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정 문화평론가, 남자들이여 우리의 적은 가부장제다

남녀간 혐오 프레임 거두고 연대하는 페미니즘으로

임윤희 기자입력 : 2017.09.18 10:03

▲손희정 문화 평론가
2016년 12월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34개국 중 3위로 갈등이 심한 국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정부에서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특히 양성평등의 문제가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프레임으로 나타나면서 사회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살펴보고, 여성이 사회 제도 및 관념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여러 가지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아직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으로 갈 길이 먼 것은 각종 수치를 보면 확연히 들어나지만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평등한 사회로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권리를 되찾겠다고 강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페미니스트들과 역차별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혐오’라는 이름을 달고 맞붙었다. 각종 혐오 콘텐츠들이 대립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그들은 이미 키보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연대하는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남성들을 일컬어 ‘동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가부장제도’라고 주장한다. “남성들도 가부장적인 환경이 만들어낸 피해자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를 만나 이런 사회적인 갈등과 혐오 문제에 대해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그렇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스스로를 그렇게 소개하고 다닌 게 15년이 넘었다.”

페미니스트로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있다면
▶“페미니스트로 살겠다고 생각한 것은 영화학을 공부하면서부터였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라는 곳은 여성영화를 소개하는 공간이자 페미니즘 문화운동을 하는 곳이다. 살면서 경험했던 부당함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는데 그곳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페니미즘의 정의란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간단하게는 모든 성적차별과 사회의 약자에 대한 차별을 둘러싸고 있는 부당함에 저항하는 실천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페미니즘이의 지향점은
▶“페미니즘이 그간 이 사회에서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이 목소리들이 무시되지 않도록 더 많은 목소리들이 들리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뉴스나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에서조차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노출되고 더 많이 들리게 된다. 남성들의 이야기 속에서 여성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더욱 페미니즘은 여성, 외국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게 목표라고 보고 그 목소리가 여러 곳으로 울러 퍼지는 것이 바람직한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계기는
▶“2015년에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 장이 대중문화였던 거 같다. 1990년대 말 온라인에서 군 가산점제 폐지를 놓고 남녀의 대립이 커지게 되면서 촉발되었다고 본다. 이때부터 여성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꼴페미, 페미녀, 오크녀’ 등이 나오고 그 뒤 2005년 즈음에는 ‘된장녀’ 2010년 무렵 일베가 나오면서 ‘김치녀’란 여성혐오의 단어들이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다.
한 개그 프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키워드로 장동민이 언급한 ‘생각하고 말하고 설치는 여자들’이 지금의 페미니즘 구호가 되기도 했다. 20~30대 여자들이 그 차별을 견디기 어려워 2015년 무렵부터 목소리를 더 크게 내기 시작했다. 대중문화에서 가장 활발하게 여성혐오 콘텐츠들과 싸우면서 그 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페미니즘은 왜 남성혐오로 변질되어 간다고 생각하나
▶“지금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남성혐오의 목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혐오는 감정이지만 사회적인 용어로 여성혐오라는 것에 핵심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낙인을 찍어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데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나 몰카 범죄, 데이트 폭력 등에서도 나타나듯 여성이기 때문에 생존과 존엄에 대한 위협을 받는다. 그런데 남성은 어떤가. ‘남성혐오라는 단어로 생존과 존엄을 위협받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남성혐오’는 ‘여성혐오’ 현상과 대비해 볼 때 단순한 말싸움 수준이다. 또 여성혐오라는 원본이 없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모습이라고 본다. ‘남자와 여자 이제는 사이좋게 지내요’라고 하면서 이 현상이 이성간에 서로 혐오 증상이 된 것처럼 말하지만 이제까지 유지한 평화는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묵살, 배제로 평화로웠던 거라고 본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그간 들어보지 못한 소리에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남성이나 사회의 차별에서 여성을 독립시키자고 출발한 페미니즘이 오히려 남성을 차별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지
▶“역차별이라기보다는 사실 사회에서 여성 차별에 대한 차별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차별하기 위해 비용을 치르는 정도다. 남자들이 제일 많이 말하는 것이 데이트 비용이다. 실제로 왜 그럼 남자들이 비용을 더 많이 내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남성 근로자와 비교해 64.1% 수준이다. 남성 근로자는 한 달에 100만원 받을 때 여성 근로자는 64만원만 받는 셈이다.
또한 여성의 일자리의 질적 수준이나 고용 형태를 보면 왜 남성이 비용을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남자들에게 경제력을 주는 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선배와 후배가 만났을 때 왜 선배가 밥을 사느냐는 문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또 직장 내 역차별로 남성들이 많이 거론하는 ‘왜 남자들만 정수기 물통을 꽂아야 하나’라는 문제를 들여다보면 여성이 말하는 차별과는 느낌이 다르다. 여성은 ‘임금격차’나 ‘성희롱’ 같은 문제를 말하는데 물통 문제는 감정 싸움의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나.


마찬가지로 지하철 내 여성전용 칸이 왜 생겼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성인 여성 중에 살면서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여성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모든 남자들이 잠재적인 가해자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여성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찍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우대 주차 공간에 역시 여성들이 임신, 출산과 더불어 노약자를 자주 동반하기 때문이다. 더 가까운 곳에 더 안전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이 공간은 출산, 육아, 노인에 대한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가중되는 문화를 방증하는 결과물이다. 본질을 해결해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영화나 방송 문화에서의 여성 평등 수준은 어떤가
▶“영화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의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장에서 남성은 과대 재현되고 여성은 소멸되는 게 문제였다. 쉬운 예로 영화 내 양성평등을 확인하는 벡델 테스트(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가 있다. 첫 번째 영화에서 이름을 가진 역할을 하는 여자가 2명 이상 나오는가, 두 번째로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세 번째 대화의 주제가 남자가 아닌가 이다. 그런데 사실 손에 꼽힐 만큼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가 드물다.


