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 변화와 신전략

특집기획「독일 4차산업을 통해 미래를 보다」2부 (1)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7.11.03 09:29
4차 산업 혁명이 인류사회에 미치는 변화는 얼마나 클 것이며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수많은 낱말들이 4차 산업 키워드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는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열쇠로 가장 뚜렷하게 형상화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과 물리학, 생물학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이 특징이다. 인간의 실생활과 업무 방식,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바꿔놓을 기술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요즘 TV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안전한 환경 하에서 주행과 주차를 자동차 스스로 알아서 하고 차 안에서 사람은 운전 대신에 각종 업무를 처리하기까지 한다.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시장에서 경쟁을 주도하는 요인은 기존에 있던 자동차 성능과 디자인이 아니다. 바로 자동차라는 하드웨어와 ICT의 융합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최고의 스마트카 회사가 되기 위해 ICT 기업들과 손잡고 있다.

독일 제조업계는 앞서 1부에서 언급했듯 후발 국가들이 기술발전과 저가정책으로 추격해오자 ‘인더스트리 4.0’이라는 복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독일 전통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기존의 기업 핵심인 제품이라는 하드웨어와 ICT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펼쳤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더스트리 4.0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노동력의 새로운 국면인 ‘아르바이트 4.0(Arbeit 4.0)’까지 마련했다.
독일 아르바이트 4.0은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 기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전제 하에 ‘좋은 노동(Gute Arbeit)’을 창출하는 것이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시대가 필요로 하는 유연한 노동력의 공급을 위해 노사정 체제를 만들고 노동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는 2015년부터 지방정부, 시민단체, 노동계, 재계와 함께 미래 일자리에 관하여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해 그 대응책으로 아르바이트 4.0이라는 하나의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한 것이다.
특집기획 ‘독일 4차산업을 통해 미래를 보다’ 2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변화와 신전략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일류 장수기업과 히든챔피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기업탐방단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융합을 통해 신전략을 펼쳐 4차 산업혁명의 롤모델로 떠오른 기업 지멘스, 가전도 소프트웨어와 협력을 통하면 스마트하게 진화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바일란트, 그리고 산업혁명이 일상에 모든 변화를 가져오기에 그에 맞춘 신소재 혁명을 일으켜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회사 코베스트로를 방문했다.

