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전통문화원장, “나잇값 하려면 우리 것 배워라”

사회인 되기 이전, 전통문화와 예절 교육부터 습득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7.10.02 09:05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문정희 전통문화원장
“요즘 우리 문제는 어른들이 문화를 모른다는 데 있다.” 문정희 전통문화원장의 주장이다. 사회가 가벼움을 넘어 경박해지는 이유를 우리 문화에 대한 무관심으로 들었다.
문정희 원장이 운영하는 전통문화원에서는 청소년과 일반인, 그리고 외국인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기본예절인 절하기를 배우고, 다례에서는 차를 우려내 마시는 법과 손님 대접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 전통음식 만들기에서는 송편 빚는 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떡 만드는 법은 물론 불고기, 김치, 비빔밥 등 만들기를 통해 썰기의 기초와 한국 음식의 양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만든 음식을 시식하는 동안 식사 예절과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국문화체험 중 한국에 온지 6~7년 정도 된 스리랑카 공동체 사람이 문 원장에게 “한국은 돈은 있는데 문화는 없는 거 같다”고 물었다고 한다. 문 원장은 “한복을 입어보고 다례 체험도 해보지 않았나. 이곳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전통문화 교육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전승하는 곳이다. 당신이 본 한국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한국을 좀 더 알고 싶다”고 말하더라는 일화를 들려주며, 우리가 무관심했던 우리 것에 대해 남들이 보는 시선이 어떤지 이야기를 꺼낸다.


문 원장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한국이 급성장한 비결이다. 먹고살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해 정부도 국민도 손을 맞잡고 달려 모두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소중한 우리 것은 약화되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DNA를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자 전통문화원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문화를 이해해야 더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전통문화 교육자를 자처하고 있다.
10월 추석을 앞두고 잊어지고 있는 우리 것에 대해 알아보고자 전통문화원을 찾았다. 종로에 위치한 통인시장 옆에 고즈넉한 한옥이 자리잡고 있다. 한옥 안에는 다리미, 장구, 징 등 다양한 전통 물품들이 즐비하다. 그 사이를 고운 개량한복을 입은 문정희 원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한국의 예라며 오는 길, 가는 길 문 앞까지 배웅을 잊지 않는다. 찬바람 부는 가을, 문 원장의 따뜻한 배웅에서 우리 것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알 것도 같다.


-어떤 계기로 전통문화원을 설립했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3년에 열린 전국 여교장 회의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여교사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당시 재직 중이던 우리 학교에는 예지원의 강영숙 선생님과 가예원의 故설옥자 선생님의 강의를 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차와 예절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되었고, 배우고 나니 더더욱 그 필요성에 대해 매우 공감하게 되었다.
고3 담임을 맡으면서 학생들에게 내가 받은 교육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능 이후 프로그램에 메이크업이나 다른 프로그램도 많지만 전통 예절과 매너에 대해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년 정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틈틈이 공부를 했다. 예절 교육은 한국전례원 김득중 선생님과 성균관예절학교에서 배우고, 차 생활 예절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 교육을 시작했다.”


-아이들 반응은 어땠나
▶“생각보다 무척 즐거워하고 반응이 좋았다.”
-교사가 전통문화원을 설립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한데
“학교에서 담당하던 과목이 역사였다. 대학원에서는 독립 운동사를 전공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는 대부분 시험을 위한 것이고, 문화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어 전통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나 먼저 배웠다. 처음에는 방학에만 인천 지역 아이들을 모아 예절학교를 열었다. 2002년 선생을 관두고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들 우려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우리 것에 대해 알리고 교육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든 먼저 생각한 사람이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 설립이 되었나
▶“인천에서 먼저 시작했다. 2001년 인천예절원을 설립했고, 2008년에는 청소년과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고자 사단법인 전통문화원으로 법인등록을 했다. 운영을 해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지원을 받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 자금을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문정희 전통문화원장(왼쪽)과 남편 이근배씨(오른쪽)

-운영 자금은 어떻게 만들었나
▶“사재와 본인과 바깥양반의 퇴직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땅에 건물을 짓고 교육을 시작하였다.
그렇기때문에 일부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무료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전통문화 교육에 필요한 선생님들의 양성을 위해 노동부에 지원을 받은적이 있었으나 당시 가짜 수급자를 대상으로
펼친 단속에 수업중이었던 선생님들이 많이 놀라기도 했었다. 지원받은만큼 서류작성부터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아 이후에는 따로 지원신청을 하지 않고있다.”


