아 한껏 들떴다. 5월 1일 노동절 휴일(월), 5월 3일 부처님오신날(수), 5월 5일 어린이날(금), 5월 9일 대통령선거일(화) 등 징검다리 휴일이 어느 때보다 많아 직장인들이라면 하루나 이틀만 연차를 써도 4~5일 간 연휴가 이어지는 그야말로 황금 같은 휴식을 보낼 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5~8일 4일 간에 걸쳐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나들이와 여행의 즐거움을 앗아갔다. 밖에 차량을 조금만 주차해도 먼지가 뿌옇게 쌓이는 극한 환경 속에 아이들과 나이든 부모님을 둔 대부분의 가족이 여행을 포기했다.
무엇보다 이번 미세먼지 사태가 전 국민들에게 충격과 경각심을 안겨준 것은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제주, 강원 등을 비롯해 전국에 걸쳐 대기질 악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인천, 경기, 경북, 강원, 충남, 세종 등 전국 13개 권역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동시 미세먼지 경보(시간당 300㎍/㎥을 넘는 미세먼지 농도가 2시간 이상 지속)가 발령됐다. 서울, 제주, 경남, 전남, 강원 강릉·삼척·동해권역 등 미세먼지 경보가 내리지 않은 대다수 지역에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렸다.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연휴기간 동안 전국에 내려진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 횟수는 총 127회에 달했다. 사실상 전국이 미세먼지 동시 영향권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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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일상을 바꾸다=2013년 10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미세먼지는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수은, 비소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걸러지지 않고 폐포에 들어가 각종 염증과 심장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보건영향연구소(HEI)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미세먼지 사망자는 27명에 달해 일본(17명) 미국(18명) 캐나다(12명) 등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한국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40년 뒤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수치가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6년 환경성과지수에서도 우리나라 공기 질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3위, 초미세먼지 부문은 중국과 같은 17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의 위협이 커지며 5월 황금연휴를 맞아 특수를 기대했던 전국의 유원지는 미세먼지 영향에 직격탄을 맞았다. 외출이 줄어들자 백화점, 쇼핑센터 등의 매출도 급감했다. 미세먼지가 일상 생활은 물론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다.
미세먼지로 일상이 변화했다는 것은 길을 나서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고, 미세먼지가 높은 날은 외출이나 나들이를 자제한다. 이젠 평소에 창문을 열어 환기 시키는 게 겁나는 일이 돼 버렸다.
50만원을 넘어서는 값비싼 공기청정기와 1회용 황사 마스크 비용도 만만치 않아 가난한 사람들은 더 많은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환경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났다. 안개 덮인 듯 뿌연 하늘이 일상이 돼 버린 2017년 겨울과 봄의 풍경이다.
◇미세먼지 수도권 아닌 전국의 문제=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오염은 산업체와 인구, 자동차가 몰려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된 문제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이러한 인식의 경계마저 허물었다.
그동안 미세먼지 대책은 수도권에만 집중될뿐 전국 단위 미세먼지 대책은 사실상 부재했다. 그러나 더 이상 수도권의 대책 만으로는 대기오염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 최근 미세먼지 사태로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진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오염물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오염물질이 미치는 영향은 지난 2011년 49%에서 55%로 증가했다. 특히 미세먼지 주의보가 경보가 발생할 경우 중국의 영향은 72%까지 높아졌다.
충남의 석탄 화력발전소단지, 각종 국가 산업단지에 위치한 대형 산업시설 등도 해당 지역 주변의 대기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세먼지 배출원별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난방·발전 부문은 지난 2011년 27%에서 최근 39%로 증가했다.
전국을 누비는 낡은 경유 자동차도 미세먼지 주범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낡은 경유차 운행을 자제하는 대책을 수립했지만, 전국을 운행하는 차량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 및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낡은 경유차 운행 금지 등을 비롯한 미세먼지 대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위기로 인식한 문재인정부, 앞으로 행보 기대=다행히 지난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세번째 대통령 업무지시로 석탄 화력발전소 운영 일시 중단 등 '미세먼지 응급감축'을 지시했다. 앞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적 정책 의제로 설정하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미세먼지 대책 기구도 설치키로 했다.
전문가들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유진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오염은 이미 행정체계를 벗어난 전국적인 문제"라며 "산업시설, 경유차, 석탄화력발전 등 발생 원인을 점검하고 전국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된 대기 오염원으로 꼽히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