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의회, 진로 모색 시간 갖도록 '갭이어' 도입 제안

적성과 무관한 저소득 단기 일자리에 매몰되는 청년들을 위해 서울시가 일정기간 동안 여행, 봉사, 인턴, 창업 등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면서 진로를 모색할 시간을 갖도록 지원해주는 청년 '갭이어(Gap year)' 정책을 도입할 것을 서울시 청년의회가 서울시에 제안했다.

앞서 청년 의회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이 매달 5·10·15만원을 2~3년 저축하면 본인저축액의 100%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희망두배 청년통장',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급하는 '청년수당'을 제안해 실제 서울시 정책에 반영됐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 19~39세 청년들이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를 운영하고 있다. 청정넷 회원 중 3인 이상 추천을 받은 자는 청년 의원으로 선발된다.

올해도 청년의회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2017 서울 청년 의회’를 열어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은 10대 정책을 제안한다.

청년의회는 청년들이 일정기간 새로운 환경에서 진로를 모색할 때 지원해주는 ‘서울형 청년 갭이어 지원사업’, 심리상담을 받을 때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 바우처 사업’ 등을 제안했다. 10대 정책은 이날 청년의회에서 일차로 논의를 한 후 각 실·국·본부에서 간담회를 거쳐 정책 반영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형 청년 갭이어 지원 사업은 청년들이 일정기간 동안 여행, 봉사, 인턴, 창업 등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면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영국을 포함한 여러 서구 지역의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간 갭이어를 가진다. 엠마 왓슨, 해리 왕자, 말리아 오바마(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딸) 등이 갭이어를 가졌다. 갭이어 정책이 채택되면 서울시는 진로를 모색하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금 지원 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마음건강 바우처 사업은 청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불편한 현실에 기반을 둔다. 사회 구조로 인해 ‘마음의 감기’를 앓는 청년들이 민간에서 상담을 받고자 하지만 높은 비용의 문턱으로 포기하게 된다. 청년의원들은 이러한 감정 자본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상담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바우처 제공을 요청한다. 이 밖도 학자금 대출 탕감, 미취업자 학자금 이자 지원 확대, 대중교통 조조할인제 시간 확대 등이 제안된다.


청정넷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오롯이 청년의 삶에 집중한 정책"이라며 "갭이어 지원 사업 도입과 같이 서울시 청년 정책의 기존 분류 체계로 담기 어려운 지점에 있는 신규 정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행사에 비영리 공유기업 ‘열린옷장’의 옷을 입고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청년이 운영하거나 청년들이 갈 법한 청년가게를 방문해 청년의 삶과 청년 감수성에 다가갈 수 있는 세미정장을 입고 와달라는 청년 의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박 시장은 “지금 청년 시민은 자존감과 활력 저하라는 아픔에 빠져있는 듯 보이나 이것은 사실 착시다. 정작 아픈 것은 사회”라며 “예민한 감수성으로 구조적인 사회의 아픔을 발견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고자 시간과 곁을 내어준 청년 의원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내려주는 처방에 적극 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