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국토연구원장, “지방분권형 국토 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때”

도시재생 뉴딜, 스마트 도시전환 통해 지방의 다양함 살아나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7.11.22 09:16
우리가 일명 ‘선진국’으로 부르는 나라들의 경우 수도가 어디인지 생각해볼 정도로 각 지방 도시의 기능이 특화돼 있다. 독일 수도는 베를린이지만 유럽의 관문이라 불리는 금융도시는 프랑크푸르트이고, 경제의 중심지는 뮌헨, 문화와 예술의 도시는 라이프치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서울 외에 딱히 떠오르는 도시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서울에 집중화돼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렇게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도시 기능을 분산시키고 수도권과 지방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여러 차례 국토개발계획을 실행했다. 국토연구원은 정부의 국토정책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균형발전과 국민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기관이다. 올 1월 세종시 국책연구단지로 새롭게 둥지를 튼 국토연구원을 찾아 국토 발전의 로드맵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도시로의 전환 과제를 물었다.

-국토연구원 소개와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국토연구원은 국토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개발·보전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토 균형발전과 국민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1978년에 설립됐다. 이를 위해 국토 이용과 보전, 지역 및 도시계획, 주택 및 토지정책, 교통·건설경제, 환경, 수자원, GIS 등 국토 전반에 걸친 폭넓은 연구와 국가정책을 뒷받침하는 실용적인 현장중심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새 정부 국정과제인 4차 산업혁명, 저출산 고령화, 기후변화 등 변화에 대응하는 국토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특히 ‘국가 균형발전의 비전과 정책과제’를 구체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혁신적 국토정책, 지역·세대·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국토정책, 그리고 융복합 기술기반의 스마트 국토정책 연구에 초점을 두고 정책 수단을 제안하고 구체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라면
▶우리나라는 산업화·도시화 등 압축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수도권 집중·과밀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장거점개발(1970년대), 분산형거점개발(1980년대), 다핵개발방식(1990년대), 세종시·혁신도시 등 국가균형발전정책(2000년대) 등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수도권 집중도와 지역불균등 수준은 체감될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좋은 일자리, 문화 서비스, 생활 편의시설 등의 질적 격차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시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저성장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전개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간적 양극화와 지역 간 격차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지역 균형발전과 궁극적으로 공간 정의(spatial justice)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앙정부 주도의 분산형 균형발전 정책 추진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조성된 균형발전 물적 기반을 토대로 지방이 보유한 다양성·자율성을 발휘하는 분권형 균형발전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지방의 다양성에서 혁신과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 어젠다 중 도시재생 뉴딜은 핵심사업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도 도시재생을 제1의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데
▶도시재생은 2013년 ‘도시재생법’ 제정 이후 국가적으로 본격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1990년대 후반 ‘마을 만들기’라는 풀뿌리 주민자치운동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 패러다임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이 과거 도시재생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도시재생은 단순 도시 공간의 물리적 개선이 아니다. 노후 주거지 정비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병행하여 주거복지를 실현하거나, 취약계층 보호와 공동체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을 강화해 사회 통합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일률적이고 사업 중심적인 공공재정 투입을 넘어 주거복지와 균형발전, 포용성장 등 국가적 어젠다를 달성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쇠퇴한 지역이 활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지역이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와 주민 주도 하에 사람을 육성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4월 9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도시재생 뉴딜정책 발표를 하고있다./사진=뉴스1
-도시재생 사업은 자칫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시재생 등으로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결국 원주민들이 타 지역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과 공동체가 경쟁력을 갖추면 사람과 자본이 몰리게 되고, 이들과의 경쟁 속에서 경제·사회적 취약계층과 시설·기능들은 도태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살던 동네나 도심을 살기 좋게 회복하고자 노력했던 도시재생이 원래의 우리 이웃이나 골목 상권들을 역으로 붕괴시키는 부작용을 동시에 동반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주민과 상인을 중심으로 지역상생협약을 체결하여 상권 임대료 상승을 제한함으로써 영세상인 보호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협약은 법적 구속력을 갖추지 못해 현실 작동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영세상인을 위한 공공임대형 상업 공간을 제공하거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를 법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과열 양상이 줄어드는 듯 했던 주택 시장이 강남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과열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주거복지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시장 안정 효과는 나타나고 있으나 투기지역 일부에서 최근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공기를 앞당겨 분양을 서두르면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지역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정책 단계별 강약도 조절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거복지 정책은 주택수급 문제를 넘어 주거복지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발전된 대책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는 주택 시장 안정과 국민들이 적정한 주거비용으로 안정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득계층별, 연령별, 지역별 맞춤 정책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맞춤형 지원정책과 함께 공공임대, 공적임대, 저렴주택 등의 중장기적 공급도 제시될 것으로 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아예 결혼과 출산까지 포기하는 청년세대가 늘고 있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없을까
▶청년들이 주거비 부담 때문에 결혼, 출산뿐 아니라 연애까지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기 주거비 부담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선결과제가 됐다.
