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 되는 ‘마을 민주주의’

[지방자치정책대상 최우수상 | 금천구]“주민센터 단위로 사업 결정권과 예산 부여해 다양한 시도”

홍세미 기자입력 : 2017.05.16 16:53

직접 민주주의인 ‘풀뿌리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한다면, 더 깨끗하고 효율적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금천구 ‘동 특성화 사업’에 있다. 동 특성화 사업은 주민이 마을 특성에 맞는 사업을 직접 발굴, 운영까지 하는 사업이다. 직접 자발적으로 참여해 ‘하향식 민주주의(bottom-up)’를 몸소 보인다.

차성수 구청장의 참여 민주주의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사실 주민이 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초기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전했다.


행정의 호흡과 주민의 호흡이 다른 것이다. 행정은 1년 단위로 예산 계획을 기본으로 한다. 12개월 동안 기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한다.


그러나 주민의 호흡은 길다. 구에서는 주민의 호흡에 맞췄다고 전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기 위해 넓은 시각으로 바라 본 것이다.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의제 발굴회의도 상시적으로 진행한다. 더리더는 금천구의 동특성화사업을 알아보기 위해 차성수 금천구청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 ⓒ 금천구청 제공
-금천구는 제1회 머니투데이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동(洞) 특성화 사업’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왜 이 정책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주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는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을 문제를 푸는 게 필요했다. ‘골목길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까’, ‘더 안전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처럼 주민이 직접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다. 행정 문제를 지금까지는 구청에서 끌고 왔다.


차 구청장은 ‘주민에게 힘을 실어 줄수록 지역이 발전한다’는 신념이 있다. 올해부터는 주민센터 단위로 사업 결정권과 예산을 부여하는 상향식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 첫 시작이 마을 총회와 동 특성화 사업이다.


-동 특성화 사업 추진 과정을 설명하자면
▶주민이 마을 의제와 해결방안을 스스로 결정한 동네 정책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마을총회를 열었다. 이 총회에서 지난 2016년에는 59개 사업, 올해는 46개 사업에 대해 의견이 모아졌다. 마을 총회에서 모아진 주민들의 제안은 동 특성화 사업 예산으로 배정된 2억 5천만 원으로 추진된다. 이 예산으로 10개 동 주민이 각각 직접 마을 사업을 추진한다.


-동 특성화 사업 추진 후 변한 게 있다면
▶동 특성화 사업을 추진한 이후 주민이 그 동안 단순히 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수혜자 입장이었다면 이제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적극적인 참여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동네사업을 진행하면서 역량을 키운 주민들이 구정에 참여하는 선순환 과정을 대폭 넓히겠다. 동 단위 자치를 실현할 마을의 모임, 단체, 공동체들에게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이양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동 특성화 사업은 현재 10개 동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각각 매력이 다를 듯하다
▶그렇다. 10개 동 모두 각자의 고민과 매력을 가진 동 특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독 주택가가 많은 금천의 고민을 동 단위 자치와 협치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해 여름은 정말 더웠다. 독산4동 골목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골목길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아이들이 그린 ‘상상 지도’를 현실화한 결과물이다. 동네 종교기관에서 부지를 마련했고 주민들이 물놀이장 운영을 맡았다. 또한 독산4동에서는 66명의 주민들이 마을 기획단에 참여해 마을 의제를 발굴했다. 새로 이사 온 주민을 초대하는 환영 밥상, 양심 주차를 유도하는 스티커 등이 그 결과물이다. 독산2동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보기 드문 골목 동네다. 전체 건물의 73%가 단독주택이라는 개성을 살려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공공주택에서 외롭게 생활하던 어르신이 동네 미술학원에서 친구와 어울리도록 하는 ‘골목길 마실’, 남는 식재료를 1인 가구끼리 나누도록 하는 ‘골목길 냉장고’ 등 동네 문제를 해결하는 밀접한 사업을 진행했다.