Siemens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으로 인더스트리 4.0 선봉에 서다

지멘스 창시자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Ernst Werner von Siemens, 1816-1892) ⓒSiemens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Ernst Werner von Siemens 1816-1892)는 1847년 다이얼 전신기(Dial Telegraph 시계처럼 원형 문자판에 자석 바늘이 들어가 전류 흐름에 따라 알파벳을 가리켜 해석 없이 직관적 내용 전달이 가능한 전신기)를 만들었다. 그는 정밀기계 제조업자 요한 게오르크 할스케(Johann Georg Halske)에게 전신기 제작을 의뢰했고, 두 사람은 같은 해 자신들의 이름을 딴 지멘스운트할스케(Siemens&Halske)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지멘스의 출발점이 됐다.
지멘스는 전자전기 분야에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1879년 지멘스는 세계 최초로 외부 전력에 의해 움직이는 전기기관차(전철)를 개발했고, 1880년에는 지금과 같은 전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제작했다. 또한, 이후에도 인공심장박동기, 뇌 단층촬영기, 컬러 액정 휴대폰 등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2000년대부터는 에너지, 산업자동화, 헬스케어 분야 쪽으로 사업을 집중 발전시켰다.
1847년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가 발명한 다이얼 전신기 ⓒSiemens
이렇게 하드웨어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있던 지멘스 역시 독일 제조업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지멘스는 인더스트리 4.0의 과제를 크게 3가지로 봤다. 제품개발 가치사슬(value chain)의 수평통합, 엔지니어링 통합, 그리고 공장 생산설비의 수직 통합이었다. 그리고 통합을 위한 지멘스의 답은 바로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스마트 공장화였다. 현재 지멘스 인더스트리 4.0으로 대표되는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디지털라이제이션의 전초기지다.
지멘스는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기 위해 2007년부터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소프트웨어 회사 17곳을 인수했다. 소프트웨어로 스마트 공장화된 암베르크 공장은 1989년 당시 불량률이 500dpm(제품 100만 개당 불량품 500개)에 달했는데 현재는 11dpm(제품 100만 개당 불량품 11개)을 보이고 있으며 생산량은 9배를 끌어올렸다. 현재 자동화 공정은 75% 정도다.
지멘스는 인더스트리 4.0의 목표가 단순 무인화나 AI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이 더 편하게, 창조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고 지멘스는 이야기한다. 스마트 공장화로 인해 줄어든 생산인력은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과 시뮬레이션, R&D 분야로 가서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전 세계 200여 국가에 약 35만 명의 지멘스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R&D에 매년 3조 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지멘스 스마트공장인 암베르크(Amberg) 공장 모습 ⓒSiemens
지멘스 본사는 뮌헨에 있지만 디지털 팩토리 사업본부는 뉘른베르크에 있다. 독일 기업탐방 네 번째로 방문했던 뉘른베르크 지멘스에서는 지멘스형 디지털라이제이션과 TIA(Totally Integrated Automation, 통합자동화)에 대한 강연을 듣고, 암베르크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모장치 구현을 볼 수 있는 쇼룸 투어를 했다. 최유순 지멘스 디지털엔터프라이즈팀 리더는 “스마트 공장화는 기업 라이프 사이클에서 속도(Speed), 유연성(Flexibility), 제품의 질(Quality), 효율성(Efficinecy) 4가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즉, 제조업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접목함으로써 제품이 출시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한정된 생산자원 내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며, 좋은 품질은 계속 유지·개발하면서 효율적인 생산 라인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지멘스는 이처럼 전통 제조업 분야에 디지털라이제이션 개념을 융합시킴으로써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회사임을 증명했다. 제품 생산에서 관리까지 포괄적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로 새롭게 진화한 것이다.

2014년 하노버산업박람회(Hannover Messe)에서 지멘스는 지멘스형 제조업의 미래를 선보였다. 위 사진은 전자동화된 자동차문 생산라인의 모습이다. ⓒSiemens
스마트 공장을 만들고 난 다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스마트화된 공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마트 공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멘스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이제 스마트공장 공급뿐만 아니라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데이터를 제어하기 위한 산업용 클라우드 솔루션이 바로 마인드스피어다. 마인드스피어는 클라우드 베이스 솔루션으로 가고 있는 제조업의 변화에 맞춘 개방형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이다.

지멘스 개방형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마인드스피어(MindSphere) ⓒSiemens
왜 클라우드로 가는가? 예전에는 고객이 솔루션을 구매하면 공장에 설치하는 투자가 병행돼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인프라 투자를 없애는 것이다. 클라우드 솔루션을 이용하면 투자나 투자설비 관리 인력도 필요없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 디바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핸드폰 앱을 이용하듯이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보면 된다. 지멘스가 전통 IT서비스 기업이 아니었음에도 이런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클라이언트사와 같은 제조업 회사로 출발해 산업과 공정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이 있었고,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는 변화에 맞춰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인수하는 과감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멘스의 슬로건은 ‘삶을 이롭게 하는 가치(Ingenuity for life)’다. 지멘스가 보는 4차 산업혁명에서 디지털화의 목적은 기술개발, 기업의 생존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김택환의 깨알강의 2. 「독일의 경제산업 구조」