그뿐 아니라 예능도 남자 예능이라고 본다. 정말 여자가 나오는 예능이 없고 남자 여럿에 여자 한둘 등장하는 거 같다.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재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 역시 시청자들이 그 실험들을 관대하게 기다려주지 않았나. 여성들에게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예로 <비정상회담>과 비교할 만한 프로그램이 <미녀들의 수다>였었다. 여자들이 미녀들이고 모여서 수다를 떠는 콘센트인데 반해 ‘비(非)’라고 언급했지만 남자들은 회담을 여는 방식을 입었다는 게 큰 차이다. 특히 <미녀들의 수다>에서 여성 출연자들은 화장을 하고 미니 드레스를 입고 계단 형식의 무대에 전시되는 방식으로 화면에 잡혔다. 사실 한국말을 못하는 얼굴 예쁜 미녀들이 핵심이었고 비정상회담에선 기본적으로 수트를 입은 지성인의 이미지로 남성이 그려진다.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화가 너무 다르다.”

최근 해외 스타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이견을 보였다. 엠마 왓슨의 노출 화보를 두고 찬반이 있었는데
▶“사실 복잡한 문제이기도 한데 엠마 왓슨의 비판은 과거 그녀가 비욘세를 비판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대상화하는 것이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고는 본인이 가슴 노출이 있는 화보를 찍었기 때문에 나온 문제로 이것은 페미니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단순한 페미니즘의 입장 차이보다는 인종차별의 골이 있었다고 본다. 모든 여성이 똑같은 경험에 노출된 게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정체성들이 중첩되면서 이견이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인터넷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때 더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페미니즘 안에서도 다양한 입장들이 있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싸우는 사람들도 있고, 설득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다 필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방식을 취하면 된다.
한편으로 모든 사회의 변혁 운동들이 관습적인 사고 방식에 대해 친절하게 설득하는 방식을 취해오지는 않았다. 왜 유독 페미니스트에게만 친절해야 한다고 느끼는 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여왕이 개최하는 경마 대회를 하는데 뛰어들어 말에 밟혀 죽기도 하는 등 과격한 운동을 하면서 여성 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싸움을 해나갔었다. 이런 과격한 현상을 겪으며 그 당시 남성들 역시 여성을 혐오하는 현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심지어 그런 극한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못생기고 남자들에게 사랑 한번 못 받아 본 여성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봤을 때 참정권 운동이 무가치한 것이라고 아무도 말할 수 없지 않나. 지금 과격해 보이는 운동도 10년, 20년 후에 보면 이 사회를 여성들이 바꿔 놓은 어떤 운동들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영화 전공이고 영화 덕후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지 않나. 최근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논란 사건 어떻게 봤나
▶“너무 오래 전부터 영화판에서는 소문이 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늦게 터졌다고 생각한다. 영화계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여배우에게 성상납이나 계획하지 않는 노출신과 섹스신을 요구해서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합의 안 된 상태로 공개한다던가 이런 사건들이 꽤 있었다. 그전에는 이야기하지 못하고 무시를 당하다가 2015년 이후 국내에 페미니즘 목소리들이 커지고 난 이후에 폭력이 폭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언급되는 게 바로 김기덕 감독의 케이스였다. 여러 건으로 알고 있다. 성폭력에 준하는 사건도 있었던 거 같고, 곧 밝혀지지 않겠나. 너무 늦게 터졌다. 또 이 문제가 비단 김기덕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영화에서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페미니스트로서 우리의 여성 정책 중에 가장 잘되었다고 평가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 있나
▶“잘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여성 정책들은 대부분 늦은 정책이라고 본다. 다만 반가운 것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 내각에서 여성의 비율을 30%를 채우고 남녀동수 내각제로 가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지켜가는 것에 대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여성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게 오랫동안 중요한 정치적인 과제였는데 미뤄졌다. 차별금지법은 말하자면 ‘학력, 성적지향, 국적, 출신국가, 인종, 병력, 등의 조건들을 바탕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라는 법이다. 여기에 성적지향이나 학력 때문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아서 상정이 안 되고 있다. 페미니즘이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권을 고민하는 문제라고 보고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통과시키는 데 있어서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차별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약속이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하고, 그 조항들을 만드는 데 있어서 합의를 이루어 내는 과정이 민주주의라는 생각이 든다.”

남성분들에게 한 말씀
▶“남성들은 동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가부장제도다. 여자 안에 엄청난 다양성이 있는 것처럼 모든 남성들이 가부장제로 혜택을 받고 있지 않는다고 본다. ‘남자들 역시 차별을 어디에서 받는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남성들도 가부장적인 환경이 만들어낸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묻고 싶다.
남녀고용평등법과 일가정양립에 대한 법들은 대부분 공적인 부분에서의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공적 영역으로서 여성의 사회 활동은 늘어났지만 사적인 영역에서의 일은 줄지 않았다. 사실 일가정양립 정책의 끝은 여성의 과로사였다.
일가정양립은 여성이 혼자서 슈퍼우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사적 영역에서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늘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남성의 가정에서의 소외를 방지하고 남녀 공히 모두 노동 시간이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손희정 페미니스트 문화평론가
1977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 한국사학 전공
중앙대학교에서 영화학 박사
現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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