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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봉하마을 대표가 2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생태계 순환 구조를 지켜야 인간도 자연도 함께 사는 거라던 대통령님 뜻을 잘 이어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2017.5.22/뉴스1 © News1 이지안 기자 |
“생태계 순환 구조를 지켜야 인간도 자연도 함께 사는 거라던 대통령님 뜻을 제가 잘 이어가야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만난 농업회사법인 ㈜봉하마을의 김정호 대표는 지난 10년간 노 전 대통령 유업을 이어온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참여정부에서 기록물관리비서관을 지낸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을 따라 봉하마을에 발을 들인 뒤 지금까지 ‘봉하 농부’, ‘환경운동가’로 살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이 친환경농법을 연구하고 인간과 자연에 모두 안전한 농촌을 만들자며 2008년 10월 직접 꾸린 단체다. 친환경 벼농사를 짓고 재배된 쌀을 직접 도정,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이라는 책을 통해 ‘시민’ 노무현의 활동을 고스란히 남겼다.
“유서에 '자연의 한 조각'이다는 말이 있어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뜻이죠. 대통령은 인간성은 자연성과 같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인간이 논, 습지와 하천에서 다양한 생물들과 공존하길 바란 사람이었다. 그래서 봉하마을에 온 뒤 직접 숲을 가꿨고 '화포천 환경지킴이' 단체를 꾸려 하천을 훼손하는 각종 불법행위들을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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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인근 화포천에 조성된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은 희귀 동식물과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이 됐다. 2017.5.22/뉴스1 © News1 이지안 기자 |
그는 “대통령이 말한 생태계를 살린다는 건 여기 봉하 같으면 봉화산 숲과 나무, 들판, 화포천, 낙동강, 벼 작물, 동물들을 일부가 아니라 통째로 살리는 것이었다”며 “보, 재방, 콘크리트 수로 등이 조금만 생겨도 자연의 선순환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그 부분도 신경을 쓰셨다”고 노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 2014년부터 3~4월경이면 황새가 봉하마을 화포천을 찾기도 했다. 화포천과 습지 주변으로 미꾸라지 같은 먹이가 풍부한 논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황새가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지난해 봉하마을 농지가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개발을 기대한 일부 사람들이 중장비로 농지에 흙을 뒤덮고, 제초제를 뿌렸다. 이 과정에서 서식지가 크게 훼손됐다.
“농사를 짓지 않은 사람들이 땅 투기를 목적으로 친환경 농사짓기, 환경 살리기를 방해하고 있어요. 그런 이기심, 탐욕이 너무 아쉽죠. 환경을 살리는 것도 사람이지만 죽이는 것도 사람인데….”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에도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미처 완수하지 못했던 '친환경 농촌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어가겠다"고 작지만 강한 목소리로 전했다.
노무현의 뜻을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23일 추도식을 앞두고 연일 봉하마을로 이어지는 것도 그의 다짐을 더욱 굳건하게 한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도 성숙한 것 같다”며 “요며칠 봉하를 찾는 시민들은 예전에 대통령이 처음 귀향했을 때 봉하를 찾은 시민들의 표정과 비슷하다. 밝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보다 많은 분들이 다시금 노 전 대통령의 꿈을 생각하고 계신다. 이 때 퇴임 후 그가 추구했던 꿈을 완수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김 대표는 “'이앙'이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농사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10년간 생태농업을 하며 기록했던 것을 책으로 냈다. 대통령은 칭찬 대신 잘하라는 지적을 더 많이 하셨던 분이지만 이번엔 ‘애썼다’고 하지 않으셨을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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