독일은 12~13세기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수공업, 즉 손으로 만드는 산업(manufacture)이 발전했다. 오늘날 또 다른 특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시스템이다. 독일은 200년 전 새로운 에너지 ‘증기’가 만들어지면서 손으로 물레를 돌렸던 것이 방직공장으로 바뀌면서 생산성이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영국발 산업혁명은 다원적 시장에 의해 발전한 반면, 독일은 국가가 중심이 돼서 영국을 따라잡기 위해 주도적으로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은 수많은 나치 전범들을 뉘른베르크에서 처형했고, 이와 함께 히틀러 때 부흥했던 기업들을 해체시켰다. 그러자 중소기업들에게 기회가 생겼다. 경제의 허리인 중소중견기업들이 잘 돼야 국가가 번영하고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이 걷힌다. 전승국들에 의해 독일 재벌이 해체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제정책을 세우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연합국들의 얄타회담을 통해 4개 지역으로 분할되어 1945년부터 1949년까지 군정이 이뤄졌다. 이후 서방 3개국과 소련의 입장 차이가 커 연합국 단일 통치가 어렵게 됐고, 서방과 소련의 냉전이 심화됨에 따라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됐다.
독일연방공화국(구 서독)은 1949년 8월 14일 최초로 자유민주국가적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의원을 뽑았고, 콘라드 아데나워(Konrad Adenauer) 초대 총리를 탄생시켰다. 아데나워는 초대 경제부장관으로 학자 출신의 루트비히 에르하르트(Ludwig Erhard)를 임명했는데 ‘라인강의 기적’을 바로 에르하르트가 설계하게 된다. 그는 먼저 화폐개혁을 하고 경제개혁을 했다.
그리고 많은 서방국가들의 롤모델이 되는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것을 만들게 됐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계획경제도 아니고 미국의 정글식 자본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다. 사회적 시장경제 핵심은 ‘시장에서 기업들은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질서주의라고 한다.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 안에서 질서를 해치는 반시장경쟁 행위 등은 징벌적 처벌을 강력히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게 된다. 또한, 경제와 산업이 발전했을 때 경제적 과실을 나누는 기회균등. 예방적 측면의 사회보장제도도 만들었다.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나라는 안 된다고 하여 교육 민주화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도움을 주는 고용 민주화도 했다.
그리고 이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가장 우월적 국가목표라는 데에 합의를 한다. 1958년 사민당이 그 전에는 나치즘 막스주의, 투쟁 정당이었는데 이때 확 바뀌었다. 사회적 시장경제 이해정당,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바뀌면서 집권당이 됐다. 독일은 기업 정책에 있어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만들고 R&D 비용을 골고루 나누는 정책을 폈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안정고용과 완전복지를 지향했다. 중견중소기업 99%가 일자리를 88% 이상 만드는 정책을 시행했다.
독일은 노조가 산별노조 형태로 직장 내 파업을 못 하게 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노조 인구가 가장 많은 데도 파업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독일이다. 현재 독일 의회의 의원이 636명 정도인데 노조 대표 출신이 의회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독일 노조는 투쟁이 우선이 아니라 직장노조화라고 하여 ‘어떻게 하면 회사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들지’ 노사가 머리를 맞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특정 소수가 회사 경영을 과도하게 개입하고 권력을 휘두르지 못 하도록 막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다. 이런 독일식 노조관계는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기업들이 한번 더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독일은 기업체와 정부, 학생 간의 새로운 모델인 독일식 직업교육을 만들어 성공했는데, 그 뿌리는 국가주도의 산업정책과 조합적 민주주의에 있다. 독일은 의무교육인 1단계 중등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기업체들이 뽑아 3년 반 동안 직업교육을 시킨다. 일주일에 3~4일은 기업에서 실무를 배우고 나머지 1~2일은 이론수업을 위해 직업학교를 가는 이원화 교육을 한다. 이렇게 직업교육 기간이 끝나면 회사 정직원으로 입사할 기회도 얻게 된다. 기업이란 단순한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버는 경제적 단위이기도 하지만 독일에서의 훌륭한 기업들은 가장 좋은 교육의 장소로서 학생들을 산업일꾼으로 키운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선진국 중 하나가 독일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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