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남•원•정?…사라진 보수정당 ‘소장파’

“보수정당 위기지만 ‘쓴소리’ 하는 사람 없어”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7.10.11 09:18

“자유한국당이 차떼기 파동이 있을 때보다 더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 수는 107명이다. 전체 의석 중 1/3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지율은 20%를 넘지 못한다. 지난달 15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18.5%를 기록했다.


보수정당의 지지율을 비유하는 단어는 ‘콘크리트’다. 각종 논란에 휩싸여도 지지율 30%는 기록했다는 의미에서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했다. 콘크리트 지지율의 기준은 하향 조정됐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엄살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8월24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 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 모두발언에서 “자유한국당이 차떼기 파동이 있을 때보다 더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창당 이래 이렇게 철저하게 국민의 외면을 받아보기도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위기감이 과거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보다 더하다”고 밝혔다.


보수정당이 ‘위기’일 때마다 회자되는 사건은 ‘차떼기’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총재가 16대 대선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불거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표결 역풍마저 번지면서 한나라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10%대 초반에서 20%대 초반 지지율을 기록했다. 보수 정당이 3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마저 사퇴하면서 당은 궤멸 위기에 놓였다.


그런 한나라당의 사령탑에 올라선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초의 여성 당대표로 선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여의도에 위치한 한나라당 당사를 처분하고 거리로 나갔다. 정치권 유명 일화인 ‘천막당사’다.


천막당사를 이끈 사람은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이었던 남•원•정(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이다. 16대 총선, ‘젊은 동력’으로 원내에 입성한 남•원•정은 한나라당이 위기일 때 초선으로서 빛을 발했다. 군소리도 가감 없이 말하던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을 대표로 추대, 천막당사를 이끌었다.


‘쇼’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총선에서 121석을 얻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주역인 박 전 대통령과 남•원•정의 정치적 입지는 천막당사 이후 탄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고지에 오를 수 있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자체장을 역임, 대선 주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정병국 의원은 다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정당, 초선 역할의 부재
보수정당이 잘나가던 시절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2006년부터 2012년까지다. 당내 갈등이 깊어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비유가 나오기도 했지만 선거 때마다 승기를 잡거나 비겼다. 친이계는 중도보수, 친박계는 정통보수 성격이 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친이계는 공천에서 제외됐다.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19대 총선에서 비박이나 친이는 다 잘라냈다”고 표현한 바 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새누리당이 위기를 맞았다. 지지율 한 자리수를 기록했다. 10년 전 차떼기 사건보다 더 심한 외면이다. 새누리당의 개혁파 의원들은 탈당,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두 당으로 쪼개졌다.


10년 전 남•원•정 역할을 하는 초선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없다. 자유한국당 107명 중 초선 의원은 44명이다. 절반가량이다. 그러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혹은 유명한 초선은 찾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남•원•정으로 시작한 소장파는 17대 미래연대, 18대 민본21로 활동했지만 19대 때는 소장파 구심점들이 원내에 없어지면서 사실상 개혁파는 없어졌다. 초선의 활동도 미비했다. ‘소장파’가 없어진 것이다.


소장파가 없으니 보수정당에서 개혁을 보여줘야 할 때면 10년 전 소장파가 등장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나 남•원•정,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10년 전 개혁파로 불렸던 사람들은 여전히 ‘개혁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바른정당에 몸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유한국당보다 바른정당에서 소장파를 양성할 환경이 좋다는 목소리가 있다.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인 20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중 초선 의원은 단 두 명(정운천•지상욱 의원)뿐이다.


하지만 이혜훈 바른정당 전 대표의 금품 수수 의혹,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지만 당내 ‘쓴소리’ 하는 의원이 없다. 10년 전 소장파는 있으나, 현재의 소장파는 부재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정통보수 성격이 짙었던 친박계가 공천을 준 사람들은 보수적인 성격이 강했다. 개혁 성향 의원이 없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의 현재 초선 의원은 눈치 보기 바쁘다”라며 “박 전 대통령 출당 관련해서도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명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처럼 발전하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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