현재 청년들 중에 대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높고, 소위 ‘지옥고’라고 불리는 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청년 비율이 높다. 우선적으로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이 필수적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교통 접근성이 높은 곳에 공급하는 접근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높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전전하면서 자기계발을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 주거비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 청년에 대한 주거비 부담 완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어 앞으로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모든 분야가 ‘스마트화’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에 대해 정의해달라
▶스마트시티는 일반적으로 ‘도시 공간에 정보통신 융합기술을 적용하여 도시의 기능을 효율화하고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정의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기능의 효율화 및 도시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한다.
스마트시티는 기존 도시 인프라 확대 대신 정보통신 기술과 접목한 효율화를 통해 도시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예를들어 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해 주차장을 확대하는 대신, 빈주차 공간을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주차공간을 30% 이상 확보하는 효과가 발생된다.
경제학자 리차드 볼드윈(Richard Baldwin)은 “20세기 공장이 중심이 되었던 일자리 창출 역할은 21세기에는 도시가 수행할 것이며 향후 도시정책은 산업정책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해외 각국에서는 도시 공간을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산업 수요의 기반이 된다.
스마트시티에서는 도시 기능의 효율화 및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가 수집되기 때문에 스마트시티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요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플랫폼 도시’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새롭게 등장한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기업들은 도시 공간 내 자동차, 주거지 등과 같은 실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는 도시 공간을 이용하는 혁신적 스타트업을 탄생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기존 도시들의 스마트시티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스마트시티가 추구하는 목표가 광범위하므로 개별 도시 특성에 맞는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쇠퇴도시 및 구도심 지역은 노후화가 심각해 스마트 인프라 구축이 미흡하고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하여 시민들 의견을 청취하고, 그 지역 문제점을 선별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 전통시장 등의 화재 발생이 많아지고 있어 전통시장에 화재 센서 도입을 추진하는 방안이 그 예이다.
기존 신도시 지역이나 혁신도시 개발 시에는 스마트시티 개념을 도입해 첨단 인프라를 갖춘 지역은 리빙랩(living lab) 형태의 첨단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구축된 첨단 인프라를 활용하여 새로운 기술들을 실험하고, 시민들이 체험하는 리빙랩 공간을 조성하여 지속적으로 첨단 솔루션들이 도입되고 테스트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특정 공간에 대하여 규제 완화존 지정, 오픈데이터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존 등을 연계하여 일자리 창출 공간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토연구원이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 로드맵은 무엇인가
▶국토 균형발전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과 사회경제적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구감소·고령화, 저성장, 4차 산업혁명 등 변화에 대응해 균형발전 정책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앙정부 주도의 총량적, 획일적, 개발 중심의 정책 추진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 공공기관 및 기업 지방 이전으로 이어져, 세종시, 혁신도시 등 지역 내 물적기반은 어느 정도 조성이 된 상태다. 이제는 조성된 물적 기반을 토대로 지방이 보유한 다양성과 자율성을 발휘하고, 지역주민이 정책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주도의 분권형 균형발전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의 다양성에서 혁신과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지역이 주인인 지역주권 시대를 지향하고, 전국 어디에 살더라도 최소한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균형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 로드맵’의 기본 지향점이라고 본다. 앞으로 혁신적 지역발전, 스마트 지역발전, 포용적 지역발
전, 분권적 지역발전 등의 추진 전략과 정책 방안에 대한 세밀하고 체감할만한 연구와 정책적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 김동주 국토연구원장
–1956년 경상남도 마산 출생
–연세대학교 건축공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
–펜실베니아대학교 대학원 박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 실장
–지역발전위원회 위촉 위원
–지역발전위원회 지역생활권 전문위원장
–국토연구원 부원장
–現 제15대 국토연구원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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