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희 공동대표, “우리 학생들 삶의 질도 올려라”

[인물포커스]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질적인 교육 평가제도 도입 "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7.11.15 09:42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사진=더리더
“어른들의 근로시간은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아이들의 공부시간은 왜 무한대로 열어놓나요?”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은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을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연장근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야근을 근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지키기 위해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PC 오프제’를 도입한 회사도 적지 않다.


누구나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공부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의 질 수준은 열악하다. 고등학생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이 되지 않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6.5%가 ‘5시간 미만 잔다’고, 34.5%는 ‘5시간~6시간 잔다’고 응답했다. 고등학생 열 명 중 여섯 명이 6시간 미만으로 자는 게 현실이다.


2007년 이후부터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원인은 ‘학업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OECD가 지난 4월 발표한 ‘48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 학생이 ‘성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75%에 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공동대표는 노동시장의 근로시간을 규제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처럼 학생의 삶의 질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부추기는 현행 교육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다른 학생보다 더 잘해야 높은 점수를 얻는 상대평가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질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과연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더리더는 지난달 25일 용산구에 위치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윤지희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 절대평가’를 줄곧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 사항에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넣기도 했는데.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능을 상대평가로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부분 ‘자격기준’을 도입한다. 몇 점 이상만 되면 대학에 가서 공부할 자격이 있다는 기준이다. 우리나라만 소수점까지 등수를 매겨 아이들 인생을 결정한다. 학생들은 수능에서 1점 차이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97점과 98점이 어떤 차이가 있나.  오히려 점수가 높지 않은 학생이 잠재력이 있을 수 있다. 과와 적성이 맞는지, 잠재력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점차 우리나라 입시 제도가 현행 상대평가에서 ‘자격기준’으로 바뀌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교육개혁의 일부분이라고 지적했는데
▶정부는 대학진학 방법 중 ‘정시’만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수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학종은 경시대회 점수나 논문같이 비(非)교과 요소들로 점수를 매긴다. 이 문제에 대해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백일 취임 간담회에서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수시를 포함한 대입 종합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고교학점제’도 절대평가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절대평가가 도입돼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이 대학진학이나 사회로 나갔을 때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소수가 한 과목을 선택하더라도 아무도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현행대로라면 1등급 받는 학생이 4%다. 적성과는 관계없이 성적을 위해 적은 수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절대평가가 도입돼야 학생들의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과를 선택할 것이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변별력은 어떻게 두나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점수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가. 회사에서 사람 뽑을 때 면접을 통해 그 사람의 가치관, 생각, 그리고 과거에 어떤 방식으로 살았는지를 본다. 토익 점수 높다고 일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수로 학생을 평가하는 구조를 극복하지 않으면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들은 점수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통해 사회로 진출한다. 몇 년 전부터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 후보들은 수능 절대평가를 내걸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기소개서와 면접 전형의 사교육이 성행하지 않을까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 전형 중 ‘구술면접’이 있다. 구술면접은 면접 30분 전 문제를 보여주고, 그 문제를 구두로 설명하는 것이다. 글로 쓰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구술로 보는 논술’이나 다름없다. 이런 전형은 면접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를 푸는 것이니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진다. 문제 푸는 면접은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면접관의 전문성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과와 적성에 맞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형식적인 문제를 내는 게 아니라 어떤 질문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 돼야 한다. 그러면 사교육을 받더라도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학생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인재를 선별해야 한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사진=더리더
-윤 공동대표는 자사고•특목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는데
▶‘우스꽝스럽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지금 고등학교 선발을 영재고가 먼저 5월경 뽑는다. 그 다음에 과학고, 외고, 자사고, 마지막이 일반고다. 영재고에서부터 성적 우수한 학생들을 먼저 선발해가고 남은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한다. 과거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한 반에 있었다. 지금은 잘하는 학생들이 특수 고등학교로 빠져나가니 일반고가 황폐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다. 상식적으로 서열화가 명확한 대학에서 서울대가 가장 먼저 뽑고 서울권, 그 다음 지방학교를 뽑으면 어떤 대학이 그 제도를 용인하겠나. 심지어 지금의 고교 체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선발시기 일원화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특목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사고나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자사고•특목고 진학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더 많은가
▶중3 학생 7,382명과 고1 학생 1만 881명, 총 2만 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사교육비로 월평균 100만 원 이상 쓰는 학생 중 일반고 희망자는 8.7%였다. 이에 비해 광역 단위 자사고 희망자는 43.0%, 전국 단위 자사고 희망자는 40.5%, 과학고•영재학교 희망자는 31.6%, 외고•국제고 희망자는 20.6%로 나타났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사고를 만들 때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고등학교가 많아지니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에 따라 사교육비도 증가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출신학교 금지법’정책도 주장하고 있다
▶결국은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한 로드맵이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사립 초등학교가 있다. 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영어 유치원을 다닌다. 다음 목적은 국제중이다. 그 후는 ‘특목고’ 진학을, 명문대학교 입학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쟁한다. 최종 목적지는 직장이다. 좋은 직장에 다니기 위해 유치원서부터 경쟁 체제에 놓이게 된다. 입사할 때 출신학교를 보이지 않게 하는 블라인드 제도가 도입돼야 입시 경쟁이 해결의 시작점을 만들 수 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한편으로는 우리가 내건 정책들이 ‘짝퉁 정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현재는 면접 블라인드만 하고 있다. 면접만 블라인드로 하고 내부적으로 학력을 알 수 있게 된다면 허울뿐이다. 서류전형부터 블라인드로 진행돼야 한다.


