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지방분권 주체로서 주민

박상철교수의 정치클리닉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상철 교수입력 : 2017.09.29 10:55

▲박상철 교수
요즘 들어 부쩍 내년 6월 13일 날 지방선거와 함께 헌법개정이 이루어질지 매우 우려가 된다. 국가의 근본 틀을 바꾸는 개헌 작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아주 낮고 그 열망마저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 국회와 정당이 몰두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개헌은 누가 하여야 하는가. 헌법개정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결국 국민이다. 그동안 아홉 번의 개헌을 하면서 4ㆍ19혁명에의 제3차 개헌과 6ㆍ10항쟁 이후의 현행 헌법 외에는, 모두 권력자에 의해서 권력자를 위한 헌법으로 바꾸어 왔다. 4ㆍ19혁명과 6ㆍ10항쟁 당시에도 개헌 작업에서는 국민의 소리가 아닌 정치권의 권력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헌법을 개정하였다. 만약 이번에 제10차 개헌 헌법이 국민에 의해서 개정되고, 그 개정 내용에 있어서 국민과 주민이 그 중심에 있게 된다면 아마도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최초의 헌법개정이 될 것이다.


주민은 없고 국민만 존재했던 대한민국 헌법
얼마 전, 경기도 언론인 클럽에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전문가들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와 헌법개정에 대한 토론회에 참여한 바 있었다. 이 날의 주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과 교육감 러닝메이트ㆍ선거연령ㆍ여성참여할당제 문제가 주요 논제였다. 그런데 우리 현행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이 지방자치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미비하다는 것을 망각한 채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린 듯한 토론이어서, 대뜸 지방분권이라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였다.
구체적으로 현행 헌법에는 지방분권이라는 조항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방자치에 관한 현행 9차 개헌 헌법의 조항은 제5공화국 헌법은 물론이요 유신헌법의 지방자치 조항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지금 실시되고 있는 낮은 수준의 지방자치도 DJ와 YS의 단식투쟁에 의해서 쟁취되어 실시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똑같은 지방자치 규정을 놔두고 유신 때는 평화통일 될 때까지 유보시킨다는 명분으로 지방자치를 포기하였고, 제5공화국 헌법에서는 지방재정자립도가 충족될 때까지 미룬다고 하였다.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지방자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행 헌법도 지방선거와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매우 먼 개념의 지방단체 자치의 확장에 불과할 뿐이다. 즉 지방자치의 주인이 주민이 아니라 지방단체인 셈이다.


내년으로 예고되고 있는 제10차 개헌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완전히 개조하여 지방분권을 실현시키는 것에 있다고 장담ㆍ단언한다. 지방분권이 될 경우 현행 헌법에서 최고의 한국 고질병으로 여겨온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병폐가 사실상 절반 이상 치유될 수 있다. 지방의 권력이 중앙 권력으로부터 분리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느 지방을 찾아 갈 때 그 지방의 손님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재정권과 인사권 및 조직권을 거머쥔 왕으로 행차했던 것이다. 지방의 견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던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방치해 온 셈이다. 즉 현행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권력 구조만 나열할 뿐 지방분권을 외면하여, 지역주민으로서의 권리와 권력 그리고 자율성 및 독립성 확보에 관한한 시스템의 공백 상태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시민과 주민으로서의 삶을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지방분권 개헌과 주민자결권
그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은 주민ㆍ시민 또는 인민(people), 즉 자연인으로서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오직 국민으로만 살아왔다. ‘좋은 국민’은 애국심으로 무장되어 국가와 조국을 위한 존재로만 여겨져 왔다.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갖는 자로 헌법에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국민이기 이전에 자연인으로서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받고, 국가는 그것을 더 확고하게 만들기 위한 공동체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보기에 따라서 국민은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고 희생하는 존재로 전락되었던 것이다. 시민으로서의 주민의 지위를 포기하고 국가의 정치ㆍ경제ㆍ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주인일 수 있겠는가. 이번 제10차 개정 헌법의 핵심이 지방분권에 있다는 것은 국민주권과 주민자치권을 동시에 갖는 온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력을 정상화시키는데 있다 하겠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으로서의 지위와 함께,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주민으로서의 지위도 동시에 확보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으로서의 권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중앙의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지역주민으로서의 권력을 가지려면 그만큼의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 지역 발전의 책임은 중앙정치보다는 지역주민에게 먼저 있다는 것이 지방분권 정신의 첫 출발이다. 민족자결과 같은 주민자결권을 얘기하는 것이다.


2010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I에 교환교수로 있을 때, 미국 중간선거와 캘리포니아 지방선거를 직접 목도하였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중요한 정치적 현안으로서 동성애자의 합법화를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중앙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치적 역풍을 우려하여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었고 거기에 따른 현실적 고민과 고통은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고스란히 넘겨져 있는 상태였다.


결국엔 주민발안에 의하여 동성애자를 합법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ㆍ법적 결정을 당시 하던 모습을 보았다. 49:51로 보수적 성향의 동성애 합법화 반대로 결정났지만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주민자치와 주민자결권이 실현되었던 것은 상위개념의 지방분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각 지역마다 정치적ㆍ사회적 자치 및 자결적 결정사항이 당연히 많이 있을 것이고 그 해결은 최우선적으로 그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방분권의 헌법적 보장이 있어주어야 하겠다.


요컨대, 내년 제10차 개헌에 있어서 지방분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으로서의 지위와 주민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는 명실상부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치적ㆍ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하겠다.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르기 위하여 경기언론인 클럽에서 심각하게 문제제기 되었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여성정치참여할당제와 선거제도 개편, 교육감 러닝메이트와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 선거연령 기준의 하향화의 해결 등 각종 문제들이 지방분권을 전제로 했을 때 쉽게 결론이 났다. 지방분권의 헌법화는 국가 발전의 새로운 비전이다.


박상철 교수
법학박사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