-전통문화원의 프로그램은
▶“주로 청소년이나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을 한다. 전통적인 인사 예절, 가족 예절, 다례와 전통의상 체험을 비롯한 전통음식 체험으로 불고기, 김치 담그기 등 재료비를 추가하면 음식 체험도 가능하다. 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마다 개최하는 ‘대한민국청소년전통문화대전’이 있다.
전통문화에 대한 기초 이해 교육과 함께 ‘다례’와 ‘떡’ 부문으로 나누어 경연대회를 한다. 이 대회는 우리 전통문화의 전승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쌀가루로 반죽을 하고 본인들이 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창작 송편 10개과 전통 송편을 10개를 만들어내야 한다. 떡을 만들면서 협동심과 서로가 다름을 배우고 팀플레이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양보 그리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완성해봄으로써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다례 경연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은 차 우리기는 물론 인사 예절, 그리고 전통문화에 대한 지필 평가 등을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참여 청소년 본인이 직접 다례 경연대회 진행 사회와 행사 도우미를 교대로 진행해봄으로써 대회를 스스로 꾸려보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올해로 12년째 개최한 행사로 청소년에게 전통문화 교육 홍보와 더불어 다음 세대 지도자 양성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대회라는 것은 준비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되짚어보고 성과물을 내는 일이다. 대회를 마치고 수상자를 발표하는 순간 함께 환호하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모습, 서로 축하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이기도 하다. 우리 청소년들이 다음 세대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우리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통문화원처럼 전통을 지키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왜 찾기 힘들겠나! 이렇게 전통문화 교육을 하려면 시설이 필요하고,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적인 운영비가 들어간다. 누가 그런 것을 하려고 들겠나. 아마 이 일이 돈이 된다면 벌떼처럼 사람들이 달려들었을 것이다.
처음에 ‘인천예절원’을 설립했더니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돈벌이가 되는 줄 알고 달려들었다. 2~3년 해보니 돈이 안 되는지 다 문 닫았다고 한다. 최근에 부산에서 비슷한 기관을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기에 세 가지를 이야기해줬다. 첫째로 시설을 갖출 돈이 있는가? 둘째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그 기관을 끌어갈 인내와 사명감이 있는가? 이것을 새겨 보라고 했다.”


-‘나홀로족’들이 많아지면서 한가위 명절 역시 사라지는 추세다. 어떤 의견인지
▶“나홀로족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 추세다. 하지만 혼자 살다 보면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절기마다 명절이 있었다. 동지도 사라졌고 칠석, 유두, 단오도 없어졌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설날 전날 밤에는 눈썹이 샌다고 잠도 안자고 버텼던 추억이 있지만 지금은 안 그런다. 이런 것이 시대의 흐름이 아니겠나. 역사는 시대의 변화라고 본다.
전통문화는 우리 것과 외국 문화도 함께 잘 버무려져 세대를 이어 전승되어 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관대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맞게 어른들이 양보하고 화합해야 한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문정희 전통문화원장

-어떻게 해야 우리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계승할 것이라고 보나
▶“우리 사회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우리 문화를 스스로 버리기 시작한 것 같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혼란과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진적으로 넘어가면서 문화에 대한 뿌리가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기반이 너무 상실됐다. 눈부신 사회 발전 뒤에 남은 현실이다.
앞으로라도 좀 더 우리 문화를 찾아가려면 첫째 문화 교육을 해야 한다. 역사 교육도 교과서에 나오는 시험 이외에 역사 속 문화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자꾸 접해야 우리 문화를 생각하고 체화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세상살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에 대해 배려하고 관대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너무 각박해져 가는데 인간성의 상실은 우리 사회의 자정 기능의 상실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풍양속을 시대 변화에 맞게 되살린다면 우리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다가오는 추석 꼭 알아야 할 전통 문화나 예절이 있다면
▶“추석 명절을 맞아 가까운 친척과 친지 어른들에게 절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설 명절 때 하는 세배가 아니더라도 모처럼 만나는 어른께 절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절을 올리는 것은 고유의 전통문화 예절이다. 인터넷 찾아보면 절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나온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회로 나오기 전에 문화예절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우리 전통 예절은 서양에서 말하는 매너와 비슷하다.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같은 외국어 교육은 본인이 필요에 따라 하는데 예절 교육은 부모도 잘 몰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그러다 보니 어른으로서 갖춰야 할 예법을 모르고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분이다.
직장동료 집에 상이 나서 문상을 가게 되면 허둥지둥하는 등 당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회사에 방문한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해야 할 때나 명함을 주고받을 때, 상갓집에 방문했을 때, 결혼식에 방문했을 때 등 난감한 경우가 많다. 어른으로서 나이에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나잇값을 하고 사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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