-출신학교 금지법에는 대학 입시도 포함이다. 대학에 진학할 때 출신 고등학교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인데
▶올해 서울대 입학생 중 40.7%가 특목고 출신이다. 연세대 고려대를 포함하면 38%다. 열 명 중 네 명이 특목고 재학생이다. 특목고가 전국 고등학교 중 4%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특목고는 성적 중심으로 뽑으니까 명문대학 진학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점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특목고를 우대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다. 대학 입시에도 출신 고등학교에 대해 블라인드가 도입돼야 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싱크탱크라는 말도 있다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에 의해 그 다음 정부의 교육 정책이 만들어진다. 교육제도를 바꾸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다. 우리는 사교육 제도 개선을 하는 단체기 때문에 대선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선거 치르기 전 각 당의 공약 담당자들을 토론회에 불렀다. 그리고 30여 개 이상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모든 정당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같은 경우 첫 번째 교육공약 발표했을 때 실망스러웠다. 캠프 앞에 가서 시위도 하고 항의방문도 했다. 그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회원들이 탈퇴하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우리의 정책을 전달했다. 당에서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지 우리가 주장하는 정책을 받아줬다. 그래서 싱크탱크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사진=더리더
-학원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대선 후보도 받지 않았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사교육 전면금지 요구하지 않았다. ‘학교 밖’에서도 선행 교육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과 일요일 쉬게 하는 학원휴일휴무제, 그리고 밤 10시 이후 교습을 못하게 하는 것 세 가지를 주장했다. 이 정책을 받은 정당은 아무 데도 없다. 사교육 시장이 종사자는 50~60만 명 정도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200만 명 정도다. 50~60만 명의 결집된 표가 학원총연합회다. 표를 생각해 직접 규제를 섣불리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올해 수능을 볼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길게 생각해야 된다. 어떤 안정성이나 높은 급여를 받는 일자리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꼭 명문대학 입학만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학과를 선택하고 나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는 게 ‘좋은 삶’을 사는 첫 번째다. 대학 입시가 행복이나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존재는 수능점수의 1~2점에 갈리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사회 상황이 수능 점수를 압박한다고 할지라도 이겨냈으면 좋겠다. 수능 점수에 인생이 걸려있지 않다는 점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1961년 출생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現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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