▲마을총회 참석하는 차성수 금천구청장 ⓒ 금천구청 제공
-정책을 진행하면서 특별히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동 특성화 사업을 하며 아쉬웠던 것은 주민과 행정의 호흡이 달랐다는 것이다. 행정은 1년 단위의 예산 계획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획-실행-평가’의 모든 과정을 12개월 동안 숨 가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호흡이 다른 점을 맞추기 위해 넓은 시선으로 주민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의제 발굴회의를 상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 간 네트워크 모임도 활성화해 지역 리더가 우리 동 특성을 좀 더 깊이 알고, 다른 동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게 스스로 성장한 주민이야말로 금천을 혁신하는 주역이 될 것이다. 금천 혁신의 주역인 골목 주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풀뿌리 협치 예산과 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올해는 주민참여 예산결정 권한까지 동 단위로 과감히 내려 보내고, 동 현장을 지원할 인재를 대폭 충원하여 마을 민주주의 도약기를 열어갈 것이다.


-금천구는 홀몸 어르신 주거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보린주택 사업을 벌였다고 알려졌는데
▶금천구에는 빛도 잘 안 들고 습기로 가득 찬 반지하나 지하에서 열악하게 생활하는 홀몸 어르신이 500명 넘게 거주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홀몸 어르신의 건강관리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그 해법으로 홀몸 어르신 공공 원룸주택을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금천구는 2013년 9월 서울시가 주최한 자치구 지역현안 토론회에서 홀몸 어르신 공공 원룸주택 사업을 제안했고, 서울시가 제안을 받아들여 1호점 건설이 시작됐다. 건설사에서 홀몸 어르신 맞춤형으로 원룸주택을 건축하면 SH공사에서 매입하는 매입 임대방식으로 진행한다.


보린주택은 현재 1호점~4호점 준공해 지하에 거주하는 홀몸 어르신 주거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홀몸 어르신 공공 원룸주택은 시범사업을 넘어서 2015년 서울시 노인복지 정책으로 채택돼, 2018년까지 1,000가구를 공급한다고 서울시가 발표했다. 홀몸 어르신 공공 원룸주택은 금천을 넘어 서울시 전체로 확산됐다. 이를 계기로 금천구에서도 다양한 계층별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공공 원룸주택 사업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동특성화사업 골목길 물놀이장 ⓒ 금천구청 제공
[정책 담당자 인터뷰]
김효진 마을자치과 자치행정팀 주무관


-정책 추진 계기는 어떻게 되나
▶금천은 ‘15년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1단계 사업을 계기로, 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주민자치위원을 251명에서 373명으로 증원하였고, 마을 계획단으로 활동하시는 분도 326명 신규 발굴했다. 늘어난 마을 일꾼을 밀착 지원할 수 있는 동 주민센터 직원도 서울시의 지원으로 80명 추가투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풀뿌리로 힘을 실어주는 정책 환경 변화에 힘입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기회로 만들어 가자는 생각을 했다. 금천구는 지역 주민이 마을 총회를 통해 공론화한 의제를 직접 실행까지 하는 동 특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추진하면서 기억 남는 일은 무엇인가
▶공간 개선 사업으로 오후 6시면 닫힌 공간이 되는 민원실을 마을극장으로 변신시켰다. 밤 11시까지 이어진 ‘된다, 안 된다’ 찬반 논쟁 끝에 공공의 공간을 내놨지만, 찾는 주민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주민이 극장 운영자로 나서자 상황은 바뀌었다. 매주 수요일이면 풍성한 공연과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 쉼터로 자리 잡게 됐다.


-정책이 실행되면서 가장 보람될 때는 언제인가
▶올해 3월, 동장과 시흥4동을 탐방했다. 사실 조금 걱정스러웠다. 처음 산뜻한 모습 그대로 있지 않을 수 있어서다. 비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화분이 어르신이 심어놓은 꽃들로 가득한 모습을 봤다. 주민이 그린 날개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도 있었다. 골목 문제를 푸는 주인은 역시 골목 주민인 것을 다시 깨달았다. 동네 주민이 동네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한 정책의 담당이었다는 점이 뿌듯했다.


-정책대상 참가해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고 생각되는 점은 무엇인가
▶다른 구의 사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시 올빼미 버스, 서대문구 복지 지도, 성북구 도전숙 모두 기존 데이터 또는 공간을 활용해서 적은 예산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욱 좋았던 건 정책대상 수상 소식에 우리가 했던 일이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이었냐고 올해 사업은 더 잘해야겠다고 기뻐하는 주민 ‘리더’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골목에, 우리 금천에 사는 게 자랑스러운 주민을 만나게 해 준 머니투데이와 행정자치부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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