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당정치, 진화하고 있는가

[박상철교수의 정치클리닉]

박상철 교수입력 : 2017.08.01 09:21

▲박상철 교수
한국정당들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가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국민들의 여론과 판단으로 입증해볼까 한다. 혹자들은 특히 학자들은 여론에는 비전과 전략이 안들어 있다고 하지만 민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으면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 갤럽(Gallup)이 여론조사의 표본추출을 주부가 스프를 끓일 때 한 숫가락만 맛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에 비유했듯이 정확한 여론조사는 객관적이다. 얼마 전(7월 24일-26일), 여론조사 기관 중 하나인 리얼미터에서 서베이 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74.7%, 더불어민주당 54.7%, 자유한국당 15.1%, 정의당 6.2%, 국민의당 4.9%, 바른정당 4.8%로 나타났다. 이를 해석하는 것은 한국정당들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가공할만한 지지율 해석
최근 상당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70% 또는 50%를 상회하고 있다.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차치하고 높아진 집권여당의 국민적 지지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질적 변화와 진화를 감지할 수 있다. 2015년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상 최악의 제1야당이었다. 박근혜 정부이지만 못난 야당이어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망치고 있는 주범으로 낙인찍히기도 하였다. 당시 민주당은 정치적 3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었다. 호남의 집중적인 지지만 받고 있는 지역주의 정당이자 친노ㆍ친문 패권주의적 계파정치에 함몰되어 있었고, 지나치게 좌파적 이념에 편향되어 있었다. 당시 필자도 민주당의 살 길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고 패권적 계파정치보다는 상호공존 및 경쟁적 계파정치를 지향하며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라는 강요성 주문을 자주 하였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3중고의 굴레에서 민주당은 수권야당의 기대감마저 박탈당하고 있었다. 상당기간 지지율은 10%대에 근접할 정도로 추락한 것이 다반사였다.


제20대 총선과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달라졌다. 국민의당과 경쟁하면서 전국정당을 지향하기 시작하였다. 대통령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호남전략은 호남에서 지지를 받아서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것보다는 수도권에서 모은 지지율을 호남과 연결시키는 캠페인을 선택하였다. 지역주의ㆍ패권적 계파정치ㆍ이념편향적 정당의 3중고에서 지역정당의 굴레부터 풀어갔다.


국민의당과의 경쟁은 탈지역주의 정당만이 아니라 비주류 탈당러시를 막는데 안간힘을 쓰고, 인재영입에 전력을 다하게 하면서 패권적 계파정치와 이념편향적 정치색깔도 자연스럽게 해결하였다. 이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생존과 진화 그리고 문재인의 집권은 역설적으로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와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노력과 진화를 계속 유지한다면 현재의 가공할만한 국민적 지지는 상당기간 오래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진화에서 야당들이 배워야 할 점은 참으로 많다 하겠다.

자유한국당과 한국보수, 몰락의 이유
자유한국당과 한국보수의 몰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특별히 연구할 필요도 없이 더불어민주당의 과거를 회고하고 맞춰보면 답이 나온다. 구 새누리당이 강력했을 때는 친박과 비박이 적대적 공존을 하면서, TK 외의 지역인 충청 또는 수도권 등에까지 당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진영에서 비박의 비주류를 뿌리 채 뽑아내려는 시도에서 새누리당의 불행과 퇴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20대 총선을 통해서 친박 중심의 공천을 하자 국민들은 바로 반응을 보였다. 친박이라는 특정 계파의 정당에 대한 지지는 대구에서 조차 외면당했다. 새누리당의 몰락은 급기야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의 분화를 자초했고, 헌정사상 최초로 한국보수의 분열을 낳았다.


자유한국당의 TK 중심의 ‘정치적 서식’(政治的 棲息)은 자유한국당을 자연스럽게 지역주의 정당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념적으로도 고도의 극보수로 편향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제20대 총선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모든 정당들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만 퇴화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홍준표 대표의 정치적 행태는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겪었던 3중고를 더 안좋은 상태로 재생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당도 손에 들고 있지 않으려고 하는 지역주의와 이념적 편중을 지향하고 있고, 친박마저 배제함으로써 당 내에 어떠한 정치적 계파도 없는 무정치의 정당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친박은 배제하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잔영은 유지시키려는 묘한 정치적 선택도 하고 있다. 특정 지역과 특정 이념, 그리고 특정인(박근혜)을 추종하는 정치를 누가, 언제까지 지지할 것인가. 자유한국당은 신삼중고(新三重苦)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공룡의 멸종을 정치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이는 단순한 비판적 경고가 아니라 범국민적 기본 상식임을 지적하고 싶다.

다당제와 국민의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의 존재
최근 청문회와 추경예산 및 정부조직법 처리과정을 보면서 여ㆍ야 간의 협치를 발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역할도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게 다른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압박하는 역할로서, 활어 운송과정에서의 게의 역할과도 같다 하겠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정의당의 존재는 한국정당정치체계에서 보기 드문 다(多) 정당체제를 탄생시키고 있다. 만약에 3당이 살아나고 다당제가 유지된다면 한국정치는 분명한 정치적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이 살아남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고, 광범한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더욱더 팽창을 거듭할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사건 이후 제보조작사건과 겹치면서 정당의 존망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의 안철수’가 아니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였기 때문에 이것이 안철수의 위기로 비화될 경우 당의 존재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안철수의 위기 외에도 국민의당은 근본적으로 지역주의 정당이냐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이념적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 본질적 문제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국민의당이 왜 존재해야 되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의 위기와는 다른 성격의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한국보수의 재탄생이 바른정당으로부터 비롯될 수만 있다면 매우 바람직하지만 자유한국당과의 지역경쟁에 있어서 보다 과감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에서 답을 찾아도 괜찮을 것 같다. 자유한국당과 TK 지역에서의 경쟁에 급급한 나머지, 자꾸 대구를 방문하거나 연연해하는 것은 아주 비전략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도권에서 얻은 지지를 호남과 연계시켰듯이 바른정당의 개혁적 보수이념을 수도권에서 확보해서 TK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다 전략적이라 하겠다. 과감한 인재영입과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뚜렷이 제시하는 ‘정치퍼레이드’가 절실한게 바른정당의 사정이다. 다당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바른정당에게 아이러니컬한 주문이지만 자유한국당을 대체하는 제1당 내지 제1야당을 목표로 삼아야만 당의 존립기반이 생성된다는 팁을 주고 싶다.


요컨대 집권여당과 4야당이 협치ㆍ대치ㆍ존립 등을 고민하고 있는 자체가 이미 정치적 진화를 하고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성공은 한국정당의 본질적 지향점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지역주의(脫地域主義)ㆍ탈패권계파(脫霸權系派)ㆍ탈이념편향(脫理念偏向)은 한국정치의 본질적 지향점이자, 한국정당 진화의 좌표라 하겠다.


박상철 교수
법학박사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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