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 울산광역시 중구의원]결혼 이주여성 최초 ‘구의원님’

“대한민국 다문화 사회 이끄는 롤모델 될 것”

편승민 기자입력 : 2017.07.12 08:43
편집자주이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조명해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여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 더불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는 첫 걸발음을 떼고자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결혼 이주여성 출신 기초의원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울산시 중구 의회 오세라 의원이다. 그 동안 결혼 이주여성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였던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의원이 있었다. 광역의원으로는 2010년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으로 경기도 의원에 당선된 몽골 출신 이라 의원이 있었다. 오 의원은 지난 대선 운동에서 탈당 의사(국민의당 입당)를 밝힌 울산 중구 의회 하경숙 의원(2014년 6·4 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이 물러나면서 비례대표 2번이었다가 공직선거법에 의해 의원직을 자동 승계하게 됐다.
그는 지난 4월 20일 울산 시의회 프레스센터 기자회견 자리에서 “의회로 진출하게 돼 다문화 가족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언어와 문화, 아이들 교육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 여성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는 이주여성들이 정착하기까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밝힌 오 의원은 1년 정도의 짧은 임기가 남아 있지만, 다문화 가정의 고충을 많이 귀담아 듣고 새로운 정부의 정책에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4월 20일 오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중구의회 비례대표를 승계하는 결혼이주여성 오세라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 출신 최초 기초의원이 됐다. 한국에 온지는 얼마나 됐나
▶나는 한국에 오기 전 키르기스스탄 트느스타노브대학에서 자연지리학을 전공하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2002년에 처음 한국에 왔으며, 올해로15년이 됐다. 당시에는 한국에 와서 일하고, 공부도 좀 더 하고 싶었다. 그때 영어 학습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지냈다.
내가 2002년 6월에 한국에 왔는데 3개월 뒤쯤 주변 지인이 지금의 남편을 소개 해줬다. 남편과는 반년 정도 연애 끝에 2003년 4월에 결혼했고, 그렇게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기초의회 의원직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아직까지도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서 정착하여 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느꼈다. 사실주변에 힘든 상황들은 어렵지 않게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나 역시 아직까지 이주여성으로서 겪는 힘든 일들도 많지만, 나보다 더 힘들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용기 내어 도전하게 됐다.

-현재 울산시 중구 의회 활동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의회 활동 이외 평소에는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다니거나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 가정들을 돌보고 있다. 다문화 출신 의원으로서 다문화 관련 문제들에 관심이 많다. 중구 다문화센터와 함께 일하고 있다.

-한국 다문화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당사자로서 그 동안 다문화 사회의 실태는 얼마나 변화해 왔다고 느끼나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주변에 지금 같은 다문화센터라든지 다문화 관련 시설들이 거의 하나도 없었다. 다문화를 위한 시설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처럼 전문적으로 이주여성을 위해 도와주고 정보를 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그냥 혼자 드라마 많이 보고, 책을 읽거나 하면서 혼자서 한국어를 배워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청 달라졌다. 그전과는 다르게 한국어 강의와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되어있다.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에 가면 이주여성들을 위한 이중 언어 강사들도 많이 배치가 되어 있어서 전문적인 상담도 쉽게 받을 수 있다. 다문화 가정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생겼다.

-한국 정착 과정에서 이주여성들의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렇다. 한국에 처음 와서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기본적인 의사전달이 안 되면서 인권보호가 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이주여성들은 주로 나이가 많은 한국 남성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권위적인 행동이나 말투 때문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언어와 문화 측면에서 뒤떨어지다 보니 이주여성들이 약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댁 어른들과도 언어와 문화 격차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국의 제사 문화 때문에 힘들었다. 우리 가족의 경우 일 년에 4~5번 정도 제사를 지냈는데, 매번 제사를 지낼 때마다 뭔지도 잘 모르고, 음식도 할 줄 몰라서 힘들어 운적도 많았다. 다행이 지금은 제사 횟수도 조금 줄였고 제사 음식도 잘 만들 줄 알게 되고 해서 괜찮다.(웃음)

설 차례상 배우는 다문화가정 주부들
-다문화 인구의 이중 언어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본인도 이중 언어 교육을 하나
▶모든 것의 기초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생활을 하거나 문화에 있어서도 언어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언어를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우리 집에는 딸이 두 명인데 내가 키르기스어를 하면 큰 딸은 알아듣는다. 그런데 작은 딸은 잘 안 받아들이더라. 엄마나라 말도 알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쉽다. 항상 접하는 TV, 학교 친구들 등 모든 주변 환경이 다 한국말만 하니까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렇게 엄마 나라 언어에 대해서는 노출도 거의 없고, 연습할 시간도 없다보니 이중 언어 교육이 잘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크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대학가서 배우기도 하고, 돈 주고 제2외국어를 배우는데 우리 아이들은 얼마든지 무료로 받을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이들이 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 아이들을 데리고 키르기스스탄에 다녀오기도 했다. 우리 큰 딸은 내가 사람들과 키르기스어나 러시아어로 이야기 할 때 무슨 뜻인지 안다고 하더라.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이다.

-현재는 다문화와 관련된 현안들을 담당하는 부서가 통합되지 않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보나
▶다문화 가정과 이주여성의 숫자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교육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주민들의 언어·거주·문화·생활을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원주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유기적인 조직으로 통합해야 할 시기다.

설 맞이 전통예절 배우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기초의원으로서 의회에 건의하고 싶거나 새롭게 제안하고 싶은 다문화 정책이 있다면
▶다문화라는 말이 본연의 뜻을 떠나 한국인과 외국인을 분리해놓은 말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런 고정관념을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데, 나는 특히 언어 교육에 좀 더 힘쓰고 싶다.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언어다. 또한, 모국의 언어와 함께 한국어도 알면 그 사람만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기에 언어 교육에 더 박차를 가하고 싶다.

-오 의원은 다문화 이주여성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앞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목표와 각오는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들이 자유롭게 참여해서 그들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들을 모아서 정책적으로 반영하여 다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다문화인들을 자주 만나고, 교육도 많이 하고 싶다. 다문화 여성들 중에서는 이중 언어강사와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도 알리고, 문화나 좋은 프로그램들을 함께 하면서 다문화 사회 구성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다.

장난꾸러기 신입생’ 이태원초 입학식
-의회 활동한 지 이제 막 3개월차다. 어떤가
▶아직 의회 활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렵고 고민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살도 2kg이나 빠졌다.(웃음) 예전에는 이중 언어 강사 일만 했는데 지금은 의회 일까지 하다 보니 조금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고 힘을 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일함으로써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게돼서 행복하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일들을 많이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른 동료 의원들이 내가 외국 출신이라 많이 부족하다보니 많이 도와주고 하는데 정말 감사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더 노력하면 나도 언젠가 다문화 여성들에게 롤모델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 모든 국민이 웃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비단 다문화 여성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웃고, 내 아이들을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이 나아갔으면 한다.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모든 면에서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 오세라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원
– 1967년 5월 2일생(키르기스스탄)
– 트느스타노브대학 자연지리학과 졸업
– 키로프 초등학교 교사
– 톡토굴 고등학교 교사
– 내황초등학교 이중언어 강사
– 효정중학교 이중언어 강사
– 現 다문화가족 나눔봉사단 키르기스스탄 대표
– 現 울산시 중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 통번역사
– 現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많이 본 기사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