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

[언론과문화]

신성호 ㈜옴니스이앤엠 대표이사입력 : 2017.07.04 10:37

▲신성호 ㈜옴니스이앤엠 대표이사
우리가 흔히 쓰는 언어의 가장 큰 임무는 주어진 메시지와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구성원 간에 형성되어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은 메시지의 전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신뢰감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자질은 교양과 품위이다. 독일의 언어학자 훔볼트(Wilhelm Von Humbolt, 1767~1835)는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했으며, 우리 민족의 지도자 월남 이상재 선생은 “말을 잃은 민족은 영혼을 잃은 것이다”라고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얼을 살리는 일에 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다. 이처럼 언어는 우리의 문화 전체를 나타내는 대표성을 띌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필자는 정확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말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서 음성표현 예술가인 “성우”로서 활동하며 지난 38년을 지내왔고, 지금도 현역에서 외화와 라디오, 광고, 홍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우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목소리 연기는 5공 시절 대표적인 인물 “전두환” 대통령의 역할을 오랜 기간 해왔던 것이고, 외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으로는 ‘포청천’의 호위무사 “전조” 역할을 오랫동안 연기했는데, 성우로서의 인기도 급상승하게 된 잊을 수 없는 작품 중에 하나이다.


그 외 필자가 맡았던 외국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웅본색’의 “주윤발”, “스티븐 시걸”, “장 클로드 반담“, ”리처드 기어“ 등 수 많은 작품에서 우리말 더빙을 해왔다. 더빙을 하면서 참 많은 일화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머리에 남는 일화 중의 하나는 ‘포청천’의 두 주인공인 배우 ”금초군“과 ”하가경“이 한국의 성우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했던 일이다. 원래 대만에서 제작된 중국 청나라 시대상을 그린 영화였는데 중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어 두 배우가 한국을 방문하여 함께 TV에 출연도 하고, 더빙하는 현장도 답사하고 돌아간 일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기억하건대, 당시 서울시장으로 출마한 조순 씨도 서울시의 포청천이 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는데, 마침내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어서 포청천이라는 영화와 그 영화의 인물이 주는 메시지가 실제 선거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 유명한 일화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경우들을 보더라도 실로 우리의 말을 방송, 영화 등 수많은 미디어 분야에서 정확하게 또는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은 시청자를 넘어 전 국민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는 가수 김건모를 참 좋아한다. 후배지만 요즈음 유난히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 인기리에 S본부에서 방송되는 ‘미우새’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깊은 속내와 의지를 살짝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가로서 아이 같은 순수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일하는 그의 모습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출연한 모 후배가 외국 것을 좋아하는 발언을 하자 “난 우리말, 국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가사는 쓰지 않아!!” 라며 단호히 국어 사랑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왜 가수로서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철학을 지닌 큰 뒷모습의 가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과연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동안 TV 방송의 예능, 오락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언어가 때로는 저속하기도 하고, 마치 욕을 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겨 방송심의의 규정을 어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방송의 영향 탓인지 필자가 가끔씩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 주위에서 들리는 언어의 무질서함으로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많이 있다. 아주 흔하게 마주하게 되는 풍경인데, 10대의 어린 학생들이 삼삼오오 지하철이나 버스 한곳에 모여서 끊임없이 욕설과 비속어와 외계어를 부끄러움도 모른 채 크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저속한 언어와 표현에 훌륭한 감정과 가치가 담길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증오에 가득 차 있기 일쑤이고, 좀 나아져봐야 비아냥이기 쉽다. 또 아주 예쁘게 차려입은 지적인 20대 여성이 전화를 하면서 연신 누군가를 욕하는 내용으로 상대방과 통화하는 현장의 경험도 불쾌했고 저들의 미래가 걱정되었던 일화도 있었다.


언어로 인하여 무너져 내린 이들의 인격과 성품은 과연 성인이 됐을 때 어떻게 변해갈까? 걱정스러워지는 대목이다. 젊은 부모가 게임에 빠져 어린아이를 팽개치고, 굶기고, 욕하고, 때리는 범죄로 까지 타락한 이들의 모습은 언어와 인격이 벌써부터 파괴되어져 형성된 것은 아닐까 하여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이내 음성표현을 평생의 업으로 해 온 방송인으로서, 나아가 그 아이들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아온 어른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언어 습관의 상당 부분은 마치 방송에서 본 것을 흉내 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음성표현 예술가로서 너무나 걱정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목소리와 말에는 그 사람 삶의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진다. 손가락에 지문(指紋)이 있듯. 소리에는 성문(聲紋)이 있어서 이 말소리에는 나이, 체형, 성격, 품성, 건강상태, 심리, 출생지역, 지식수준 등 실로 많은 정보들이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담겨서 듣는 이에게 전달되게 되어있다.


성우의 경우에는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분장의 도움도, 의상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오로지 스스로의 전인격(全人格)이 담겨있는 음성표현(音聲表現) 만으로 대중과 만나야 하는 존재이므로 늘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건강을 갖추고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에 담겨있는 많은 정보들을 알아듣고 파악하는 통찰력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필자가 보기에는 현 시점 대한민국의 방송 콘텐츠는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아무런 원칙 없이 제작되는 방송이나 문화 콘텐츠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 대중의 목소리와 말. 음성표현에 문제가 있다면, 우선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과 방송 환경을 돌아보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 바로 그 곳에 문제를 풀기위한 실마리가 있기 마련이다. 평소의 언행이나 가치관 및 태도가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훌륭한 음성표현은 발현되기 힘들고, 반대로 훌륭한 음성 표현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본 받을만한 전인격을 갖추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이 시대의 리더들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소통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다양한 메시지를 표현해내는 정보 전달자messenger가 된다.


새 정부와 교육기관들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적폐를 청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직, 간접적으로 피해자가 되고 또 가해자가 되는 이런 현실이 좀 더 나아져서 서로가 훌륭하게 소통하고 교감해,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사회와 방송 환경을 만드는 문화를 간과하지 말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기용하여 정부의 형태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야겠지만 국민의 정서가 무너져 가는 현실 또한 직시해서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문화적 성숙이며, 결국 성숙한 문화의 소통에 역점을 두어 세심히 국민들의 마음을 잘 보듬기를 바란다. 사회의 여러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에는 특히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신성호 ㈜옴니스이앤엠 대표이사

서울예술대학교 졸업
(사)한국성우협회 부이사장
現 ㈜옴니스이앤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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