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군(軍) 교육과 훈련 패러다임을 바꾸자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머니투데이 더리더 차동길 교수입력 : 2017.12.01 08:00

장교 양성과정은 ‘행동하는 리더십’ 중심으로

기초훈련은 ‘집단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학교교육은 병법에 능한 전략가 양성을 목표로


▲차동길 교수
국제법적으로 한반도는 남북이 휴전 상태로 6.25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일까, 64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군이 과학화되어 무기체계가 변하고, 전략전술이 변했음에도 전쟁수행 방식에 대한 군(軍)의 사고(思考)는 여전히 6.25전쟁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사고의 고착화 현상은 훈련방식뿐만 아니라 고학력 수준의 병사들로 구성된 군의 병영문화에서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개 병사의 인권이 신장되고 있다지만 그들의 자율의식은 후진적이다. 자율의식이 후진적이면 자연스럽게 통제가 강화되고, 그러다보면 인권의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이러한 사고의 고착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교육과 훈련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첫째, ‘전투기술 연마’ 중심의 장교 양성과정을 ‘행동하는 리더십’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군의 장교는 주로 사관학교와 일반대학의 학군(ROTC) 및 학사장교들로 채워졌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은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리더십을 함양하며 군(軍)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인간 감성의 시대에 이르러 경직된 리더십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학군(ROTC) 및 학사장교들은 군 생활이 짧다는 이유로 양성과정 훈련이 ‘복종과 전투기술 연마’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신병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과거 학력이 낮은 시절에는 군에서 학력이 곧 신분이었고, 정보력이었으며 지식이 리더십의 근간이 되었다. 다시 말해 많이 배운 사람이 장교가 되었고, 장교의 말은 따라야 하는 이유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학력이 평준화된 지금 시대에 장교라고 해서 그의 리더십이 통할까? 이러한 문제의식이 장교 양성과정을 ‘행동하는 리더십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이다. 워싱턴 D.C. 근교 콴티코라는 곳을 가면 미 해병학교가 있고, 이 학교에는 해병대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연대가 있다. 이들은 양성과정에서 전투기술을 연마하지 않는다. 총 10주 간 훈련과정에서 전장 리더십(행동하는 리더십) 훈련 50%, 전쟁법 등 법규교육 25%, 전투체력이 25%인데 전장리더십 훈련 평가결과 80점 미만 자는 퇴교된다. 전투기술은 초등군사반에서 연마한다. 우리 해병대도 2011년, 전 군 최초로 해병대교육훈련단에 전장 리더십 훈련장을 설치하였다. 팀 리더십 훈련장 20개 과정과 분대 리더십 훈련장 18개 과정으로 구성된 전장 리더십 훈련장은 미 해병대 장교 양성과정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이 훈련 프로그램은 독일의 사회심리학자들이 연구개발한 ‘행동하는 리더십 훈련과정’으로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의 장교, 부사관 양성과정에서 핵심훈련 내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의 적인 북한군에서도 특수전부대가 이 훈련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민주화•지식정보화 시대를 넘어 인간 감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곱씹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둘째, 집단의 가치를 높이는 훈련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군의 훈련방식은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훈련방식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전투원의 전투기술을 연마시켜 분대, 소대, 중대, 대대의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한계가 있고,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각개전투 훈련교장을 가보자. 6.25전쟁 이후 수십 년 간 그 훈련장 구조와 시스템은 변함이 없다. 출발선 교통호에 분대가 횡대로 점령하고 있다. 분대장 명령에 따라 각개 약진하다 돌무더기가 나오자 각개 병사가 돌무더기 뒤로 몸을 숨긴다. 또 전진하다 철조망이 나오면 철조망 밑으로 낮은 포복을 하며 통과하고, 웅덩이가 나오자 폭발음이 나면서 적 포탄 낙하 상황이 벌어져 웅덩이로 뛰어든다. 목표 지점에 다다르자 분대장이 ‘수류탄 투척’을 명령하고, 이어 ‘돌격 앞으로’라는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 말뚝에 매달린 폐타이어를 찌르고 때리며 육박전을 펼친다. 분대 훈련이지만 분대장 명령에 따라 개인만 잘하면 되는 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전장마찰과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체격(력) 조건도 다르다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분대장은 경계 및 엄호조를 배치하고, 지뢰 탐지병에게 지뢰 탐지를 명한다. 이어 몸이 빠르고, 체구가 작은 병사에게 철조망 극복을 명하고, 힘 좋은 다른 병사에게 뒤를 따르며 철조망 제거를 명한다. 먼저 철조망을 극복한 병사에게 경계 및 엄호 임무를 부여하고 나머지 분대원들이 신속하게 철조망을 극복한다. 이 훈련은 전우가 있어 내가 살 수 있다는 전우애를 체험하고, 나의 능력이 작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유격훈련도 마찬가지다. 미리 준비된 훈련 교장에서 각자가 외줄, 두 줄, 세 줄 타기를 하고, 하강을 한다. 개인의 담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훈련으로 실제 전장 상황과는 무관하다. 실제 전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집단의 능력이 발휘되어야만 한다. 일부가 경계 및 엄호를 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일부는 줄을 나무에 묶고, 매듭을 짓고, 또 다른 일부는 안전임무를 수행하고, 몸이 가벼운 병사부터 암벽을 내려간다. 이것이 집단의 가치를 높이는 훈련방식이다.


셋째, 학교 교육은 병법에 능한 전략가 양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한미연합방위체제 하에서 미군의 전쟁수행 방식을 따르다보니 한국군은 종종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우리 군의 장교 보수교육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교리 중심적이고 정공법에 의한 전쟁수행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즉, 공격 작전계획을 수립할 때는 적보다 큰 규모의 전투력을 할당하고, 방어 작전계획을 수립할 때는 적보다 적은 규모의 전투력을 할당한다. 지형도 전투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 그 정도의 전투력을 할당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나친 면이 있다. 더욱이 제대의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제대가 이러한 방식으로 고착화되었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적은 규모의 전투력으로 큰 규모의 적을 대상으로 이기는 전략을 연구하는 북한군 교육과도 비교가 된다. 한마디로 우리는 정공법을 추구하고, 우리의 적인 북한군은 기공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성동격서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기만과 기습적 도발에 당하는 이유는 정공법에 익숙한 우리의 사고가 그들의 기묘하고 영활한 전략구사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작은 전술제대일수록 기공법에 능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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