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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기차 여행이요?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모처럼 휴가를 내고 두 딸과 제주를 찾은 직장인 이지선씨(35·여)는 전기렌터카를 타고 여행을 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라산 중산간 도로를 타고 서귀포로 가던 중 갑자기 '파워 제한' 메시지와 함께 주행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것.
길을 헤매다 겨우 시내권에 도착해 충전기 앞에 섰지만 대체로 고장나 있거나 휘발유 차량이 주차돼 있고,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도 했다. 이씨는 "일반 차량을 렌트해 맘 놓고 여행할 걸 그랬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친구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던 대학생 오대현씨(26)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 충전기가 없어 여행 내내 애를 먹었다던 그였다. 오씨는 "밤이면 공공기관을 돌아다니며 충전했던 황당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홀로 제주여행을 하던 강선영씨(27·여)는 한적한 시골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거리에 멈춰선 적도 있다고 했다. 강씨는 "날이 어두워져서 충전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대리점 긴급출동서비스를 받고 나서야 가까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불만의 원인은 충전시간을 놓친 운전자의 부주의 탓도 있지만,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전기렌터카가 급증한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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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전기차 충전소 현황.(환경부 홈페이지 갈무리)© News1 |
제주도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정책 실현을 위해 전기차 민간보급을 추진했으나, 민간의 구매력이 떨어지자 2016년 8월부터 렌터카 업체에 대한 전기차 구입을 지원했다. 구입비는 전액 도 관광진흥기금으로 저리 융자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16년 9월 278대에 불과했던 도내 전기렌터카 수는 지난 5월 기준 현재 1792대에 달했다. 이는 도내 전체 전기차 수(7040대)의 25.5%에 해당한다.
반면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5월 기준 현재 도내 전기차 충전기는 총 5091대로, 개인용 완속충전기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완속충전기는 7.6%, 개방형 급속충전기는 5.1%에 불과하다.
실제 5월 한 달간 도 EV콜센터에 접수된 민원을 살펴보면 전체 민원(2693건)의 86.2%가 전기렌터카 이용자들이 제기한 민원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전체 민원의 93.9%가 공공 충전 인프라의 위치·고장·사용법·요금 등에 대한 불만이었다.
렌터카 업계 종사자 김모씨(30)는 "충전기 수가 적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관리부실"이라며 "관광명소를 가 보면 충전기가 한 곳당 4~5개에 불과한 데다 고장이 많아 대기시간이 최소 30분이고, 충전 정보도 산발적이라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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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각외로 도내 전기렌터카 이용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4~5월 도내 전기렌터카 이용객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 28%, '조금 만족한다' 38% 등 긍정적인 답변이 66%를 차지했다. 부정적인 답변은 15% 정도였다.
송상훈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단계에서는 전기렌터카 이용객들이 기본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요한 것은 전기렌터카 이용객들의 불만족을 줄여 나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와 함께 충전 관련 정보의 체계화와 숙박시설 중심의 충전기 공급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충전기가 부족한 근본적인 문제도 있지만 충전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되는 점도 조사 결과 유추가 가능했다"며 "행정·민간·개인이 제공하고 있는 앱과 차량 내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는 숙박시설에 완속충전기를 대규모로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숙박시설 입장에서는 이를 경쟁 전략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행정의 일방적 추진이 어려운 만큼 협의가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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