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폐지'…광주·전남교육감 미묘한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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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28일 오전 광주시교육청 상황실에서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체제 구축' 정책은 지난 7년간 광주교육이 펼친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광주시교육청 제공)2017.6.28/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정부가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밝힌 가운데 광주 ·전남의 시·도교육감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외고나 자사고는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게 옳다"며 폐지 지지 입장을 밝힌 반면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고민된다"며 유보했다.

장 교육감은 28일 광주시교육청 상황실에서 직선 2기 3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외고와 자사고는 사회양극화를 부채질하고 학생들에게 열패감을 심어주는 비교육적 측면이 커 바람직하지 않다"며 폐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외고나 자사고는 학생 선발효과를 누리고 일반계 고등학교의 3배가 넘는 등록금과 보충수업비·특별활동비 등 부대비용 부담이 크다"며 "재정적 여력이 있는 특별한 가정의 아이들만 갈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수한 학생을 모아놓고 지도하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부작용도 크다"며 "우수한 학생을 한 줄로 세우기 때문에 여러 이유로 뒤처진 아이들은 열패감을 갖고 무한 경쟁 속에서 이기적인 생각만 가진 아이들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외고나 자사고를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으로 달려가는 부작용도 만만치않다"고 덧붙였다.

장 교육감은 외고·자사고 폐지 시행 방법과 관련해 "일시에 법률을 고쳐 폐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다"며 "우선 외고와 자사고에 주어지는 특혜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선발을 일반고와 함께 하고 성적에 관계없이 등록금을 낼 수 있는 아이들이 지원하도록 해 무작위 추첨하면 폐단이 줄어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자사고나 외고도 기대하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지역 유일한 자사고인 송원고의 일반고 전환과 관련해서는 '권고하는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는 2012년 보문고에 이어 2015년 숭덕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송원고가 유일한 자사고로 남아있다.

하지만 송원고는 지난 2014년 상위 성적 30% 지원 제한 규정을 폐지하라는 시교육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실상 '무늬만 자사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교육감은 "송원고는 이름만 자사고라고 하는데 그래도 자사고"라며 "학교에서 교육과정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학생들에게 등록금·교육비도 3배를 받고 있어 아무래도 일반계고보다는 좋은 여건에서 교육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은 선발 효과 누리는 걸 폐지했기 때문에 학교 판단에 맡겨볼 것"이라며 "일반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방식으로 해보겠다"고 밝혔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2016.6.30/뉴스1 © News1 DB

반면,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전남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 탓에 수월성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 방침을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수월성 교육은 일반의 교육과는 다른 보다 특수한 교육을 시켜서 학생들이 가진 재능을 이끌어내는 교육이다.

장 교육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역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 거점고 육성 등은 학교 교육력을 높이고 길러주는 것인데 자사고나 외고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고민되는 면이 많다"며 "현재까지는 자사고나 외고 폐지와 관련해 찬성이니, 반대니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전남은 공립학교인 전남외국어고와 자사고인 광양제철고가 있다. 이들 두 개 학교는 오는 2020년 2월 말까지 승인된 상태다.

장 교육감은 도시지역과 달리 농어촌지역인 전남의 교육여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수월성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등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 역점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특성화된 일반고' 운영이나 거점고 육성사업 등이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거점고 육성사업은 학생수 감소로 규모가 작아진 농촌지역 고등학교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정 규모의 고등학교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남교육청은 도내 10개 지역 12개교 육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더욱이 광양제철고는 포스코와 자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특수한 면이 있어 일반적인 자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 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고 폐지와 관련해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라며 "정부 방침이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이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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