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법안을 깨워라’, 화제의 법안, 어떻게 됐을까?

이슈 지나면 ‘통과 못하는’ 법안…사회 문제 되풀이 될 수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7.11.02 10:03

국회의원 개인은 하나의 입법기관이다. 총선을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4년 임기 동안 법안을 발의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발의해 좀 더 나은 사회로 가게 하는 게 법안을 발의하는 목적이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는 법안은 10월 기준 7천 건이 넘는다. 이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폐기’된다. 법이 정부 이송을 마쳐 공포돼야 효력을 갖는다.


한 시대를 휩쓴 법안이 있다. 이슈화되거나 사회 화두로 부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담아낸 법안들이다. 이슈화된 법안에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았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하고 있는 게 대다수다. 이슈가 잠잠해지면 법안 통과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되지 않는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되면 같은 문제가 벌어져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어떤 법안이 있고, 어디서 계류하고 있는지 <더리더>가 살펴봤다.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교회 안의 화장실에서 조두순이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이다.


강간상해죄는 징역 30년 이하를 선고받을 수 있다. 또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가중처벌된다. 조두순은 1983년 강간치상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범인 조두순은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조두순 범행 당시 적용되는 법 기준으로 최대 15년형을 내릴 수 있었지만, 12년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만취상태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범인의 나이가 고령(당시 56세)이며, 평소 알코올중독과 통제불능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는 형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조두순의 형량을 감경했다.


조두순의 출소가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취자’에 대한 형량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범죄자 995명 중 ‘주취’로 분류되는 사람은 390명이다. 전체 범죄의 약 40%를 차지한다. 정작 살인 검거 중 심신미약으로 분류되는 ‘정신이상’은 31명(3.1%) ‘정신박약’은 1명(0.1%), ‘기타 정신장애’는 41명(4.1%)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조두순 사건 이후 국회에서 ‘주취자’에 대한 범죄 형량을 높이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계류되거나 폐기됐다. 지난 1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심신장애가 인정되면 무조건 감면하도록 하는 형법 제10조를 임의규정으로 바꾸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지난 8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월 술에 취한 상태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중범죄나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심신장애를 이유로 형의 감경을 적용할 수 없는 특례를 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지만, 법사위에 상정됐다.
 

지난 6월 한 편의 대작 영화가 개봉했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내로라하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 ‘군함도’다. 순수 제작만 220억 원이라고 알려진 ‘군함도’는 첫날부터 관객 97만 명을 동원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그런 ‘군함도’는 결국 순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700~800만 명으로 알려진 ‘군함도’는 658만 명에서 멈췄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초기부터 비판이 제기된 것은 ‘스크린 독과점’이다. 7월 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군함도’는 첫날 2,027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상영 횟수는 1만 174회다. 국내 전체 상영관이 약 2,500여 개인데, ‘군함도’는 그 중 2천 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했다. 2,000개 이상 확보한 영화는 ‘군함도’가 처음이다.


‘군함도’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회사는 CJ엔터테인먼트다. 같은 그룹 계열인 CJ CGV가 집중 상영했다는 ‘수직 계열화’ 논란이 불거졌다.


‘수직 계열화’ 논란은 영화 산업에서 줄곧 제기된 문제점이다. 영화관 절반 이상을 한 영화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우리나라 총 영화 관람객 수는 증가했지만 소수 영화는 설 자리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0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의원은 각각 영비법을 발의했다. 도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안 전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름으로 냈다.


이들이 발의한 법안은 대기업이 영화의 제작부터 배급 상영 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CGV와 롯데는 상영업이나 배급업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도종환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의 법안은 현재 문화체육관광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70여 년 전 유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명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미 연방 대법원이 파라마운트 등 당시 주요 배급사들이 극장을 소유하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 극장을 모두 매각하도록 판결했다. 지금까지도 배급과 상영 분리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도종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안철수 전 의원은 현직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법안 통과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크다. ‘가짜’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후속 정정기사가 나온다고 해도 관심도가 떨어진다. 가짜뉴스의 근원지는 일명 ‘지라시’다. 메신저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지라시’가 기사의 형식으로 전파하는 게 가짜뉴스다. 지난 대선부터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해졌다. 뉴스 형식을 빌리지 않아도 허위로 상대 당 후보를 공격하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방은 모두 가짜뉴스로 분류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지난 대선 판을 흔들었다. 지난 대선 보수 진영의 유력 대통령 주자였던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불출마 사유 중 하나로 ‘가짜뉴스’를 꼽았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 대통령도 가짜뉴스의 피해자다. 문 대통령의 아들이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증거인 녹음파일도 가짜였다.


가짜뉴스는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처벌은 어렵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범죄에 사용된 증거 물품으로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조사에 필요한 범위에서 수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핸드폰, 컴퓨터 등 정보통신 기기를 매개로 한 디지털 자료는 위•변조가 쉬워 증거인멸이 용이하다. 선거 범죄에 사용됐다고 해도 증거 물품이 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디지털 증거 자료가 증거 물품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현장 수거가 어려운 디지털 증거 자료는 판사의 승인을 얻어 신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3월 발의했다. 장 의원의 법안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도 가짜뉴스 같은 거짓 정보를 유통시키지 못하게 하고, 발견하고도 삭제하지 않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4월 발의했다. 김 의원의 가짜뉴스 방지법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계류하고 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화두다. 직장인들은 업무시간 외에 일과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는 초기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지만, 퇴근해도 업무의 연장선을 달리는 구조가 됐다.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이다. OECD 평균인 1,767보다 많다. 특히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 기기로 인한 초과 근무시간이 주 11.3시간이라고 밝혔다. 평균 노동시간에, 사생활 보장이 쉽게 되지 않아 사적인 영역에 대한 권리를 법으로 담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사생활과 업무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근무시간 외 직장 상사로부터 온 업무 관련 전화, 메일,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담았다.


지난 19대 대선 후보로 나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카톡금지법을 공약에 담았다. ‘돌발 노동’을 지양하겠다는 의미에서 ‘돌발노동금지법’으로도 불렸다. 이외에도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근무시간 외에 업무 지시를 하지 못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의 법안은 각 상임위에서 계류하고 있다.


카톡금지법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잡코리아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카톡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7.8%에 달했지만, 현장 정착은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66.1%로 나타났다.


이미 외국에서는 카톡금지법이 도입, 시행되는 추세다. 프랑스의 경우 ‘로그오프법’을 통해 퇴근 후 연락을 하지 못하는 법안이 실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안티스트레스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서양에서는 ‘살찐 고양이’를 ‘배부른 자본가’로 지칭하기도 한다. 사회나 기업이 성장할 때 고르게 분배되지 않고 특정 사람들만 살찐다는 뜻이다. 1928년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가 처음 사용했다.


살찐고양이법의 다른 말은 ‘최고임금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저임금에 대한 ‘최고임금법’을 지정, 기업 내에서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최저임금액의 30배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최고임금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재위에서 계류하고 있다.


2014년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78곳 경영자의 보수는 일반 직원의 35배 이상이었다. 최저임금의 180배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임원보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92억 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으로 나타났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82억 원,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74억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63억 원을 받았다.


만약 살찐고양이법이 통과된다면 이들의 연봉은 5억 원 밑으로 떨어진다. 살찐고양이법은 기업에서 5억 원 이상인 임원들의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나눠 ‘소득 재분배’를 하겠다는 취지다.


‘재산권 침해’할 수도 있다는 비판에 심 의원은 기존의 누진세 체계 강화나 복지지출 확대와 같은 정책 수단만으로는 소득격차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최저임금자, 비정규직 등 노동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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